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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Alive
게시물ID : panic_588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윈스턴
추천 : 17
조회수 : 2028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3/10/14 15:00:32
 모든것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것은 일반 생명체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위도 언젠가는 삭아 형체를 잃어버리고, 거기서 작은 조약돌들과 자갈들이 생겨난다. 강물은 언젠가는 다른곳으로 흘러가고, 강물이 흐르던 곳은 흙으로 메워지며, 그곳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해진다. 생명들이 살던 별도 언젠가는 사라지며, 몇천년을 내달릴 빛을 낳는다.
인간의 생애에는 무릇 삶과 죽음이 함께 하며, 그것을 혜택으로 삼아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시간조차 내어놓지 않는다. 그저 앞만보고 살아갈 뿐이며, 자신에게 죽음이 닥쳤을 때 불행하다고 느끼는 인간이 태반이리라. 이는 다른 이의 생애 마지막 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질 않고, 남의 마지막과 자신의 마지막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이기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오인건 자신은 남들과는 다르게, 항상 생각해 오고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단 한순간도 취업을 해 본 적 없는 백수이자, 친구 하나 없이 방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 외톨이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생각이 깊다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신감도 남들 앞에서는 한마디 내색조차 할 수 없지만,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취직하고 사람들도 사귀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치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며 위안을 갖는 것이다. 처음에는 위로해 주는 사람도 몇 있었지만, 그 위로에 전혀 비례하지 못하고 진전이 없는 오인건의 모습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은 하나 둘, 그를 제 자리에 두고 떠나갔다. 공부를 못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 다닐적에 그는 꽤나 공부도 잘하고, 기계나 컴퓨터도 잘 다루는 수재였다. 모두들 그가 굉장한 프로그래머나 공학자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학교는 그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그는 왕따를 당했다. 그의 명석한 두뇌를 칭찬하던 학교는, 따돌림 받고 폭력에 노출된 그를 패배자 취급하고 그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 애 쓸 뿐, 항상 가해자들의 편이었음은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일견 학교란 것은 성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두루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자 배움의 터 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사회와 권력자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소일 뿐이었다.
 
오인건은 이런 교육체계에 길들여져 얌전히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이들을 '건전지' 라고 불렀다.
 
정말 건전지 같았다.
건전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 에너지를 쓸 것인지 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누가 원한다면 그곳에 전력을 쏟아내어 줄 뿐이다. 그리고 전력이 다 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면, 쓰레기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 건전지를 찾는다. 사람들은 새 건전지가 얼마이고 어디에 비치되어 있는지는 알지만, 다 쓴 건전지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떠한 처우를 받는지는 알 지 못한다.
현실은 그런 건전지가 쉴 틈 조차 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많이 보던 문구지만, 정말로 현대 의학은 눈부시고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암을 정복하고,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며,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인류는 두뇌와 신체의 침범할 수 없었던 곳을 하나 정복했다.
 
슬립타이저(Sleeptizer)
 
수면대체약. 잠이 오지 않게 하는 약이다.
정확히 말하면, 잠을 복용하여 해결하는 약이라고 했다. 사람이 잠을 자면서 해결하는 것들을 약이 대신 해결해주고, 잠이 오게 하는 자극을 억제시킨다고 했다. 그로 인해 사회는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렸다.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으로도 모자라서, 밤에도 잠을 잘 수 없었으며.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지급되는 슬립타이저를 수시 복용하고 일했다. 군인들도 슬립타이저를 복용해 가며, 더욱 경계근무에 박차를 가했다. 가수들도, 식당 주인도, 시장의 아줌마도, 거리의 미화원들도. 누구나 슬립타이저를 복용했고, 이를 복용하지 않는 자는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한번 복용하면 잠을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것 처럼 정신이 깨끗해지고 몸이 가뿐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축복이라고 까지 불렀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반발했다. 잠은 인류에게 주어진 큰 기쁨과 축복중 하나라고. 수면까지 희생해 가며 일을 할 이유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결국 사회의 큰 압박에 무릎을 꿇었고, 이제는 일을 하는 사람들 치고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오인건은 여태 한번도 취직한 적도 없고, 별로 그 약이라는 것을 먹고싶어 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사람을 건전지로 만드는 약이라 생각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먹지 않았다.
도시는 밤에도 불이 꺼진 창문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잠을 잘 필요가 없으니 집도 필요가 없다며 일자리에서만 생활하는 자발적 홈리스(어감이 매우 우습다고 생각했다) 들도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가 원자력에 손을 대고 핵전쟁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처럼, 이러한 부자연스러운 변화는 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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