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에서 커플이 까이는건 알지만, 의료민영화와 관련하여 너무도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한명의 국민이자, 한 여자의 남자로써 턱밑까지 차오르는 불안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싸구려 동정표나 받기위한 소설이 아닙니다. FTA에서 더 나아가 의료민영화에 대한 미칠듯한 걱정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은 사실을 미어지는 가슴 붙잡고 쓰는 것입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정독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키 151에 몸무게 36~38kg으로 딱 봐도 외소한 아이입니다. 저는 이 아이를 꼬맹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180이라서 같이 다니면 진짜 꼬맹이거든요.
꼬맹이는 입이 매우 짧습니다. 식빵 한 조각 먹는데 15분이상 걸리면서 두조각 먹으면 배 터진다고 칭얼대는 아이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만져주면 다시 안쓰러워집니다. 꼬맹이의 왼쪽 아랫배는 다른 부위보다 단단합니다. 몇년 째 인슐린 주사를 놓아온 탓입니다.
꼬맹이는 1형 당뇨. 즉, 소아당뇨를 앓고있습니다. 보통 알고들 계시는, 성인병에 기초한 어르신들 많이 걸리는 당뇨가 2형당뇨입니다. 꼬맹이가 앓고있는 소아당뇨가 1형으로써, 원인불명으로 어릴때 어느날 갑자기 췌장이 고장나면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버리게 되는 병입니다.
2형 성인당뇨의 경우 합병증 발병을 조심하면서 식이요볍과 운동으로 충분히 정상적 생활의 영위가 가능한대 비해, 1형 소아당뇨의 경우 인슐린 의존성이라 부릅니다. 꼬맹이는 죽을 때까지 인슐린을 맞으며 살아야 합니다. 초등학생때부터 죽을 때 까지요. 사귀면서 유일하게 크게 제가 혼낸 적이 있습니다. 꼬맹이가, 죽을때까지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일찍죽고싶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주사가 아픈건 아니지만, 그 주사기 하나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는 것이 싫답니다. 그 말이 너무 가슴아프고 화가나서 혼내버렸습니다.
지금도 꼬맹이는 주사값이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꼬맹이의 경우, 저혈당이 고혈당보다 많이 옵니다. 혈당이 많이 낮아지면 어지러움이 찾아오는데,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실신에 이르고 그대로 두면 일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달디 단 초콜릿을 먹어야 합니다. 당을 쉽고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서요. 꼬맹이는 입맛이 싱겁습니다. 단 것도 굉장히 싫어하지요. 또래 여자아이들이 먹으며 행복해하는 달디단 초콜릿들을, 꼬맹이는 오만상 찌뿌리며 억지로 먹습니다. 쓰디쓴 한약보다 더 힙겹게 먹습니다. 살기 위해서.
저는 꼬맹이가 잔다고, 멀쩡하다고 카톡으로 말해줘야 잠이 듭니다. 어느새 꼬맹이의 불면증은 저에게도 전염이 되었습니다. 저는 꼬맹이가 멀쩡한 상태로 잠든걸 알아야 잠이 옵니다. 꼬맹이가 실신하던 날들이 생각이 나서 잠이 안오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미친놈처럼 집에서 10분거리의 편의점을 2~3분만에 돌파하여 초콜릿 한봉지를 사들고 파김치가 되어 꼬맹이 입에 겨우 넣어준 그 날들의 기억이 제 잠을 다 가져가버렸나봅니다.
아니면 꼬맹이가 잠들기 무서워한다는 것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맹이는 죽을때까지 반년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진료 뿐 아니라 간단한 처치도 한다고 합니다. 저에게 정확히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수치조정을 위해 어떤 의료행위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하루 반나절이면 되는 간단한 절차임에도 가기 싫다고 투정하는 그 아이에게 저는 늘 엄중하게 꼭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너무 같이 가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늘 불안한 마음 꼭 쥔채 혼자보내곤 합니다.
꼬맹이는 죽을 때까지 병원신세를 져야합니다. 한달에 쓰는 인슐린주사기만도 열 몇개(일반 주사기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병원에가서 진료 및 의료행위를 받아야 하고... 언제 응급실로 실려가게 될지 모르는 아이입니다.
이런 꼬맹이를 곁에 둔 저는 요즘 하루하루가 시한부와도 같습니다. 의료민영화에대한 공포가 저를 숨막히게 합니다. 꼬맹이는 집이 잘 살지 못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 둘은 만나서 돈도 안쓰고 알콩달콩 걸어다니면서도 재밌게 지냅니다. 제가 뭐라도 사줄라치면 쪼끄만게 위로 눈을 크게 뜨고 저를 혼냅니다. 생각 좀 하고 돈쓰라고.
그런 꼬맹이가 의료민영화에대한 이야기를 저에게 듣고나니 딱 한마디 하더군요.
"정말 그렇게 되면, 나 못살아. 완전 나 죽으라는거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툭 뱉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요즘 의료민영화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 글들을 보며 저는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글들이 대부분 '어떠한 병에 걸린다면'이라는 전제를 깔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감기라도 걸리면 병원도 못가고 자연치유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라는 글귀들. 저는 절대 공감하지 못합니다.
저와 꼬맹이는 그저 숨을 쉬는 하루하루가 전제입니다. 당장 의약품 값이 오르면 인슐린 주사기 값도 오르겠지요? 구급차 타는 것만도 돈이라지요? 응급실 이용은 꿈도 못꿀 사치라지요? 게다가 꼬맹이는 애초에 소아당뇨 환자니 보험이나 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들 수 있다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보험료를 저희 가난한 커플과 가족들이 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FTA, 의료민영화까지 간다면...꼬맹이가 느낄 절망과 제가 느낄 분노는 누가 책임져 줄까요. 이 협상을 이렇게 어거지로 채결하려 몸싸움까지 벌이는 저 높은 분들이 책임져 주시는 걸까요? 아니면 그보다 높은 곳에서 자국민보다 외국민들의 일자리를 더 걱정해주시며 당신의 자산관리에 더 공을 기울이시는 가카께서 책임져 주실까요?
긴글 여기까지 참고 읽어주신 여러분...제가 감정이 이입되어 좀 비장하게 글을 썼습니다. 물론 과장은 없습니다. 어쨋든 이 비장함 때문에 이 이야기를 본인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 여기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아당뇨의 발병기간은 무려 20대 후반까지입니다. 당신 자신이 어느날 덜컥 발병할 수도 있고, 당신의 동생이, 아들 딸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원인도, 치료할 방법도 아직 없습니다.
평생 벌어도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병원비로 다 쓰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써도 부족해서 소중한 이들이나, 자기 스스로를 포기해야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저의 이야기를 외통위 의원들과 국회의원분들의 이메일에 보낼 생각입니다. 그분들 중에도 가슴이 있고, 정말로 자국민에대한 애정으로 정치를 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저의 목소리를 대신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의 주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우를 당하고 있습니다. 1형당뇨가 그리 희귀한 병 도 아닙니다. 본인들은 쉬쉬하며 살겠지만, 이번 FTA와 의료민영화는 이 모든 분들과 이분들의 가족과 친구와 애인들에게 내려지는 시한부선고입니다. 당뇨뿐 아니라 고혈압, 천식등 여타 만성질환자분들도 모두 포함됩니다. 기존 환자분들의 보험가입? ......더 이야기할 게 있을까요?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의료민영화만큼은 꼭 막아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꼬맹아. 차라리 네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복지정책이 좋은 어느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설령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을지라도, 네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