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봤던 공포 만화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어른들이 읽기에도 구성도 좋았고 내용도 나름 심오했었던지라 내용이 아직까지 기억이 나네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중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 공게에 남겨보려 합니다.
중년 K는 골동품 수집하기를 매우 좋아했다. 하루는 같은 취미를 가진 먼 친구를 찾아갔는데 친구가 골동품을 모아놓는 방에서 기이한 물건을 발견하였다.
비쩍 마르고 털이 거칠게 나 있는 작은 짐승의 발 같은 것이었다.
K는 이 물건에 흥미가 생겨 친구에게 물건에 대해 물었다.
그것은 중세 시대 마녀가 키우던 고양이의 앞발이라 했다. 신기하게도 고양이의 앞발이라 하는 물건은 발가락이 세개였다.
"세 발가락 보이지? 세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더군. 하지만 한 가지 소원을 빌면 한 가지 불행이 찾아온다고 하더군."
K는 그 물건이 마음에 들어 집에 가져와 수집품 방에 진열해놨다.
몇 해가 지나고... K의 사업은 눈에 띄게 기울어 결국은 부도 직전까지 가고 말았다.
절망에 빠져 하루 하루를 보내던 중 K는 진열돼 있는 고양이 발을 발견했다.
술김에 고양이 발을 들고 K는 다시 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누가 접기라도 하듯 고양이의 한 쪽 발가락이
스르륵 접힌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사업은 다시 상향선을 그리며 이전보다 더욱 더 잘 되게 되었다.
하지만 곧 불행이 찾아왔다. 집안에 하나뿐인 외아들이 사고로 사망하고 만 것.
아내는 무척 슬퍼하며 술로 매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아내는 K의 골동품 방을 부수고 들어가 고양이 발을 들더니 큰소리로 아들을 다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K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두개 남았던 고양이의 발가락 하나가 접혔다.
별장 안은 조용했다. 그 순간 밖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아빠... 밖은 너무 추워요. 문 좀 열어주세요."
괴로운 듯 문을 두드리며 아들은 그렇게 부모를 찾았다. 아내는 울며 문을 열려 했지만 K는 아내를 막았다.
문 앞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K는 고양이 발을 들고는 말했다.
"아들을 편하게 해줘..."
마지막 남은 고양이 발가락은 접히고 더이상 아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 발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