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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게시물ID : sisa_5942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언
추천 : 12
조회수 : 91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5/25 01:10:32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저와 친구들은 사석에서 노통이라고 불렀습니다. 
벌써 6년전 세상을 버리시고 고인이 되신 이후로 조심스럽지만, 어떤 가치가 부여된 것이 아님에 어쨌던 노통이라고 칭합니다. 


1.

노통을 처음 알게 된 건 국민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초등학교라고 하면 그때의 삘이 안옵니다.)
한참 5공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고, 노통이 전두환을 향해 당신은 돌대가리야!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티브이에 나왔고
그는 일약 청문회 스타가 되었고, 그의 노성은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난끼 많은 친구들은 학교에 와서도 누군가를 향해 '당신은 돌대가리야!' 외치곤 했습니다. 

근데, 그 말은 진짜 멍청하다고 놀리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되려 똑똑하고 다부졌던 여학우에게 주로 그 말을 썼습니다. 그 대상이.. 나중에 영애(令愛)가 되었거든요. 
네, 노 대통령의 따님인 노정연 양과 저는 같은 반이었습니다. 

그 동네가 학군이 좀 이상해서 남자들은 수영부 특기생 한두명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중학교로 진학합니다. 
그리고 그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갈 때는 대여섯 군데 정도로 나뉘게 되죠. 
고등학교에 입학 했을 무렵, 가끔 오가다 인사하던 동네 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신입생때, 그 형은 고3이 되었죠. 

초중고등학교 선배인 그 형은 ... 나중에 영식(令息)이 됩니다. 
그리고 어제, 사숙하는 원종우(이분 직업이 하도 다양해서 뭐라 칭해야 할지 모르겠..)님 말을 인용하자면,
'그는 모욕과 수모속에서 아비를 잃은 아들' 의 모습으로 김무성을 향해 일갈 하더군요. 
오랜만에 사진으로 봤지만, 어릴 적 모습 그대로입디다. 


2.

우연히, 정치판에 두번 정도 낀적이 있습니다. 정치와 삶을 분리할 수 없다, 뭐 이런 말이 아니고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 10년의 간격을 두고 그것도 한 번은 중앙당에서 총선을 치뤘고, 
한 번은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뤄본적이 있습니다. 

노통 생신이 9월 1일이더군요. 살아계셨더라면 그 해 9월 1일, 65세 생신인지라 봉하에서 음악제가 열렸습니다. 
후보를 모시고 8월말, 봉하마을을 갔습니다. 후보께서 참여정부에서 일하셨던 분이거든요.
아마 9월 1일이 평일이라 며칠 땡겨 주말에 행사가 있었습니다. 

사저에 들어갔습니다. 입구에 백구 두마리가 멀뚱거리고 우리를 보던 기억이 납니다. 
후보께서 권양숙 여사께 선거 출마를 하게 되었다 인사를 드리는 뭐 그런 자리였는데, 가벼운 덕담을 하시고 
그 선거에 후원회장을 맡아주셨던 문변.. 

그때, 캠프에서도 모두 문재인 대표를 문변이라 불렀어요. 
당시에 문대표라고 하면, '백만 민란 국민의 명령'의 문성근 대표를 말하는 거였어요.
문성근 대표도 거의 상주하시다 시피 캠프에서 선거를 도와주셨거든요. 
... 그렇다고 후원회장이라고 문 회장님도 이상하잖아요? 

아무튼 권 여사와 문변, 그리고 측근 몇 분을 제외하고 자리를 피해드리게 되었습니다. 
후보 수행하는 내가 애초에 거기 낄 짬도 아니고..

내실 밖, 봉하재단 사무실에 앉아 커피믹스 한잔 빨며 하릴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거의 너댓살? 그 정도 먹은 꼬마애가 높게 위치한 티브이 바로 밑에 앉아 거의 하늘 보듯 고개를 들고 
만화 영화 삼매경에 빠져있더라고요. 

재단일을 보시는 분이 잠시 자리를 비워 꼬마애랑 저랑 둘밖에 없었는데
무료한 김에 안녕? 하고 말을 건네니 돌아보며 영혼없이 꾸벅 인사를 하곤 다시 고개를 까닥 들고 티브이만 보는데 
아 그놈 참 귀엽네.. 혼자 빙긋 웃다가, 문득 그놈 얼굴에 노통의 모습이 묻어 있더군요. 

건호형 아들, 노통 손자, 서진이였습니다. 
노통 살아 생전 이놈을 얼마나 이뻐하셨을까.. 이놈 눈에 밟혀 어떻게 가실 생각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내내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더이다. 


3.

고백하건대 정치적으로 노통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 한 때 후원회장으로 모셨던 분께서 총대를 매셨음에도
48% 의 사람들끼리 서로 상처를 위로 하고 보듬을 때 거기에도 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패악한 세상 힘에 부쳐 살면서 이 밤 소주 한병 불콰하게 오르니 
노통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그립네요. 

정연이 아부지,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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