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직도 지하상가를 돌아다닌다는 거야. 웃기지, 자갸?" "뭐야, 그게. 하나도 재미없네." 어느 카페. 젊은 남녀 커플이 데이트를 하는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자가 농담을 한 모양인데 남자의 반응이 시원찮다. 남자가 입을 연다. "그럼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무서운 이야기? 해줘. 나 무서운 이야기 좋아해." "우리 삼촌이 직접 본 사람인데, 지방의 어느 도시 시내를 가면 매일 나타나는 미친 아줌마가 있어. 옷차림은 평범한데 배개를 아기처럼 업고 돌아다닌다는 거야." "그래서?" "그리곤 지나가는 남자를, 여자는 붙잡지 않아. 무조건 남자만 보면 이러는 거야. '여보! 어젯밤에 나가 놓고 왜 안들어 왔능가? 시방 밤시도록 마누라 걱정시켜놓고 어딜 싸돌아 다뇨잉?' "뭐? 지나가는 남자마다?" "응.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황하며 도망가지. 다만 그 동네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미친 여자를 봐서인지 붙잡히면 웃으면서 '아따, 내가 잘못했어야~ 오늘은 싸게싸게 들어갈텡께 걱정 말어잉~'하면서 넘어간다는 거야. "뭐야. 그냥 미친 여자 이야기아냐? 뭐가 무섭다는 거야. 썰렁하기만 하구만." "진짜 무서운 부분은 이거야. 그 아줌마, 어디서 돌아다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그러는 줄 알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한 30년전, 그러니까 1980년 5월 말부터, 광주의 옛 전남도청 앞에서 그러고 있다는 거야. 어디 간지 모를 남편을 찾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