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의 일이다. 아이가 어디서 작은 토끼를 데려왔다. 내내 토끼와 같이 놀던 아이는 학교에 가면서 애비에게 잘 돌보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는 감나무와 화초가 조금 있는 마당에 토끼를 풀어놓았다. 집안에 있었으니 답답했으리라 생각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토끼를 찾았다. 그때야 나는 생각나서 찾아보았으나,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것이다. 순간 몇 년 전, 마당에서 병아리를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범인은 고양이였다. 아차! 하지만 차마 나는 아이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점점 토끼를 찾을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아이 눈에서 뚝뚝 눈물을 떨어졌다. 그때의 미안함이란... 그런데 마음 한 켠에는 안도감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