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나는 육군 중위였고 GOP부대에서 2년간 소대장을 마치고 부대장의 추천으로
수도방위사령부 제X경비단이라는 곳으로 2차소대장직에 부임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부대의 임무는 청와대 특정경비구역 경계였고 나의 소대 섹터 내에는 숙정문,,,,
일명 '대통령쉼터'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통께서는 이전 탄핵바람과 이놈저놈 태클거는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쉼터에 자주 올라오셨습니다.
그러는 날이면 우리 소대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새벽부터 산책경로를 쓸고 풀뿌리뽑고
나는 대통령이 도착하면 목을 식힐 음료와 시원한 물수건을 준비했습니다.
그저 형식적이었고 솔직히 짜증이 많이 났었습니다. 왜 이런곳까지 올라와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북악산 숙정문에 서면 서울시내가 한눈에 다보인다)
대통령은 올라오셔서 쉼터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곤 하셨습니다. 볕이 잘드는 벤치였습니다.
대통령이 오시는 날이면 나는 늘 대통령께 해드릴 재미있는 이야기나 서울의 숨은 역사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 이야기 해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지긋이 웃으며 '그렇구나...이야기 고맙다" 라고....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모든 부대원들이 대통령을 지키면서 대통령을 싫어했습니다.
무능력하다고...구체적인 이유는 몰랐습니다...상급자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나는 그런줄 알았고 나 또한 그 이야기를 소대원들에게 했으니까.
나는 왜 그때 생각하지 못했을까...?
얼마나 마음이 괴로웠으면 이곳까지와서 쉬셨을까...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할 사람이 얼마나 없었으면...나의 이야기를 그렇게 경청해준걸까...
나는 지금도 가끔 북악산에 갑니다.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성곽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경관이 너무나 아름답고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때문이죠.
근데 그거 아시나요?
김대중시절까지만 해도 그곳은 GOP와 같은 3중철책으로 둘러쌓여 민간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께서 이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을 대통령만 보는것이 아까우니 전국민에게 개방하라고 하여
현재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서울의 정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분은 그렇게 국민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것을 잘아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얼마전 꿈에 당신이 나왔었습니다. 농부의 모습으로 막걸리를 드시고계시다가 저를 보고는 반갑게 맞으며 한잔 주시더군요...
꿈에서 조차 저는 죄송하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글로서 나마 이렇게 제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죄송합니다...그때 더 잘해드렸어야하는데...내 이야기만 하지말고 당신에게 질문이라도 한번 했어야 했는데...
부디 다음세상에는 홀로 힘든길을 가지 마십시오.
다시 오신다해도...
사람들은 당신의 가치를 다시 당신이 떠나서야 알게될 테니까요...
보고싶습니다. 각하...
여러분도 꼭 한번 북악산 성곽길 숙정문에 가보셔서 그분의 숨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