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롤 두세판 하는게 낙인 유저인데, 좀전에 누가 훈훈했던 롤 얘기하길래
저도 생각나서 어제 마지막으로 하고 잤던 판 이야기를 살짝 풀어볼까 합니다ㅋ
2픽이 카서스를 잡더니 '나는 서폿 갈거다. 서폿 간다고 분명히 말했다'하고
4픽이었던 저는 운좋게 요즘 모스트인 시비르 원딜을 잡음.
혼자서 계속 서폿 뺏길까봐 전전긍긍하길래
'누가 뭐라하나? 누구야 내가 혼내줄게' 해 주니 조용해짐ㅋ
(나중에 알고보니 취중이었음)
게임 시작하고 정글리쉬 직전까지 잠수타다가 나타나더니 '아 죄송.. 잠깐 졸았음' 하는거임.
별말 안하고 리쉬끝나고 라인전을 하는데, 괜히 앞에 나서다가 계속 죽는거임.
근데 전 암말 안하는데 혼자 자학하기 시작 ㅡㅡ;;
'아....... 죄송하다..... 하긴... 집에서도 버림받았는데 겜에서도 버림받아야지'
'나 같은 인간은 살면 안되...'
'자살하고 싶다...'
보는 제가 다 우울해짐 ㅡ,ㅡ;; 뭔 일 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운내 형'하고 토닥토탁 해줌
어쨋든... 그래도 계속 죽더라..
라인전 망했다 생각했음ㅋㅋ
다행히도 탑라인은 라인전 시기(한타시기 전)였는데도 억제기 앞 포탑까지 밀고,
미드도 양호한 편이어서 그냥 봇만 망했네 하고 플레이 함.
암튼
카서스는 취한게 맞는지 스킬도 아무때나 막 누르고, 계속 잘 죽었음
죽을 때마다 '자살하고 싶다.. 난 역시 죽어야돼..' 우울따발총을 쏨.
근데 울팀. 초반에는 분위기 잘 모르고 카서스가 킬 줄 때마다 욕을 했었는데...
역시 아직 세상은 살만한 가봄
'형 왜 무슨 일인데'
'힘들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거지 왜그래'
'나도 자살하고 싶던적 있음 근데 지나고나니 괜찮음'
'그래도 게임하는거 보면 형 아직 죽을 때 아니야 나쁜 생각하지마'
팀 전체가 이렇게 나오니까 카서스가 감동을 받음
'하...... 이런 팀 만나다니 좋다.... 형들 고마워'
'사실 나 이제 입사한 신입이야 졸라 힘들어... 외노자한테도 욕쳐먹고 너무 힘들다'
(외노자가 외국인노동자 맞죠? 무슨 직업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함)
팀원들은 계속 토닥토닥.
훈훈
그런데 한 40분 지나니까 카서스 말투가 바뀜.
'아...... 이제 술깨네...' (이 때, 음주롤인거 처음 알았죠 ㅋㅋ)
'형들 고마워'
그 판 이기고 나와보니 '친절함 +1' 돼있더라구요. 으이구ㅋㅋㅋ
지금 돌이켜보면 우울해서 술취해있는 인간한테 여느 게임처럼
팀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음주롤이라 컨트롤 안돼서 계속 킬 내주다가 멘탈이 터졌다면
진짜 자살하러 가지 않았을까.... 이 생각하면 가슴이 섬뜩함 ㅡㅡ;
아무튼 어제 만난 울팀들 게임이든, 위로든 참 잘했다고 여겨지네요.
사회초년생들 기운 좀 내요. 원래 한 3년 정도는 개같이 힘들더이다 ㅋㅋ
그 후도 안힘들거라 장담은 못하지만 ㅎㅎ
모두 기운내고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