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접하다 보면, 정동영 전 의원은 이런 구호를 외치며 선거운동하는 모양이다.
“여당도, 야당도, 못 믿겠다, 국민이 심판합시다!”
얼핏 보면, 앞으로 창당 예정인 제4당의 신당 후보로서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에게 파고 들려는 그럴 싸한 구호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니다.
그는 올 1월까지만 해도 제1야당의 상임고문이었다. 그 이전,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회의원을 하였고, 참여정부 에서는 국회의원, 당의장, 장관, 대선후보까지 지냈다.
그는 한 마디로 근 20여년 간 여당과 야당을 넘나들며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축 한 가운데에서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이고, 참여정부의 황태자였다.
그런 사람이 불과 3개월 전에 제1야당에서 탈당하였답시고, 더러워진 불판을 갈듯, 정치판을 갈겠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으니 사돈 남 말도 이런 사돈 남 말이 없다.
이런 식이면, 어느 누구도 개혁 대상이 되지 않고, 다 개혁 주체가 될 수 있다.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 자기가 세운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비판받는다 싶으면 잽싸게 탈당해서는, “기존 여당, 야당은 더러워진 불판입니다. 이 정동영이가 심판하겠습니다! 신생 진보 정당 후보 이 정동영을 밀어 줍시다!!!” 하는 식으로 말하면 되니까. 홍준표나 이완구조차 새누리당에서 탈당하여 새로이 극우 보수 정당을 만들고서 이렇게 해도 탓할 수가 없다. 이 무슨 블랙 코미디란 말인가?
이는 갈비집에서 동료들과 같이 한참 갈비를 맛있게 구어 먹다가 불판이 더러워지자 자기만 속 빠져 나와 이제야 온 동료들이 앉은 테이블에 착석하여 새 불판에 계속 갈비를 구워 먹겠다는 심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일에 진짜로 정동영 전 의원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창당한 그 정당에서 동료와 함께 20여년 간 구워 먹어 온 불판을 닦고 고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다른 테이블에 가서 새 불판에서 새로이 먹겠다고 하지 말고!) 도저히 그럴 능력이 없다면, 그런 정당을 창당하고, 정치를 하며 부귀영화를 누린 데 대해 참회하는 뜻에서 정계 은퇴하였어야 했다. 당신이 아니어도 신당을 만들어 불판을 갈겠다고 하는 정치 지망생은 넘쳐 난다.
늙은 나이에도 새 불판에서 계속 고기를 구워 먹겠다는 당신은 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