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젠지는 기억이 안남.
대략 중학교때인 걸로 추측이 되는데..
(편의상 평어)
당시 나는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다.
(상당히 바람직했지만 책보다 재밌는 것들을 알게 되면서 사라졌음)
그래서 늦게까지 책을 읽을수 있는 토요일 저녁을 좋아했는데,
그날도 내방 벽에 기대서 밤늦게까지 책을 보고 있었다.
내방과 안방은 거실을 가운데 두고 일직선으로 되어 있어서
문앞에 앉아서 보면 안방까지 한눈에 보이는 구조였다.
한참을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어머니께서
안방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문이 휑하니 열려있는 게
어색해 툭쳐서 살짝 닫아뒀다.
정신팔려서 책을 읽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살짝 열린 문 사이가 어느새 어두컴컴해져 있다.
TV소리도 사라지고 주위가 조용하다.
주무시다보다, 나도 자야겠네, 하고 문을 닫으려고
무릎걸음으로 문으로 다가가는데,
문틈으로 뭔가가 보인다.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까이 댔다.
허공에 뭐가 있긴 한데...저게 뭐지..
눈으로는 보이는데
뇌가 그 정보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눈동자가 떠 있네....
진짜 앉은채로 50cm는 튀어 올랐던 거 같다.
성대에서는 일부러 흉내내라고 하면 절대 못할거 같은
괴상한 소리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왔고.
이어지는 웃음소리.
어머니였다-_- 우리 아들 뭐하나 문틈으로 보고 계셨던 거였다.
내 놀람은 극도의 분노로 바뀌어 어머니께 쏟아졌고
(내 인생중에 어머니께 화낸 유일한 기억)
어머니는 특유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참지 못하시며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으로 꼽는 기억.
아마 평생 못 잊을 듯.
아 갑자기 엄마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