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수명' 이야기: 세상이 험악해도 절망은 금물입니다
게시물ID : sisa_4184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시마을
추천 : 0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26 17:58:31
-세상이 험악하고 하루하루 삶이 힘겹습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실로 가관입니다.
-하지만 절망은 금물입니다. 우리 스스로 ‘주인의식’을 발휘하여 바꾸어나가면 됩니다.
-아래 ‘수명’ 이야기를 재미삼아 좀 읽어보십시오. 그리고 부디 힘과 용기를 내십시오.
 
---------- - ----------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도 46~7세 정도였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아쉽게도 그것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관련 자료가 많이 발굴되었고 연구도 충실히 되어 있는 서유럽 나라들을 보면 산업화가 막 시작되던 1,800년 무렵의 평균수명은 35세 안팎이다.
 
조선시대 수명과 관련해서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국왕 27명의 사망 연령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장 장수한 조선시대 왕은 만 81세 5개월에 세상을 떠난 영조이다. 두번째는 72세까지 산 태조 이성계이다. 70살(고희)을 넘긴 임금은 27명 중 불과 2명. "인생 70 고래희"라는 옛말이 들어맞는다. 그 다음으로 고종(66세), 광해(66세), 정종(62세)이 뒤를 잇는다. 별 통계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갑 잔치를 치른 왕은 20퍼센트도 안 된다. 사망 연령을 평균내보면 46.1세이다. 왕위에서 쫓겨난 뒤 16세에 살해당해 천명을 누리지 못한 단종을 제외하면 47.3세이다. 오늘날의 한국남성 평균수명과 도저히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국왕들이 일반 백성들보다는 오래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유럽의 자료들로 유추해 보건대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35세 내외, 혹은 그 이하였을 것이다. 의식주 생활에 궁핍함이 전혀 없고 의료 혜택도 가장 많이 받았을 국왕들이 백성들보다 오래 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가장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사람은 헌종(7세)이다. 그리고 순조(10세), 단종, 명종, 고종(이상 11세)이 그 뒤를 잇는다. 다시 말해 모든 왕이 영유아기(0세~4세 미만)를 지나 왕위에 오른 것이다. 근대화/산업화 이전 영유아사망률은 엄청나게 높았다.
여러 나라의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출생아 셋 가운데 하나는 네 살까지도 살지 못했고, 넷 중 하나는 첫돌조차 맞이하지 못했다. 왕가도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예컨대 최장수 임금 영조의 자녀 14명 중 다섯이 네 살을 넘기지 못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첫돌까지 살지 못하는 아기는 3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영유아기를 살아 넘긴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10살가량 늘어날 것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보면 국왕과 백성의 수명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유아사망률을 감안하면 조선시대 국왕이나 백성이나 지금에 비해 수명이 40년, 혹은 그 이상 짧았다. 영유아사망률은 말할 것 없고 모든 연령대의 사망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오래 된 옛날도 아니지만 요즈음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아니, 지금이 수백만년 인류역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신시대, 신세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평균수명은 세계 톱클래스에 속한다
 
각국의 통계당국은 매해 연말 그 전 해의 평균수명(정확하게는 평균기대여명), 영아사망률 등의 정보를 담은 "생명표"를 발표한다. 생명표는 각 연령대의 연간 사망률을 종합해서 작성한다. 예컨대 2011년 0세~1세 미만, 즉 2011년에 태어난 아기의 1년 동안 사망률(영아사망률)은 12월 31일 생이 첫돌을 맞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관찰해서 얻는다. 다른 연령대 사망률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표는 해당 연도의 1년 뒤에나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2013년 생명표는 2014년 말이 되어야 구할 수 있고,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11년 치이다.
 
2011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2세로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다. 여성은 84.5세로 세계 6위, 남성은 77.8세로 세계 20위이다. 평균수명, 영아사망률, 비례사망지수와 같은 보건지표는 의료수준 및 배분 정도뿐만 아니라 산업화 정도, 생활수준, 교육수준 등을 잘 반영하는 한 국가의 종합성적표이다. 보건지표를 보면 국가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보건지표는 당연히 1인당 국민소득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쿠바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쿠바는 소득은 중하위권이지만 보건지표는 상위권이다. 비교적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국민들에게 골고루 베풀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소득, 의료수준에서 세계 최상위권인데도 보건지표는 OECD 국가 중에서 바닥이다. 이것은 소득 격차가 크고, 의료서비스의 배분도 매우 불균등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다
 
얼마 전 지하철 차량 속에서 목격한 일이다. 70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말을 나눈다. “댁은 몇이우? 난 일흔하나” “나는 일흔다섯” “나보다 아래인 줄 알았더니. 그럼 아이는 몇이우?” “둘” “그럼 그렇지. 나는 애가 여섯이라우. 내가 바보였지.”
 
현대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그러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지금과 달리 자료가 풍부하지 못하고 연구도 덜 되어 있지만 대체로 여성의 수명은 남성보다 짧았다. 남녀 모두 요즈음보다 수명이 크게 짧았지만, 여성이 더 일찍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러했던 까닭은?
의식주 생활이 궁핍했던 과거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영양상태가 더 나빴고 누울 자리, 입을 거리도 더 초라했던 것이 중요한 이유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었다. 산전 산후 관리가 부실해서 분만하면서 죽는 일이 허다했고 출산 후유증도 요절을 재촉했다. 무엇보다 아기를 많이 낳고 많이 기르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커다란 짐이었다. 요컨대 모성 사망률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높았다.
 
-여성 수명 연장에 출산율 감소도 한몫
 
서유럽의 경우, 19세기 들어 출산율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고, 의식주(중요한 순서대로 언급하자면 식주의) 생활도 개선되었으며,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 산전 산후 관리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의학적인 의미에서도 “근대 여성(혹은 현대 여성)”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수명이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3이었다. 1960년의 6.2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듯이 합계출산율과 평균수명은 반비례 관계이다. 합계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평균수명이 증가해 왔다. (물론 합계출산율이 유일한 요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이 지난 6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수명 증가를 보인 데에는 가장 급격한 출산율 감소도 한몫했다. 자녀수의 감소는 여성의 부담만 줄이는 게 아니라 그 자녀들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그렇다고 앞에서 언급한 70대 여성이 바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남녀 수명의 차이는 6.7세이다. 열 살 가까이 차이 났던 1980~90년대에 비해서는 줄어든 셈이지만 아직도 차이가 큰 편이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남녀평등의 정도와 남녀 수명의 차이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일수록 남녀의 수명 차이도 적다, 즉 수명도 평등하다는 연구결과이다. 남성들을 위해서도 남녀가 더욱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통할 것 같다.
 
-노동조건과 인간 수명은 비례했다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이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엄청난 증대를 가져왔지만, 그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폐해도 가져왔다.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생활조건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아무런 안전장치, 위생시설이 없는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노동은 흔해빠진 일이었다. 어린이 노동이 일상화되어 심지어 서너 살짜리가 공장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일조차 있었다.
 
산업혁명은 자본가들에게는 지상천국의 도래였지만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을 뜻했다. 당시 적지 않은 사회운동가들이 그 처참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1848년 공중보건법” 제정에 기여했던 법률가 채드윅의 <대영제국 근로자들의 위생 상태에 관한 보고서>(1842년)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리버풀과 맨체스터와 같은 산업도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무려(!) 15~17세였다. 보수주의자 채드윅의 눈에 비친 지옥은 그를 노동조건과 위생환경 개선에 앞장서도록 했다. 채드윅의 공만은 아니지만 8시간 노동은 노동자들과 사회개혁가들의 모토이자 현실적 목표가 되었다.
 
-글쓴이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황상익(한국근현대의학사 전공)
-출  처 : <다산포럼> http://www.edasan.org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