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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바람불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게시물ID : animation_90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론구이
추천 : 2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27 1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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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기계에 대한 애정밖에 없엇던 주인공은 그저 묵묵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기계(제로센)를 완성해냈다.」

그것이 본래 살상을 하기 위한 전투기였다는 게 상당히 거슬리지만 일단 차치하도록 할게요.
당시 그들의 눈에는 마냥 찬란하게 보이는 제로센 전투기가 전쟁에서 어떻게 추악하게 쓰이는지 목격하고,
그저 눈과 귀를 막고 순수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 얼마나 비겁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전쟁에서 수많은 일본의 소시민들도 암묵적으로 동조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마다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요.
 
내용이 단순히 '철저하게 반성하고 비판하자. 각성하자. 일본이 밟히고 부서지는 것만을 조명하자'는 것은 아닐겁니다. 전쟁에 대해서도 그렇게 많이 나올것 같지도 않아요. 저도 그렇고 우리 입장에서야 일본이 부서지는 것만이 자극적으로 묘사된다면 쾌감과 후련함을 느끼겠죠.

다만 문제는 지금 일본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랑 같습니다. 전쟁은 말로만, 글로만 배웠지 전혀 실감할 수가 없는 세대에요.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도 있고, 군대에 대해서도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 끊임없이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대해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잖아요. 체감이 안될 겁니다. 2차대전이 벌어질 즈음이어도 지금이랑 매한가지 아니었을까요? 전쟁에는 무관심한 채, 각자 저마다의 일을 묵묵히 할 뿐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거에요. 전쟁의 비참함에 대한 인식 역시 중요하지만, 바꿔야 할 것은 전쟁을 방조했던 비겁함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고편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희망차고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영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런데 후반에 주인공이 날린 종이비행기가 제로센이 되고, 그 제로센이 부서지며 추락하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주인공의 애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그림을 그리다, 돌연 얼굴에서 피를 쏟는 장면이 붙더군요. 인상깊었습니다. 새빨간 피.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 피가 등장하는 것이 그닥 드문 일은 아니지만, 유난히 새빨간 색감이 걸리더군요. 이렇게 노골적인 피가 나타나는 장면이 뭐가 있었을까 했는데 당장 생각나는 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이 전쟁터에서 격렬하게 전투를 벌인 후 성으로 돌아왔을 때, '원령공주'에서 들개신이 인간에게 총을 맞고 절벽 밑으로 떨어졌을 때 정도네요. 어디선가 주워들은 바로는 하울이 전쟁 중의 지식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던데, 그 해석을 따라간다면 아마도 하울이 흘린 피는 전쟁에서 얻은 부당한 압제같은 거겠죠. 또 원령공주에서 들개신이 흘린 피는 자연을 도구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두 장면에서 흐른 피가 모두 픽션 속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에서 흘렀던 피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하야오가 바라보는 실제적인 '피'라는 것은 어떤 건지 알고싶네요. 어쩌면 여태까지 이루어졌던 인간에 대한 고뇌가 실제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도 같아 사뭇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게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바램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논란이 많이 일긴해도 여태까지 보여준 무수한 작품들을 뒤로하긴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부디 마지막까지 제가 존경할 수 있는 감독님으로 남아 계셨으면 할 뿐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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