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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볼수록 새누리당 사람들 참 머리 좋습니다.
게시물ID : sisa_590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스탤지어
추천 : 11
조회수 : 793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5/04/30 16:14:57


 30대 초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거주자입니다.
 이번 선거 유권자였습니다.
 네, 멘붕 왔죠.
 그런데 한편으론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다 싶습니다.
 어제 자려고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 이 사람들 참 머리 좋습디다.
 새누리당 사람들 말입니다. 정말 전략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선거를 보면서 느꼈던 건
 물론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수적인 건 맞습니다만, 반드시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고
 젊다고 진보인 것만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젊은 사람들은 새누리당=대체로 썩어있고 지들 좋은 것만 진행하는 정당 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박근혜에 대한 평가도 좋지 못합니다. (이건 나이 든 분들도 의외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막상 내 생활에 대입하면 그렇게 마냥 원론적인 판단을 내리진 못한다는거죠.
 이 현상은 젊을수록 더 심하더군요.

 
 가령, 청라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야 여당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막상 투표를 해야 할 시점이 오면 어느 정당을 찍는 것이 자신의 생활에 유리할지를 계산하는데
 이럼으로 인해 야당이 이번에도 그렇고 주로 내세우는 소위 '심판론'은 벌써부터 빛을 잃는 겁니다.
 당원이 아닌 이상 그 당이 심판을 하던 뭘 하던 관심 없어요.
 당장 내 집 앞에 지하철이 뚫리느냐, 내가 사는 집값이 오르느냐, 땅값이 오를만한 호재거리가 생기느냐가 더 주된 관심사입니다.
 결론은 '돈'으로 귀결되는데, 새누리당이 전략을 잘 짠다고 느끼는 건 이걸 이용한 슬로건을 기가 막히게 짠다는 겁니다.


 베오베에 어떤 멋진 분이 아주 잘 설명해주셨지만
 정말 이번 안상수의 슬로건은 '시작도 안상수 마무리도 안상수'였죠.
 언뜻 경악을 금치 못하는 슬로건인데 문제는 이게 암기가 엄청 잘 된다는 것...
 정치에 ㅈ자도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그 슬로건은 기억하더군요.
 

 얘기는 여기에서 발전합니다.
 '안상수가 ㅆ놈인건 잘 아는데 말야, 근데 그 사람이 청라 개발을 마무리지어야 된다 그랬다며? 강화 개발도 자기가 주도해야 된다 그랬다던데?'
 '어? 그럼 이쪽 땅값 좀 오르겠는데?'
 '그러게 가뜩이나 인천지하철 2호선 뚫리면 여기 좀 나아질텐데 강화 개발까지 되면 여기 완전 번화해질걸.'
 '그럼... 어차피 1년짜리인데 그냥 안상수 밀어줘야하나?'

 
 이렇게 얘기가 오가고, 이게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마치 정설처럼 나돌고, 집 보러 땅 보러 오는 사람들 귀에도 들어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상수가 되야 이 지역 발전이 더 된다' '안상수가 시장 시절 못다한 검단 강화 지역 개발이 늘 맘에 걸려서 이렇게라도 돌아와 마무리지으려 한다더라' 등의
 그런 얘기들이 돌고 도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 새정연의 신동근 씨는 '심판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만 내걸었지요...
 솔직히 좀 답답했습니다.
 심판하겠다는 말은 뭔가 되고 나서 해도 되고, 그냥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주셔도 되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주민들은 관심 없습니다. 심판을 하던 말던... 그건 당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지 일개 지역구 의원이 내걸 구호는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마냥 감정에 호소해서 먹힐 만큼 요즘 사람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움직이거든요.


 또, 신도시의 특성 상 내가 사는 지역에 딱히 애착이 없다는 것도 한몫 합니다.
 저만해도 내일이라도 이사 가자 하면 망설임 없이 떠날 수 있습니다.
 검단은 내 고향도 아니요, 그저 서울과 교통이 약간 더 편리해서 살고 있다 뿐인지 전혀 연고도 없습니다.
 문제는 저 같은 사람이 워낙 많아요. 거의 대부분일걸요. 신도시니까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 투성입니다. 뜨내기들도 많고요.
 그렇다보니 그냥 내 출퇴근 편해지게 교통망 잘해주고 다리 하나 더 놔주고 집값 올려주는 사람이 최고지 심판???
 전혀.. 관심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관심' 입니다.
 관심이 없습니다. 투표율 보세요. 검단 지역 25%인가 그것밖에 안 됩니다.
 75%가 자신의 표를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도 그 중 하나겠네요. 물어보니 다들 안 했더라구요.
 심지어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고 그날이 선거일인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어요.
 사전투표 했다고 하니 저더러 엄청 부지런하답니다. 걸어서 5분 거리 동사무소에 가서 도장 한번만 찍으면 되는건데 그게 부지런이라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표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여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지겠죠.


 이런거 저런거 다 따지고 생각하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야당, 지금 제가 보기엔 문재인 대표님, 그리고 그 이하 최고위원들.
 여기서 그나마 눈에 띄게 활동하는 사람은 정청래 의원 정도, 나머지는 뭔가 하시긴 하겠죠. 그런데 존재감도 미비하고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보세요. 소위 대권주자라 내세울만한 김무성, 김문수(솔직히 끼워주기 싫지만 자칭 대권주자라 하니..)
 뭐 이런 사람들 외에 스타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제법 되더군요.
 나경원, 오세훈, 강용석 같이 티비에 자주 얼굴 내비치는 사람들.
 특히 강용석 같은 사람이 요주의죠. 예능에 자기 아들들 데리고 나와서 어느새 아버지 이미지로 친숙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아들들에게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판에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 아들들이 어떤 도덕성과 윤리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 특징은 일단 언변이 좋고, 젊죠. 외모도 나쁘지 않고요.
 잘생기고 똑똑한 사람들 데려다 당의 마스크 역할을 하고 때에 따라선 방패 역할도 하고요.
 쓰다 별로 효용가치 없어지면 냉정하게 버려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알아서 신중하게 기어갈 줄도 아는 사람들이고요.
 
 여기에 더 나아가서 거의 주니어급이라 해도 될 만한, 이준석이나 손수조 같은 사람들도 있네요.
 어리다고 지금이야 무시 받지만 10년만 지나면 아마 당내에서 제법 영향을 끼치는 젊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겁니다. (사고만 안 친다면)
 이게 왜 중요하냐면 새누리당은 지금 야금야금 조금씩 젊은 당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서 '나와 넌 같은 세대, 너의 아픔을 나도 안다'고 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 공감력에 돌아선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배신하지 않습니다.
 이건 감정에 호소한다는 차원은 아닙니다. 
 '나 이거 잘할 수 있어, 그니까 나 뽑아줘' 이거랑
 '나 니 맘 다 안다, 그래서 널 위해 내가 나설께. 그니까 나 뽑아줘'
 이건 정말 다른겁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거거든요.


 반면에 야당은, 젊은 정치인이 없습니다. 그나마 김광진 의원 정도인데 그 분 외엔 당 자체에서 주력으로 키우는 젊은 정치인이
 있기야 있겠지마는 잘 눈에 띄진 않네요. 오히려 튀어나오는 걸 방지하려고 위에서 억지로 누르는 느낌마저 들 지경입니다.
 어떨 때 보면 새누리당이 더 진보적이고 새정연이 더 보수적인 것 같아요. 당론 말고 당 자체 내부의 분위기 말입니다.
 새정연 이번 성완종 리스트 건에서도 이 좋은 건을 잡고도 어쩜 그리 다들 조용하신지.
 심지어 박지원은 홍준표를 대놓고 감싸고 말이죠.
 뭐하는 짓들인걸까요???
 만약 새누리당이었다? 아주 벌써 새정연은 가루가 되어 탈탈 털리고도 남았을겁니다.
 쪼개지고 붕괴되고 아주 야당이 작살이 났을거예요.


 새정연은 왜 요즘 대중들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열광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진정 바라는 야당의 모습을 이재명 시장님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거침없는 언변, 시원시원하게 내뱉으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데다 행정 능력 또한 뛰어나죠.
 자기 할 일 다 해가면서 근거 있는 팩트로 언제나 상대방의 맹점을 정확히 공격하는 그 통찰력을 주목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뭐 지지자 까지는 아니지만 이재명 시장님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거든요.

 심판이니 뭐니 그런거 맨날 말만 뻔지르르 해대고 막상 키를 쥐어주면
 얘가 살아는 있는건지, 일은 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는,
 심판을 한다고 했는데 대체 언제 한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선거철만 되면 어디선가 튀어나와서 손 흔들며 표 달라고 말하는,
 그런 정치인들의 모습을 우리가 어디 한 두번 봤습니까?
 

 문재인 대표님 그러니 혼자 싸우려하지 마시고
 당 내부에서 가지치기를 강하게 하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당 내부세력을 안고 가는 것도 좋은데 지금 너무 버릴 카드가 많습니다. 불필요하게 사공이 너무 많아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당 자체의 평균 연령도 좀 낮추시면 좋겠습니다.
 혁신과 심판을 하자면 목소리 크고 힘센 젊은 정치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구태의연한 낡은 세력(특히 동교동계)과는 과감히 이별하셨음 좋겠습니다.
 

 야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낡아빠진 심판론 얘긴 이제 그만.
 그건 대권을 잡은 이후에 행동으로 보여주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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