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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생긴 일 -3부-(혐)
게시물ID : panic_59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눈이개구리
추천 : 5
조회수 : 28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10/22 11:06:12
모텔에서 생긴 일 -3부-
 
 
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건,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
 
'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
 
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난 당당하게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금했다.
 
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어가 있다.
 
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
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
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나 태우자.
 
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
 
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
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톱을 들었다.
 
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
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
 
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각하자.
 
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다섯 시간이나 있었구나.
 
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
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바퀴는 돌렸으니...
 
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내장들.
 
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
부피가 커 보인다.
 
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 은 그럴 수도 없다.
 
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닦고 또 닦았다.
 
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 린내와 구역질나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 을 했다.
 
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 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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