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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게시물ID : animal_567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브랜리스
추천 : 0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7/29 15:18:33
어릴적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보면 만져주고 껴안아주고는 했다. 복슬거리고 따뜻한 느낌의 개들은 하루종일 껴안고 있기만해도 행복할거같았다. 부모님께 강아지한마리 사달라고 졸라대서 결국 동물병원에서 한마리의 푸들을 분양받았다. 녀석은 어느 주인의 푸들이 임신을 해서 동물병원에 맡겼는데 강아지는 데려가지 않는다고 한것인지 동물병원에 맡겨져 있던 6개월된 녀석이었다. 깽깽거리는 녀석은 활발했고 귀여워서 내가 정말로 사랑했다. 집에 도착에 문을 열면 신발장으로 뛰어나와 신발을 핥고 깡충깡충 뛰고는 했다. 헥헥거리면서 꼬리를 흔들어대고 안아주면 좋다고 우우웅 거리고 했다. 개주제에 지가 사람인줄 아는지 엄마가 나를 어이구 우리아들하고 등을 팡팡두드려주고 껴안아주면 컹컹짖어대면서 사이에 들어와 막 몸을 비비며 자기를 이뻐해달라고 낑낑거리고 재롱을 떨었다. 다리를 벌리고 선다음 다리사이로 머리를 넣어 까꿍하면 뛰어와서 머리를 핥아대었고, 양말은 또 왜이리 싫어했는지 양말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개껌이나 고기를 주면 주인이고 뭐고 으르렁 대면서 까칠하게 굴기도 했고, 그 작은 체구로 소파위나 침대위에 뛰어올라오는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똥오줌을 못가려서 아무데나 싸놓았다고 혼내기도 했고, 거실에 같이 누워 내 팔베게를 베고 자기도 했다. 얼굴에 바람을 불면 간지럽다고 내 겨드랑이 사이로 발로 얼굴을 비비면서 파묻어오기도 했고, 배를 긁다가 멈추면 좀더 긁으라고 앞발로 내 팔을 툭툭치기도 했다. 가족중 누군가 술에 심하게 취해 쓰러져 자면 머리 맡에 누워서 있다가 아빠나 엄마 또는 내가 가까이라도 갈려치면 물겠다는 듯이 엄청난 기세로 으르렁대는 듬직한 녀석이었다. 한강에서 목줄을 차주는 걸 싫어해 풀어주면 저 끝까지 뛰어갔다가 어서 오라는듯이 고개돌리고 서있었던 니 모습이 생각난다. 풀숲에 마구 뛰어들어가 도깨비풀을 온몸에 붙이고 나서도 헥헥거리며 꼬리치던 니가 생각난다. 밖에 나갈라 치면 자기도 데려가달라고 짖으면서 바짓단을 물기도 하고 두달로 서서 앞발로 내 다리를 꼭 붙잡던 것도 생각난다. 엎드리거나 누워있으면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몸을 둥글게 말고 자던 모습도 기억나고, 먹을걸 달라고 식탁맡에서 너무 울어대서 장난삼아 던져준 청양고추를 씹었다가 켁켁거리고 기침하다 물을 마구 마셨던 너도 기억이난다. 내 침대에서 자다가 굴러 떨어지고 내 침대로 다시 올라오기 싫어해서 나랑은 같이 안자려했던 괘씸한 녀석이기도 했고, 내가 아파서 누웠을때도, 슬퍼서 울면서 주저앉아있을때도 슬며시 곁에와서 기대어 온기를 주던 녀석이었다. 미안하다, 너가 나이들어 노안이 되어 앞을 더 이상 보지못하게 됐을때도 너의 눈이 되고 기대어 주지못한게, 미안하다 너가 더이상 뛰어다니지 않아 바깥에 데려다 주지 못한게 나 혼자 나가 너만 집에 두고 다닌게 너무 미안하다. 너가 갈때 좀더 너를 안아주고 너에게 맛있는거 못해주고 씻겨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지못해 미안하다. 배좀 긁어달라고 누워있을때 몇번 긁어주다 피곤하다고 내방에 들어가 잔것이 미안하다. 너가 죽지않으려고 했던걸 알았다. 바로 어제 여행을갔다 다녀왔을때부터 너는 마른기침을 계속해서 했다. 평소에 들은 적없는 메마르게 갈라진 목소리라 왜 그러냐고 아픈거냐고 물으며 쓰다듬어줬지만 짐승인 너는 나에게 아프다고 말하지는 못햇던것을 안다. 녀석은 원래 어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틀전부터 사료를 안먹었다고 했는데 더워서 그런가보다 하고 물을 더주고 사료를 잔뜩주고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고, 부모님은 시골에 내려갔다오셨다. 녀석은 자기의 끝이 온걸 알았지만 우리 품에서 죽고싶었나보다. 그렇게 버티다 모두 돌아온 오늘 아침 녀석은 우리 품속에서 나의 손끝에서 내 팔과 내 가슴안에서 갔다. 영원히 갔다. 녀석을 눕혀 놓고 바라보면 평소처럼 그냥 자는것 같다는게 현실감이 없다. 몸이 아직 따뜻하고 온기가 내 손바닥에 느껴지는데 영원히 죽지않을거같았는데 뒤돌아보면 짖을거같은데 내 발에 몸비빌거 같은데 누워있으면 내 옆에 기대어 자빠질거같은데 부스럭 거리며 뭔가를 먹으면 꼬리치며 달려나올거같은데 가버렸다. 가버렸다 영원히 15년동안 나는 너를 데리고 있었다. 내가 점점 커가면서 너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에서 당연한 존재로 변해버린지도 몰랐다. 그저 그 자리에 항상 있어주는 내 장난감이자 친구이자 형제였다. 좀더 해줄걸의 아쉬운마음이 너무 많이 요동친다. 너가 죽은거같지가 않다 하얀 천에 누워 있는 너는 지금 이글을 치다가 바라보면 그냥 오후에 더운 햇살아래 편히 자고있는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너가 좋은곳으로 간것을 안다. 두눈이 투명하게 맑아 천릿길도 바라보고 두다리는 가벼워 날듯이 뛰어가며 꼬리는 마치 풍차마냥 신나게 돌리며 저어어 앞에 뛰어가 하얀색 점이 되어 나를 향해 고개돌리고 컹컹대며 어서오라는 듯이 짖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가라 그곳에서는 아픔없고 오로지 기쁨만 있을것이다. 먼저가서 너 먹고싶은거 모두 먹고 하고싶은거 다하면서 기다려다오. 나중에 내가 널 보러갈때 컹컹하고 짖어다오 정말 크게 짖어 너인걸 알수있게 반겨다오. 잘가라 나중에 또 보자 고마웠고 사랑했다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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