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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낚시꾼들... (19금은 아니지만 짤방 탑재)
게시물ID : humordata_276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법맨
추천 : 8/4
조회수 : 246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5/09/27 16:44:26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라 불펌 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자삭 하겠습니다. ------------------------------------------------------------------------------------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새로 장만한 휴대폰에는 이전에는 구경 못했던 기능들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구닥다리 소리를 듣지 말자는 생각도 들고 해서 열심히 사용법을 연구해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몇개 다운로드 받았다. 역시나...벨소리가 '따르릉'하는 기본 모드에서 '(비교적)신곡'버전으로 바뀌니 주변사람들이 "아니, 저 인간이 저런 노래를..."하는 것 같았다. 길 가면서 전화기에 이어폰 꽂고 노래 듣는 것 만으로도 '(나보다)젊은 애들' 수준으로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대를 조금이라도 '다운'시켜보자던 '다운로드의 대가는 결코 '조금'이 아니었다. 평소의 두배가 훌쩍 넘게 나온 휴대폰 요금 내용을 알아보라는 집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이동통신사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내역서를 받아봤다. '노래 한곡 다운받는데 900원'이라는 말만 보고서 '까이거, 그 정도야~'했던게 실수였다. 콘텐츠의 값은 900원이지만 그걸 검색하고 내려받는데 드는 비용, 이른바 '데이터 패킷'요금은 그 몇 배였다. 대략 계산해보니 콘텐츠 대여섯개 다운받는데 7만원 정도가 들었다. 물론 시골영감 서울구경하듯 신기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검색해본데 들어간 시간이며, 끊겨서 다시 접속해야 했던 시간까지 고스란히 포함돼 있는 금액이다. 왜 그리 검색을 불편하게 해 놨는지, 몇곡 다운받은 데이터 통화내역서가 무려 세페이지나 되는지도 그제야 짐작이 갔다. 황당하면서도, 어디다 자랑하고 내세울 일도 아니어서 '끙~'하고 살려고 했다. 그런데 둘러보니 나뿐이 아니었다. 심지어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기자도 영화한편 보고 데이터패킷 요금 24만원 내야 했다며 황당해하는걸 보고는 "이제는 말할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다 나온 이야기를 왜 또 쓰냐는 핀잔을 듣더라도 뭔가 좀 바뀌는 모습이 보일때까지는 계속 떠들어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물건을 살때는 상품가격이 얼마인지는 알려줘야 하는게 상식아닌가. 백화점에서 물건 사기 위해 둘러본 것만으로도 물건값의 몇배나 되는 '백화점 복도 통행료'와 '윈도 쇼핑(window shopping)비용을 내야 하라는게 소비자들에게 납득이 갈 이야기인가. 물론 인터넷도 종량제 하자고 기회를 노리는 마당에 통신 인프라 구축과 관리에 드는 원가를 내세우는 통신사들이나 '정책적 판단'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말을 못들어본 바는 아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별의별 이야기를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황당한건 황당한거다. 한번 당해본 사람들이 발길을 딱 끊어 시장 자체가 고사되든 말든 , 콘텐츠 산업기반이 사라지든 말든, 눈앞의 개평만 뜯으면 된다는 심보다. 눈에 띄지 않는 가격표와, 시간과 돈을 허비하게 유도하는 시스템, 콘텐츠 값의 몇배를 넘는 패킷가격은 소비자를 뜨게 만드는 앞뒤 바뀐 상술이다. 소비자들이 뜨곤나면 산업이 무슨 소용인가. 대학 초년시절, '좋은 분위기에서 싸게 한잔 하라'는 말에 빨간 등불 술집에 들어갔다가 '안주 스물 몇접시'라는 기막힌 계산서를 해결하느라 한달치 아르바이트 값을 몽땅 날린 기억이 있다. 이후 내 다시는 이런 삐끼들한테 당하지 않으마 했건만... 국도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순박한 농부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사들고 온 과일박스가 겉만 그럴싸한 '속박이'이었을때의 허탈함. 스캔들 속 연예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보여준다기에 들어갔다가 전혀 상관도 없는 '무슨무슨 프랜즈'니 하는 프로그램의 스토킹을 받아야 했던 기억. 혹은 난데없이 홈페이지가 이상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바뀌었을 때의 열받음...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듯 하다. 세월의 흐름에 기대어 나이는 어느덧 '불혹'에 다다랐건만, 온·오프를 막론하고 여기저기서 나를 노리는 바늘달린 미끼에 나는 계속 입질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낚인다'는 인터넷식 표현은 실상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인터넷 만의 일도 아닌 셈이다. 그때마다 내가 할수 있는 대응은 다시는 한번 물었던 미끼는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새로운 미끼가 등장하면 '기억력 0.03초짜리 붕어'처럼 다시 덥썩 물어서 입이 찢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처 투성이 입으로나마 낚싯꾼들에게 소리는 질러주고 싶다. "그런식으로 얼마나 오래오래 잘 사는지 두고보자" 그런데...머니투데이 온라인뉴스를 독자들에게 배달하는 나 역시 지금 이순간 입 찢긴 붕어들의 저주를 양식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김준형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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