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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5946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올라쿠바
추천 : 0
조회수 : 16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7 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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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교통사고 내 경찰조사중 음독…사망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경찰관 아저씨 이 화분 책상 위에 놓으면 좋을 거 같아 가져왔소."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혐의로 지난 23일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A(57)씨는 경찰관에게 작은 꽃 화분과 함께 자신의 이름으로된 장기기증서를 건넸다.

그런 직후 A씨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고 묻는 경찰관 앞에서 감기약 병에 미리 담아온 농약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27일 새벽 숨졌다.

↑ 음독자살 시도 50대가 남긴 화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7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지난 23일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던 50대 피의자가 농약을 마셔 음독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피의자가 음독자살을 시도하기 전 경찰관에게 전달한 화분이 경찰서 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는 모습. 2015.5.27 [email protected]
 
 
A씨는 광주 서구 일대에서 종종 목격되곤 했다.

1t 트럭에 차곡차곡 폐지를 주워담고 빼곡히 주차된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A씨의 모습은 손수레에 폐지를 줍는 다른 노인
 
의 모습과 사뭇 달라 쉽사리 잊히지 않는 기억을 행인들에게 남기곤 했다.

그런 그가 사고를 냈다.

지난 22일 혈중 알코올 농도 0.25% 만취 상태로 운전하며 후진하다 외제 덤프트럭을 들이받은 것이다.

놀란 A씨는 곧바로 도주했지만, 경찰에 붙잡혀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외제 트럭은 앞범퍼가 부서져 500만원 가량의 수리비가 나왔다.

만취한 A씨는 집에 갈 차비조차 없어 경찰관에게 2만원을 빌려 귀가 후 다음날인 23일 오후 7시 40분께 다시 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지난 2005년에도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였던 A씨는 거짓 이름 대신 실명을 말해달라고 담배를 권하며 자신을 설득하는 경찰
 
관에게 전날 빌린 2만원을 되갚으며, 작은 꽃 화분을 선물이라며 건넸다.

그는 실명을 말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장기기증 증서를 경찰에게 건넸다.

경찰서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던 A씨는 미리 가져온 감기약 병 5개, 연고 3개가 든 비닐봉지에서 감기약 한 병을 꺼내 마셨다.

그러고는 몸을 파르르 떨며 쓰러졌다.

감기약 병에는 농약이 들어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A씨의 휴대전화에는 세 사람에게 보낸 문자가 차례로 남아있었다.

A씨는 딸에게 "곧 생일인데 연락 못 할 거 같아 미안하다"는 문자를, 이혼한 전처에게는 "여보 사랑해. 미안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아들에게는 "못난 아빠를 용서하거라"는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약 17년 전 이혼 후 혼자 살았다.

폐지를 주우며 광주 서구의 한 사람 없는 집에 스며들어가 쥐 죽은 듯이 살았다.

그런 그는 어렵사리 폐지를 모은 돈으로 산 술을 입에서 거의 떼지 않고 살았다.

가끔은 고달픈 현실에서 도피하게 돕는 친구였던 술이 이제는 그의 발을 잡았다.

경찰은 A씨가 다시 음주사고를 낸 것에 낙담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마지막 가는 길 가족들에게 미안해하며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는 한 생을 살았지만 살아생전 약속대로 A씨의 장기는 세상에 나눠질 예정이다.

A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만감이 교차한 듯 사무실 한 쪽에 밀어놓은 꽃 화분을 다시 책상에 가져다 놓았다.

[email protected]

(끝)
 
 
그냥 가슴 먹먹해지는 안타까운 사연일 뿐일수도 있지만..
우리사회가 숨기고픈 그늘진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으로 여겨지네요.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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