대전 사람입니다
광화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문기사나 기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봐도
사실상 잘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진이나 글에서, 그 상황이 어떤지 짐작은 가도
분위기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오늘 일이 있어 서울에 왔습니다
일을 마치고 청계천도 구경하고
평소 가보고싶던 광화문도 들르게 됐죠
조용하니 그냥 그랬습니다
아 광화문이구나 여기서 많은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면서 주변을 거닐고
평소 못보고 못 느끼던 분위기를 느끼던 그때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중대인지 소대인지 열 맞춰서 방패와 방망이를 들고 뛰고
경찰버스 수십대가 등장합니다
경찰 병력은 정말 수백명에 달하고
버스도 수십대는 가뿐하게 오더니
다짜고짜 사거리에 인원 배치 및 차량 배치를 하며
시민들을 통제합니다
무전기를 들고 사복 입은 높은 사람들은
무전기로 거친 언어를 내뱉더군요
"야이 개새끼야 거기 막으라고 거기
야 빨리 배치 안해 새끼야.
야 씨발 명령 내린게 언젠데 아직도 거기야"
신호 기다리며 옆에 있었는데
거친 욕이 그대로 들립니다
경찰들은 우르르 몰려 다니며 길을 막지
차량들은 모든 길목을 다 막고 있지
사이렌 소리도 들리고 방송으로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도 들리고
무전기로 개새끼 소개끼 하는 소리랑
어디어디 인원 파악 소리, 병력배치 소리 등이 들립니다
순식간에 광화문이 봉쇄되더라구요
지하철 입구도 막고
주변 골목길은 물론 근처까지
경찰병력이 쫙 늘어서 있습니다
시민들이 지나가려면 한참 돌아서 가야 한다고
몇몇 사람들이 항의해보지만
"저들"탓이라며 지나갈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거칠게 거리를 봉쇄한탓에
시민 몇분은 경찰에 떠밀리고 화를 내기도 하고
이게 무슨 공포 분위기냐며 무서워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찰들 욕을 했지만
수많은 경찰들이 무기로 무장하며 서 있는 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건 없었습니다
경찰버스가 벽을 만든 곳 더 바깥쪽에는
바리케이트형 버스? 차량? 같은 것이 더 견고히 서 있고
방수차량이 엄호를 하고 있네요
정말 전쟁을 방불케 하는 모습..?
여기저기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
정부는 깨우치라는 목소리,
우리가 무슨 잘못이냐며 소리치는 한맺힌 소리,
등등이 벽 너머로 노란색 깃발과 함께 올라옵니다
경찰들의 방송 목소리도 들립니다
불법시위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라,
물러서라, 더이상 다가오지말라
그리고 시민들의 수군거림
무섭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습니다
여기 있다가 나도 잡혀가는게 아니냐는..
실제로 경찰들이 주변을 쭉 둘러싸고 있는 그 가운데에서는
사방이 경찰이니까 무서웠습니다
게다가 경찰들이 방패와 몽둥이도 들고 있었고...
광화문 근처는 다 통제되었으니 뺑 돌아나가서
어느정도를 걸어야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몇몇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일러줍니다
... 경찰이 일러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예비 경찰 병력들이 골목골목 자리 잡고 있는걸 보게 되네요
오늘 살면서 볼 경찰은 다 본거 같습니다
기차 시간이 다가와
그렇게 광화문을 나오면서 느낀건
언론이나 커뮤니티등에 올라오는 글과 영상으로는
실제의 분위기는 반도 못 느끼겠다는거 였습니다
험악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찰과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
그리고 용기있게 나서는 시민들과
골목 구석구석 처참한 표정으로 쉬는 경찰들..
앳된 경찰들의 그 표정과
시민들의 울부짖는 그 소리는
처음 느껴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대전은.... 천국이였네요
같은 한국인데
실제로 보지 않았더라면 전혀 몰랐을 광경을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많은 지방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 전혀 모를테죠
뉴스에 나온는건 정말 일부라는걸
하다못해 같은 서울이여도
광화문 바로 옆 동네는 (서대문?)
드라마 촬영이 있는지 그걸로 시끌시끌 하네요
대전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
마음이 뭔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