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되는 날 찾아오지 못해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세월호 사건은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전까진 먹고 사는 것만 신경쓰고 전두환 박정희가 쿠데타 일으킨 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었는데....
애들 탄 배가 사고났다는 소식에 맘 졸이다 전원 구출했단 소식에 안도했었는데 또 그게 오보였답니다. 어떻게 팩트체크도 없이 보도가 될 수 있었는지 언론학을 좀 공부했던 입장에선 진짜 납득이 안되거든요. 그리고 보는 기사들, 게시판 글들마다 유가족을 까는 글들과 댓글들이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아이 잃은 부모로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는 것 뿐인데 보상금 더 받으려 수 쓴다고 낙인을 찍더라고요. 세상에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아이를 잃고 슬픔에 울부짖고 있는 부모를 이렇게 물어뜯을 수 있는지....
전 그게 대한민국의 보편적 의견이라 생각하고 너무 충격받아 인간혐오도 생기고 이민 갈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다 특정 사이트, 언론마다 정치성향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고 오유에 오게 되었죠.
이곳 분들은 학생들의 희생을 같이 슬퍼하고 부모님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었고 비로소 제가 있을 곳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10년째 오유를 이용하고 있지만, 저보다 먼저 이곳에 정착하시고 저를 받아주신 선발대분들.... 지금까지 할 기회가 따로 없어 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세월호 게시판도 따로 만드시고 끊이는 일 없이 학생들을 추모해주셨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2찍들의 사이트도 눈팅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얘기에 질겁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니 반감이 생긴다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땐 애도하려는 사람 억지로 못하게 하고, 말도 못 꺼내게 하며 자식잃고 울부짖는 부모를 입틀막하기 위해 마녀사냥으로 몰아 물어뜯은 그 파렴치하고 짐승만도 못한 공작이야말로 정치적 수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10주년이 되는 기념일에 순수하게 애들을 추모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해석만 늘어놓으니 조금 미안해지네요. 아무래도 이 사건이 저에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기에 소회도 이런식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애들에게 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사고라는게 백퍼센트 완벽히 막을 수 있는건 아니죠. 하지만 그 희생자들을 추모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수작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