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긴 갔는데 웬걸, [긴급한 집안 사정으로 금일 토요일은 쉬겠습니다. 내일 일요일은 정상운영토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있었어요. 오 세상에. 그냥 목욕 안할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엔 몸에 숨은 때가...-_-
그래서 조금 더 걸어 옆 동네 목욕탕에 갔어요. 뭐 대충 한시간 반 정도 목욕하고 나와서 머리 닦고 면봉으로 귓구녘 좀 파고 있는데 옆에 한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재께서...
드라이기로 소중이 털을 아주 윤기나게 뽀송뽀송 말리고 있더군요.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신사도 겸하는 관리인 아재한테 토씨 하나도 안틀리고 "관리인아저씨 여기 누가 드라이기로 죠털 말려요!" 라고 큰 소리로 말 했어요.
드라이기 쓰던 아재 눈이 똥그래지고 이어서 관리인아재 바로 뛰어오시더니 "이보소, 아니 누가 드라이기로 띵털을 말리능교?" "지는 집에서도 이래 합니더" 관리인 아재는 기가 찼는지 "집에서나 그라제, 여긴 목욕탕 아잉교. (저를 보며)보소, 이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겄소? 저는 단호박으로 "절. 대. 안 써요. 기분 더러워서 안써요" 아재는 자기 딴에는 억울했는지 털 좀 말리는게 뭐 잘못한 거냐고 언성을 높였고, 저는 제가 이걸로 제 소중이털 말릴테니 이어서 바로 아재 머리털 말려보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입을 다물더군요.
마지막으로 관리인 아재께서 일부러 들으라고 한 듯한 한마디. "하...이거 버릴 수도 없고 미챠 불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