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국가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아마도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이 무슨 5,60년대도 아니고, 7,80년대도 아니고 무슨 소리냐 하실 겁니다.(아니 하셨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1인이니까요.
참... 말도 안되는 말이죠. 국가 때문에 운다고요? 지금이 일제시대도 아니고, 독재정권 하도 아닌데....
뭐... 그냥 편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거나, 있다면 정말 나라에 큰 일이 생긴 것이겠죠.
저는 33세의 냉혈한 입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딱딱한 남자입니다. (멘사회원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이었던 2002년의 대한민국 월드컵을 보면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으니까요.^^;;
기득권층은 당연히 아니고, 경기도권 아파트 전월세에 연로하신 부모님 모시고 살고 있는 총각입니다.(뭐 당연하겠죠. 골수 오유인이니까.)
어린 시절(당시 국민학교)에 아버지 사업에 실패하시고, 빚과 함께 지하월세방으로 이사한 후 10년이 넘게 1층 넘어로 못 올라 왔고,
대학 학비가 없어서 지방대학(아주대)를 4년 장학금 받고 입학했습니다. 군대 가는 시간 아까워서 장교생활했고, 그거 하면서 모인 돈으로
영국MBA 했습니다. 영국에 갈때 자격조건에 해당하는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서 비자 한번 거절 당했고요, 이모부가 보증서주시고
학비 전액 먼저 입금하고 나서야 겨우 비자 받을 수 있었고, 지금도 영국 입국할때는 비자 거절사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30분 이상 걸립니다.
지금은 10대 그룹 증권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시크릿캡슐'이라는 작은 아이템도 하나 가지고 있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하늘에 우러러 제 삶에 한점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당연히 오산이었죠.
그냥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일 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정치에 무지한 상태로, 오로지 제 살 길만 찾아 헤메고 있던 저였습니다.
한번 더 어리석었던 저를 자책합니다.
정치훈련장교로서 군생활을 하면서 매일매일 한겨례신문을 포함한 3대 주간지를 모두 읽으면서도 별 느낌없이 살아온 지난 날을 반성합니다.
변명하자면, 그들은 그만큼 강합니다. 하물며 어르신들이야 오죽할까요. 문제는 과거의 저처럼 아직도 눈뜨지 못한 청춘에게 있습니다.
정훈장교 시절 저는 우리 병사들에게 대한민국과 자신을 위해 제발 꿈을 꾸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때, 한마디 더 할 걸 그랬습니다. 부디 현실을 바로 보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물론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합니다.)
지난 5년, 정말정말로 MB덕분에 정치에 눈을 뜨게 되었고, (MB 고맙다 시발)
오유 덕분에 조금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대한민국을 응원했습니다.
오유행사도 응원하고(요리대회 협찬 ^^v)
26년 영화만들기도, 자선행사도, 네이버 나눔도,
가진 것 없지만, 소액이라도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근 3개월...
문재인 - 안철수 - 박원순
세분이 대선에 나오시면 어떨까? 정말 너무너무 행복한 고민을 하며 어떤 분을 골라 드려야 할까 꿈꾸기도 하고,
'아냐!! 현실을 직시하자!! 지금은 힘을 모을 때이다'라며 주변 사람들(어머니 포함, 아버진 실패 ㅠㅠ)을 설득하고
같은 꿈을 꾸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엄밀히 말하면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는 아닙니다. 후보는 최선이고 정당은 차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잘한 것인 잘했다고 칭찬하고 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제 오후까지는 정말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투표했고, 멘토분을 만나 즐거운 희망의 이야기를 2.5시간 나누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올라가는 투표율을 보며 감동했고,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늘어선 투표소의 긴 줄, 이어지는 SNS의 인증샷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감동이란 이런 것이고, 승리라는 말이 이것이며, 이제 희망과 미래와 꿈이 우리 곁에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아니, 적어도 그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향후 10년, 20년 웃으며 신문을 보고 TV와 언론을 모니터링 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어려워도, 국가와 국민이 함께 이겨내고, 잘하면 영웅도 몇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가를 통해서 시원하게 한번 울어봤습니다.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고, 거울을 보니 철없이 눈물 흘리며 웃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오유는 축제 분위기였죠.)
아니 생각해 보니 좀 부끄럽긴 했습니다. 이런 일에 울다니... 겨우 ... 이런 당연한 승리에 울다니.. 바보 같네...
부끄러움보다도 울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더군요.
그리고 5시간 후,
정말 믿을 수 없는 출구조사.
몇 분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확정소식....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TV를 껐습니다. 조용히 방에 들어와 오유를 봅니다.
오유를 봅니다.
계속 오유를 봅니다.
대한민국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그저 미안한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민주주의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울었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릅니다.
아까 흐르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물방울이 피부의 굴곡을 타고 흘러 내립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졌다는 사실이..
그리고 제가 국가를 위해.. 아니 국가 때문에 울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왜 울고 있을까요?
그저 진 것이 억울해서요?
아마도 오유인 여러분들은 아시겠죠. 그리고 몇몇 분들은 어제 저와 함께 울고 계셨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에 대단히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니고,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행동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를 사랑할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울고 계신가요?
딱! 오늘까지만 울고
내일부터는 밥 잘먹고 힘내겠습니다.
웃으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켜드려야 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실 작은 영웅분들이 분명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약속컨데, 그 분들께 제 작은 힘을 차곡차곡 모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행복이 가득한 대한민국을 꿈꾸겠습니다.
남자가 태어나서 세번 운다고 합니다.
저는 어제 두번을 울었습니다.
마지막은 5년 후에 울겠습니다.
똥꼬에 털나도 좋으니...
맘껏 울고 웃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