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소설) 나는 곧, 내 적수의 공포이니라
게시물ID : lol_589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dun
추천 : 5
조회수 : 81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1/30 16:44:44
파앗!
다섯 개의 소환진에서 다섯 명의 챔피언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Your grace, 함께 출전하다니 영광입니다.”
 
쉬바나는 데마시아의 왕자 자르반에게 부복하여 인사했다.
 
반갑구나, 그대는 이번이 첫 출전인가?”
그렇습니다.”
 
자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르반, 여긴 네 왕궁이 아니고 리그라고, 왕자랍시고 괜한 폼 잡지 마 애송이.”
 
불쾌한 내용을 품고 있는 음성에 쉬바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옆에 소환된 동료 카타리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저하께 무슨 말버릇인가!”
웬 신참이 분간 못하고 깝치고있네?”
입이 거칠군.”
네 생김새가 더 거친 것 같은데? 그래, 그 면상만큼이나 화살받이 역할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어.”
뭐라 했는가?”
그만하게.”
 
자르반의 만류에 쉬바나는 더 이상의 언쟁은 멈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 카타리나 여유로운 자태로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바텀 라인으로 향할 준비를 하는 케이틀린쓰레쉬에게 다가갔다.
 
이쪽은 꽤 믿음직스럽네.”
-네 역할이나 잘 수행해라 카타리나.
 
쓰레쉬의 음성은 섬뜩했다.
 
어이구? 내 걱정해주는 거야? 생각보단 자상한 면이 있는 친구네!”
 
카타리나는 역시 능글맞았다. 케이틀린과 쓰레쉬는 바텀 라인으로 향했고 카타리나도 자신의 라인인 미드로 움직였다.
 
“Your grace, 저하께서는 이런 대접을 받으실 분이 아닙니다.”
쉬바나, 너는 누구인가?”
저는 왕자님의 호위이자 데마시아에 충성을 다하는 기사입니다.”
아니, 데마시아에서 말고, 이 소환사의 협곡에서의 정체성을 묻는 것 이다.”
 
자르반 4세의 물음에 쉬바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 잘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가장 충실하며, 솔직한 모습이 바로 소환사의 협곡에서의 모습일지니, 리그를 펼치며 곰곰이 생각해보아라.”
 
자르반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 정글로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저하께서는 누구십니까?”
 
쉬바나의 물음에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나는 데마시아의 의지이자 전투의 선봉인 이니시에이터(Initiator)이니라.”
 
그리고 자르반은 떠났다. 쉬바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라인인 (Top)’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를 따라 전장으로 출정하는 미니언들과 함께
가장 고독하며 치혈한 라인이라 손꼽히는 은 강력한 챔피언들이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서로를 베고 찌르고 할퀸다. 아무리 쉬바나라 할지라도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적은 레넥톤이었다.
 
하하하, 신참 애송이로군! 넌 뭐냐?”
알거 없노라!”
 
레넥톤은 그녀를 비웃은 후 다짜고짜 달려들어 공격해왔다. 하지만 쉬바나도 당황하지 않고 레넥톤의 맹공을 받아쳤다.
 
크윽.”
 
쉬바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팔뚝에 난 생체기를 부여잡았다. 소환사의 협곡에서 백전노장으로 활약해왔던 레넥톤에게는 아무래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드래곤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군.”
 
그는 정확하게 캐치했다. 쉬바나는 하프 드래곤이다.
 
닥쳐라 악어.”
 
쉬바나는 주먹을 쥐고 적을 노려보았다. 그 분노는 정결하면서도 단호했다. 그리고 그 피가 근본으로써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쏘아내었다.
 
크으으, 애송이 주제에 발악은!”
 
레넥톤이 분노하며 그녀에게 달려들어 무지막지한 무기를 휘둘렀다. 쉬바나도 그것을 받아치며 오히려 그를 몰아붙였다. 양 진영의 미니언들도 자신들의 챔피언을 도우려 공격했다.
 
그때
 
슈우욱!
 
무언가 작은 파동이 날아와 그녀의 몸에 꽂혔다.
 
공명의 일격(公明一擊)!”
 
그 함성과 함께 레넥톤의 원군 리신이 발을 뻗은 채 날아와 쉬바나의 몸에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크아아!”
 
그녀의 몸을 강타한 리신의 발에 폐가 짓눌리며 숨이 턱 막혀왔다. 그 고통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소.”
 
레넥톤과 리신의 공격이 연계로 들어왔고 쉬바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내가 마무리하지!”
 
레넥톤의 육중한 거구가 튀어 올라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찢어버릴 듯 강하게 쇄도했다. 하지만 그 의지를 꺾으려는 깃발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레넥톤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데마시아의 깃발, 용의 일격!”
뭐냐?”
이런, 내 움직임을 읽힌 것 같소!”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이미 자르반의 창은 그 주인과 함께 깃발이 꽂힌 레넥톤에게 활주했고 그들의 전투의지를 박살내버렸다.
 
크아아
일단은 후퇴하는 게 어떻겠소?”
 
리신의 제안에 레넥톤은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저하!”
 
쉬바나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르반은 매정하게도 바로 등을 돌렸다.
 
이곳은 소환사의 협곡이다. 정신 차려라 쉬바나!”
……, Yes, my lord."
 
자르반은 민첩하게 움직여 정글로 몸을 숨겼다. 쉬바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 리신과 레넥톤의 협공이 만만치 않았지만 자르반의 개입으로 별다른 위기 없이 잘 버텨냈다. 그러던 도중 그녀는 자르반의 전언을 받았다.
 
-위기다 쉬바나! 서둘러 미드타워로 지원을!
 
그 교신을 듣고 레넥톤의 동태를 살펴보니 그는 이미 라인을 비우고 사라져있었다. 한발 먼저 움직인 것이다.
 
젠장!”
 
쉬바나도 황급히 미드라인으로 뛰어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전장이 눈에 보였다. 아군의 원거리 딜러 케이틀린이 적의 집중포화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노련한 쓰레쉬의 렌턴에 힘입어 탈출할 수 있었다.
 
아쉽군!”
-어리석구나! 그레이브즈.
 
쓰레쉬는 적 원거리 딜러 그레이브즈를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틀린을 노린 필살의 폭발성 탄환이 렌턴에 의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퍼엉!
 
으아악!”
 
미드라이너 카타리나가 전격폭발에 맞아 피를 토했다.
 
이런!”
 
자르반은 좋지 못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적은 레넥톤까지 등장하여 기세가 등등했다.
 
타워가 밀릴 것 같은데?”
 
케이틀린이 불안한 음성을 뱉었다.
 
-쉬바나 어디냐?
-미드에 다 도착했습니다.
-한 가지 부탁하지.
-말씀하십시오.
-적의 뒤편으로 돌아가 방심한 적의 후미를 파고들어라.
-……, 이니시에이팅을 하라는 것 입니까?
-자르반, 저 신참이 가능할까?
 
케이틀린은 미덥지 못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봐 왕자. 그냥 타워를 내주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어때?
 
카타리나가 제안했다. 하지만 자르반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대로 밀리면 힘들어진다. 쉬바나! 너에게 달렸다.
 
쉬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적진에 있는 부쉬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전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들은 원거리에서 공격하며 아군을 압박하였고 미니언들을 도륙 내었다. 그러나 자르반과 일행은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곧이어 강력한 레넥톤을 앞세워 아군 포탑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때다!’
 
쉬바나의 직감은 알 수 있었다. 적들이 타워를 공략하는 이 시점, 가장 방심할 수 있으며 진형이 좋지 않은 이 타이밍이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한심한 잡종이로군!’
하찮은 인간의 몸을 하고있어.’
 
나는 천했고, 지극히 낮았다.
 
괴물이다 괴물!’
으아앙, 엄마! 저 괴물이 자꾸 쳐다봐!’
 
그랬다.
나는 괴물에 불과했다.
 
어휴, 되도록 저 여자애한테 가지 마!’
참 말세야! 드래곤과 인간의 아이라니! 흉측해!’
 
나는 드래곤의 피가 섞인 괴물이었다. 조금만 화를 내도 피부가 파충류의 그것으로 들끓어 올라왔고 너무 서러워 울면 머리에서 흉측한 뿔이 났다.
용에게도 사람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받지 못하는 잡종. 괴물, 쓰레기.
 
나는 왜 태어나서, 왜 살아가야 하는 것 인가?
 
어느 하얀 숲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 , ,
 
저기 나무 위에 죽은 듯이 매달려서 울고 있는 매미조차 부러웠다. 누군가의 멸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울 수 있으니까.
그녀의 발밑에 기어 다니는 개미들도 부러웠다. 그들은 살아갈 이유가 있으니까. 
 
혼자 숲에서 울었다.
다른 동물들이, 곤충들이 도망쳤다.
울지 못했다.
 
 
저 매미처럼 원 없이 울고 싶다
나 여기 아파하고 있노라
그렇게 울다보면
텅 비어버리고
가을에 밟혀 사라져질까
 
 
그러나 내 안은 분노와 끔찍함으로, 화염으로 가득 차있었다.
내 안의 설움을 눈물로 터트렸을 때 나는 용이 되었고 그들은 나를 죽이려했다.
나는 그들을 죽였고
진정 괴물이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
 
당신을 만나서 조금은 깨달은 줄 알았다. 조금은 행복해진 것 같았으며 조금은 사회라는 곳에 섞여 살아가는 것 같았다. 행복했다.
당신은 감사하게도, 이곳에서 나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크아아아아아!”
 
쉬바나의 몸이 타오르며 용족의 형상이 튀어 올랐다. 눈가를 시작으로 피부가 변해왔고 뿔이 피를 토하며 튀어나왔고 어깻죽지에는 날개가 솟구쳤다. 몸은 거대해져 강인함으로 이루어졌으며 화염은 협곡을 태울 듯이 타올랐다.
나의 의미.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
 
콰아아
 
쉬바나의 몸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거대한 용으로 타올라 적들의 후미를 덮쳤다.
 
나의 이름
나의 정체성
 
, 너는?”
, 뭐야?”
 
적들은 혼비백산했다. 거대한 용의 습격에 크게 당황한 것 이다.
 
데마시아!”
 
그 틈에 자르반도 뛰어들었고 카타리나와 쓰레쉬도 지체하지 않고 공격했다.
 
 
소환사의 협곡
그래, 이곳에서의 나
레넥톤, 내가 누구냐 물었지?
 
 
가장 먼저 전투를 지휘하며 적진 한가운데를 휘젓는 선봉장! 이니시에이터(Initiator)!
쉬바나의 모습은 그러했다.
 
 
나는 곧, 내 적수의 공포이니라.”
 
 
 
 Writer Dragon N 단편소설 -Initiator- End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