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득이 자냐 형이다. 아마 너는 지금쯤 자고 있겠지. 너는 열시면 잠자리에 드는 새나라의 어린이였으니.
다름이 아니라 시험공부하는데 하도 지겹고 시간이 느릿느릿가기에 부슬비내리는 이 밤에 형이 글하나 끄적여본다.
바야흐로 우리가 만난지 어느새 딱 420일째구나. 작년 2월 28일 월요일 신입생 환영회때 우리는 처음 만났드랬지. 어떻게 딱 우리가 그 테이블에 모여앉았을까. 혹자는 그저 좆도아닌 그저그런 우연이라고 할지 모르나 나는 그 만남이 더없이 소중하고 귀중한 만남이라고 말하고싶다.
그날 처음본 너의 인상은 매우 음침하고 친구가 없게 생겼었지. 나와는 잘 안맞을것같다는 생각과 서울놈이라는것때문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어. 그저그런 형식뿐인 번호교환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지.
다음날 글쓰기 시간에 들어갔더니 너가 보이더라. 그냥 인사만 하고 다른데 앉았더니 너가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쫄래쫄래 옆에와서 앉더라. 허허 그 뒤로 같이 통학을하며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지. 내가 처음 사귄 여자친구랑 깨져서 술만 푸고있을때 자취하던 친구방에서 같이 싸구려 양주를 마시다가 나보다 더 취해서 기어다니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너하고 마음이 잘맞고 같이 다니게될줄은 몰랐다. 가끔은 내가 좆같이 굴고 짜증나게해도 그게 다 너를 무지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란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가끔이 아니라 존나 항상이긴하지만 개같이 굴고 삐져도 금방 풀리는 내 모습이 귀여우니까 그냥 넘어가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렇게 친해진 너가 어느새 군대에 간다니 참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구나. 너가 처음 말했었던 대학친구는 기껏해야 4년지기라고했던 4년우정에서 이미 지나버린 1년과 2년간의 군대 생활을 더하면 이제 우리의 우정은 거의 막바지에 달한 셈이구나... 어찌됐든 그 동안 좋은우정이었다. 앞으로 너가 어떤 삶을 살게될지는 모르지만 항상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