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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소에서 미칠뻔한 이야기 2.
게시물ID : military_278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86
조회수 : 873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8/01 03:29:56
 
위병소에서 날 미치게 하는 원인은 지루함 뿐만은 아니었다. 외부적 요인 또한 날 미치광이로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다고 했던가. 신병들이 대거 전입을 오게됐고 위병 근무자들이 뿌려대는 똥들도 나의 멘탈을 쿠크다스로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다른부대들 처럼 위병사관이 없어 위병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했기에
자잘한 사건사고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었고 후임들 갈구는 데 별 취미가 없었던 나는 그저 속으로만 삯힐 뿐이었다.
처음엔 이등병이라 잘 모르니까 그런거겠지 라며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고 
매일같이 기상천외한 똥들을 뿌려대면서 나를 엿먹이기 시작했다.
 
보통 자주 들락날락 하는 차량의 경우에는 이미 위병소 안에 목록이 만들어져 있었고 위병소 근무자들이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차량들의 목록을 외우는 것이었다. 나나 어느정도 근무를 섰던 선임들의 경우는 왠만한 차량같은 경우는 번호나 차종을
다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목록에 없는 차량이나 다른부대 차량이 방문할 경우 위병근무자들이 어디서 왔고
무슨 용무로 왔는지 나에게 알려줘야 했었다. 낮에야 내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그나마 그런일이 적었지만 밤에는 
전혀 보이지가 않아 위병근무자들이 알려줘야 어떤 차가 왔는지 알수 있었다. 사수가 잘 알고 있는 경우는 부사수가 어느정도
실수를 해도 커버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고참들이 해안에서 우루루 전역하고 후임들로 부대가 채워져 사수와 부사수 둘 다
처음 위병소 근무를 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가장 빈번한 유형이 하이패스 유형이었다. 차량에 하이패스라도 설치했는지 오는 차량 가는 차량 가리지도 않고 무조건 
통과시키고 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누구냐라고 물어보면 천진난만한 얼굴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그럴때마다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그런일이 생길때마다 부랴부랴 여기저기
전화를 해가며 겨우겨우 어디서 온 차량인지 알아내야 했다.
 
두번째는 만성피로 유형이었다. 낮에 뭘 하는지 야간에 나오기만 하면 꾸벅꾸벅 서서 조는것이었다. 몸이 좌우로 서서히
흔들리다가 갑자기 어깨가 움찔한다거나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린다거나 하면 백프로였다. 심지어 어떤 후임은
무릎이 꺾여 그대로 무릎을 꿇은적 도 있었다. 마치 플래툰을 보는 것 같았다.
 
제일 답 안나오는게 넌씨눈 유형이었는데 FM대로 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 못하는 유형이었다. 보통 대대 소속간부들은
어차피 매일 보는 사이이기 때문에 그냥 얼굴이나 차량만 확인한 후 간단하게 처리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꼭 이럴때만
제대로 하겠다며 일일이 수하를 대서 간부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유형이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의 경우 정작
신원확인이 필요할 땐 첫번째 하이패스 유형으로 돌아가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게 대부분 이었다. 평소에 다른부대
차들은 잘만 들여다 보내면서 꼭 우리부대 간부들이 지나다닐때만 장판파의 장비가 되어 길을 가로 막는 것이었다.
 
그 중 유독 나올때마다 잦은 배변활동으로 나의 정신상태를 피폐하게 만드는 후임이 하나 있었다.
우리소대가 아닌 옆소대 후임이었는데 기본적으로 다른부대 차량 무사통과 시키기. 방금 본 차량번호 까먹기. 야간에
조느라 야간수하 못대기 등 이미 버라이어티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르고 달래보기도 하고 성질도 내보고 옆소대에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위병소로 들어오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 한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  암구어를 물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머뭇머뭇
대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조금씩 터져나오면서 그간 쌓아놓았던 말들이 봍물터지듯 터져나왔다.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오늘 근무설 때 한번만 더 똥을 싸지르면 그땐 죽일거다. 너 근무나가라고
시킨 사람도 죽일거야. 정도 였던것 같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날은 별 일 없이 근무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교대 시간이 다가올 때 쯤이었다. 갑자기 앞쪽에서 수하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왔나 싶어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보려는
순간 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총소리에 놀라 위병소 밖으로 뛰어나가 앞을 본 순간 난 눈앞이 캄캄해 짐을 느꼈다. 내 앞엔 벙찐 얼굴의
대대장이 서 있었다. 이 미친자가 부대에서 관사로 들어가는 대대장에게 공포탄을 쏴버린 것이었다. 대대장은 아무 말도 없이 우리를
응시하더니 그대로 관사로 들어가 버렸다. 그대로 탈영이라도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일단 지통실에 상황보고를 하고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근무교대전 그녀석을 붙잡고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랬냐고 물어보니 암구어를 못대서
발포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는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사건으로 녀석은 한동안 휴식시간마다 군장구보를 돌아야 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날 이후 위병소 근무자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절대 대대장을 쏘지 말것.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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