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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섀도우 프로젝트 - 3
게시물ID : powder_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적반하장
추천 : 0
조회수 : 2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06 21:23:48
* * *

 “시간이 되었다. 일어나라.”

남자는 페이지를 향해 말했다. 페이지는 서서히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는 여전히 묶여있는 상태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는 이제 옆으로 누워있다는 점이었다. 남자는 종이를 넘기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꿈을 꾸는지 소리를 잘도 지르더군. 그럴 기운은 남아 있나보지?”
 “......!”

남자는 다시 종이를 넘기고 페이지에게 말했다.

 “네 녀석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해주겠다. 벌써 하나는 찾은 것 같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오랫동안 계속된 고문 수준의 취조는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그가 기절해 잠든 동안 남자는 빵과 우유 조금을 주었을 뿐이다. 남자는 일부러 조소를 띄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먹을 것은 주지 않았나? 자, 시작해보세. 다음으로 내가 원하는 기억은, 자네가 맡았던 첫 번째 임무, 칼리스토 수용소에서 진행했던 잠입일세.”
 “......!”

칼리스토 수용소는 페이지에겐 정말로 익숙한 곳이었다. 제국의 저격 궁수가 되기 전에 그가 잠시 살았던 곳이었다. 물론 그는 탈옥사건 이후로 다른 제국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그를 괴롭혔다. 페이지의 얼굴에는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표정이 올라왔다. 남자는 그 표정을 볼 수가 없었으므로 다시 취조했다.

 “그 때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게.”
 “...... 황제의 명을 받고 편성되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내용은 어김없이 모니터에 비추어졌다.

* * *

 나는 황제의 명을 받고 특수 부대에 편성되어서 첫 임무를 들었다. 내가 잠시 수감되었었던 칼리스토 감옥에 잠입하여서 극우 세력의 핵심 인물을 찾아오는 내용이었다.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전문가 같았다. 내가 황제를 알현하러 갔을 때 나에게 말을 건 호위기사도 부대에 편성되었는데 이름은 ‘미즈’였다. 이 부대는 종합적인 일을 하는 미즈를 필두로 저격 궁수와 암살 요원 몇 명으로 구성되었다. 

 “자, 칼리스토 감옥에 잠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간수들에게 들켜서 개죽음 당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다.”
 
미즈는 작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암살 요원인 올리버와 트위스트는 성벽을 타고 잠입하고, 나와 미즈는 지하로 잠입하는 것이 주된 줄기였다. 최대한 사살은 자제하고 혹시나 적을 사살해야 한다면 시신을 잘 숨겨둬야 한다는 것이 주의사항이었다.

 “작전은 오늘 자정부터 시작된다. 모두 정신 바짝 챙겨 오도록. 일단 여기서 해산.”

나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주점에서 들리는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에 놀랐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어이. 74번. 살아있었냐?”
 “케인?”

나는 뒤를 돌아 케인을 보았다. 케인을 보는 순간 머리가 다시 아파왔다. 그의 모습과 감옥에서의 모습이 겹쳐졌다. 수염을 길게 길러서 마치 무인도에 버려진 사람처럼 해서 다니는 꼴이 감옥에서의 그것과 똑같았다. 그는 약속대로 박하 술을 사 주었다. 그는 나에게 그간의 일을 물으면서 내가 특수 부대에 편성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그런가? 나도 사실 황제의 명을 받은 비밀 요원 중 한명일세.”
 “거짓말도 적당해야 믿는 법입니다.”
 “어허, 이 친구가 사람을 못 믿네. 하하하하”

나는 박하 술을 한 잔 들이켜고 케인에게 말했다.

 “사실 요즘 들어 두통이 조금 심하군요. 요 전에도 그렇고.......”

케인은 잠시 술을 내려놓더니 나에게 말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모양이군. 스트레스 풀기에는 박하 술이 좋지.”
 “...... 그렇겠죠?”

나는 다시 박하 술을 들이켰다. 시원한 액체가 내 목구멍으로 넘어갈 제 나의 두통도 함께 사라지는 듯 했다. 갓 지어낸 따뜻한 빵도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담소를 나눈 것 같았다. 그런데 술기운이 잔뜩 오른 케인이 술을 자기 다리에 들이 부었다. 

 “케인! 뭐하십니까! 술 많이 드신다더니만 거짓말이셨군요?”
 “크크크....... 그냥 빨리 취하는 걸세.”

나는 황급히 옆의 냅킨을 집어 들어서 그의 옷을 닦았다. 또 이상한 두통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이 소란 덕분에 이쪽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한쪽에선 수군대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나의 낌새를 눈치 챘는지 됐다면서 손수건을 뺏어들었다. 그러자 두통은 씻은 듯이 가셨다.

 작전은 그날 저녁에 시작되었다. 곳곳의 전등이 우리를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나는 미즈의 뒤에 바짝 붙어서 성곽 아래쪽의 지하도로 통하는 문을 찾고 있었다. 최대한 극우 세력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조용히 움직였다. 

 “여기다. 저번에 미리 와서 찾아놓은 곳이지.” 
 
문을 열고 퀴퀴한 지하도에 들어서자 익숙한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내가 갖은 노동을 하던 장소가 나올 터였다. 미즈는 잠시 앉아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잘 보이지도 않는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영 길눈이 어두워서 못 쓰겠군.”
 “이쪽으로 가면 될 겁니다.”

나는 양쪽으로 난 구멍 중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즈는 지도를 들여다보고는 맞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장섰다. 나도 뒤따라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툭툭 쳤다. 놀라서 석궁을 그쪽으로 들이대니 당황한 케인의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케인! 여긴 왜......!”
 “말했지 않나. 나도 비밀 잠입 요원이라고.”

케인은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나는 꽤나 큰 소음을 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목소리(와 몸도) 낮추었다.

 “일단 자네 동료가 기다리는 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보겠네.”
 “가 보십시오.”

케인이 옆의 동굴로 들어가자 미즈가 돌아와서 말했다.

 “뭐하느라 그렇게 멍하니 있어?”

약간 짜증이 섞인 듯 한 말투로 미즈가 투덜거렸다. 나는 잠시 생각하고 그에게는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대답했다.

 “케인이라는 잠입 요원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케인? 그게 누구냐?”

미즈는 통로를 기어가며 말했다.

 “황제께서 비밀리에 파견하신 잠입 요원이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비밀로.......”

미즈가 내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동안을 가만히 있다가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앞서갔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그가 왜 저러는 것인지?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니다. 생각할 게 좀 있었다.”

그는 통로가 넓어지자 살짝 일어나서 빠르게 움직였다. 나도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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