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원. 난생처음 입원하다보니 갑갑하더라.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닌데 상태가 괜찮아져 외래진료하겠다고 의사쌤한테 반짝반짝했더니 웃으셨다.
2. 어긋나는 타이밍. 너와 나는 늘 그랬던 것 같다. 네가 시간이 나는 날엔 내가 무슨 일이 생기더라.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인연이 아닌 사람을 억지로 붙잡고 있어 자꾸 어긋나는가보다. 기다리지 않겠다 말했지만 늘 기다렸다. 밤낮이 바뀌고, 잠이 오는 걸 참아가며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다 네가 오지 않으면 에구. 안 오려나보다, 하곤 잠이 다 깨버려 의도치 않게 밤을 샜다. 늘 긴장이었다. 힘이 들었지만 가끔 너를 만날 수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힘이 빠져버렸다. 그땐 어떻게든 이 악물고 이리저리 노력하면 널 볼 수 있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힘든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노력해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절망하고 상처받고 좌절하고 실망하고 슬펐다. 내 노력이 이젠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었다. 그래서 이젠 놓는 일 말곤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다렸지만 있는 힘껏 죽을 힘을 다해 휴대폰을 품 안에 끼고 있진 않았다.
새벽에 문득 잠이 깼는데,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열어보니 네가 와 있었다. 시간은 한참이나 지나 답장조차 할 수 없었다.
3. 부럽다. 나는 네가 부러웠다. 연락할 수 있을 때 언제든 나에게 카톡 하나 보낼 수 있는 네가 부러웠다. 감정에 솔직해서 너의 마음을 다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네가 부러웠다. 보고싶다, 나에게 말할 수 있는 네가 부러웠다. 마음을 숨기지 않는 네가 부러웠다.
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너란 존재는 참 부러웠다.
4. 나쁜 사람? 정말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자책하지 않을거다. 나쁜 사람은 자신이 나쁘다는 걸 뻔뻔하게 생각한다. 상대방이 상처 받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네가 날 사랑했잖아? 난 잘못 없어. 미안하지 않아. 이게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부탁인데, 나쁜 사람이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쁜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5. 너에게.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너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가끔은 나보다 더 아파했으면 좋겠닷! 싶으면서도 이게 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보고싶은 마음은 너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네가 사는 동네에 어슬렁 거려볼까. 네가 일하는 직장 쪽으로 가볼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