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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외로운 이유. (스압주의, 욕설주의)
게시물ID : military_279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는게뭐니
추천 : 20
조회수 : 2385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08/01 23:42:22
나.....외로워요......
ㅅㅅ이가 훈련 갔는데, 연락두절 됐어요....
근데 야간비행 하고 와서 더더욱 힘들고, 외로워요...
치맥님을 만나뵙고 싶은데....
시간이 시간이 ㅠ_ㅠ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군인 이라면 누구나 피해 갈수 없는
외.로.움 입니다.
이 시간에 치맥느님 먹으면 살찌겠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다.
'세상은 끝없는 외로움 이야.' 라고.
동감하는 바 이다.
아무리 가족이건, 친구건, 애인이건...
본인이 아니면 해결할수 없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바도 틀리기 때문에
나 힘들어 징징징 해봤자. 본인이 아니면, 이해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나, 애인이 좋은 점은.
이해는 못해줘도, 그 외로움을 덜어주려고 하는 점이 좋은것 같다.
 
군인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
사회에서의 민간인들 보다 수십,수백배는 더.
병사들 같은 경우는 간부보다 더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갑자기 잘 살고 있는데, 나이 20세가 됐다고 영장이 날라오고는
생판 첨 보는 곳으로 끌고 가서는 감금하고, 본인의 스케줄을 빼앗고는,
가족이며 애인이며 친구며...강제로 이별하게 만들고.
밖에서 만나면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것이, 고참 이랍시고 거들먹 거리면서
사람 피 말리고.. 들들 볶고.
환경도 바뀌고.
그러니 끊임없이 외로워 지는 것 이다.
아무리 비슷한 또래의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도,
사람마다 성격이 틀려서 의견충돌이 있을수도 있고.
계급이 깡패라고, '진짜 이건 아닌데...' 하는 문제가 터진다고는 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할수도 없는 것 이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데 그놈의 군인 자존심이 뭔지...
그냥 마냥 버티고, 버틸수 밖에 없는것 이다.
나 같은 경우는 영내하사를 6개월 한 케이스 인데.
15주 훈련소+ 특기교육 8주+ 영내하사 6개월...동안 ㅅㅅ이를 거의 보지 못했다.
맞고참은 쥐 잡듯이 잡았지.
조기비행, 야간비행 하는것도 잠 모잘라 죽겠는데.
작업 결함나면 그거 고쳐야 하지.
고참 따라다니며 일 배워야 하지, 고참들 소소한 심부름 해야하지.
공구라도 잃어 버리면 그날은 퇴근 못하는 날 이지.
작업 끝나고 기진맥진 해서 좀 쉴려고 하면 '미쳤냐? 니 짬에 지금 앉아 있을 시간이 있어?'
하며 사람 쉬지도 못하게 했던 시간들 이다.
거기다 자격증 공부 해야지(공군은 장기지원 할때 자격증 점수 다 채우지 못하면...장기는 그냥 포기해야 한다고 봐야한다.)
그걸 짬이 어느정도 찰 약 3년간을 무한반복 했던 것 이다.
난 정말 힘들고, 죽을것만 같은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맞고참 한테 말 이라도 하면 '다 그렇게 살았어. 왠 엄살이야?'
하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느꼈던 것 이다.
그렇게 평일엔 잠 잘 시간도 모자르다 보니, 주말엔 ㅅㅅ이를 만나
진짜 술 퍼먹고 돌아 댕기는거 밖엔 없었고.
특히나 ㅅㅅ이가 훈련을 가, 연락 두절 되면... 혼자 숙소에서 술 마실 정도로...
정말 피폐 해 지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난 술버릇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어느정도 짬 좀 차고, 좀 살만 하니까 지금이야 절제도 하고, 알아서 조절 하지만...(아니 노력 하지만)
그 당시의 술 버릇은...
'안아줘, 안아줘!!!!!!!' 하며 징징 거렸던 것 이다.
내가 생각해도 짜증나는 술 버릇 같다.
세상에 나 혼자 힘든것 마냥.
술 퍼먹으면서 '고참이 나 막 괴롭혀. 맞고참 찌질이 같애(맞고참님...내일 살려주실꺼죠? 옛날 일 이니까;;;;;)'
하며 이런 일이 있었네, 저런 일이 있었네... 하며 ㅅㅅ이를 붙잡고 하소연 하는게 일상 이었고.
ㅅㅅ이는 묵묵히 들어주면서 간혹 맞장구를 쳐주거나, 머리 한두번 쓰다 듬으면서 '좀만 더 참아봐' 하며 달래거나.
 애정결핍 마냥 안아 달라고 징징 거리면 말 없이 안아주면서 토닥토닥 해줄만큼, 나보단 더 잘 버텼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니...ㅅㅅ이는 특전사다 보니 저보단 더 힘들었겠죠? 어떻게 버텼을지........)
그렇게 군생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슬슬 숨통이 트이는 하사 3년차.
여느날과 같이 술 퍼먹고 있는데.
ㅅㅅ이는 나에게 말을 했었다.
'그만 지랄지랄 하고. 취미 하나 만들어 보는게 어떠냐?'
'잘 시간도 없어 병신아.'
'취미가 별거냐? 나 훈련 갔을때 혼자 할거 없을때. 재미나게 할수 있는거'
지금이야 짬짬이 오유에 글 올리는게 취미 라지만...
그 당시에 내가 할 거라곤, 인터넷과 독서 뿐 이었고.
그건 정말 방구석에서 처박혀서 하는거라, ㅅㅅ이 없는 주말에는 (주말비행이 없다면)
어떨땐 불금부터~월요일 출근 전 까지 숙소에 처박혀서 안나올때가 더 많았던 것 이다.
그걸 알고 있던 ㅅㅅ이는 나에게 '함께 찾아보자' 하며
취미를 이것저것 소개(?) 시켜 주었다.
 
1. 당구를 배워봤다.
 
지금도 가끔 ㅅㅅ이를 따라 당구를 치러 가긴 하지만.
그 당시의, 당구는....정말 무지막지 하게 재미가 없었다.
ㅅㅅ이가 가르쳐 주는대로 4,9니. 3,9니 하는 것들을 배워보긴 했지만..
원래 공놀이 자체에 관심이 없던 난.
당연히 ㅅㅅ이 에게 욕 처먹어 가며 배웠다.
아니, 공 몇개를 구멍에다 처박는게 재미 있단말야???
처음엔 ㅅㅅ이가 시키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해보긴 했지만.
금세 흥미를 잃어 버렸고.
옆에서 욕짓거리 하는 ㅅㅅ이가 짜증나서.
큣대로 공을 힘차게! 빡! 하고 후려 쳤었는데...
다이에다가 얼굴을 갖다대고, 길 알려주던 ㅅㅅ이....
뻘건 공에 처 맞고, 시뻘건 코피를 흘렸으니....
그다음 부턴 말 안해도 아시리라.....욕 개 처먹고.
'이런 씨발!!!!! 너 진짜 정비 하는 거 맞아? 역학 안배웠어???' 하며
역학이랑, 길 트는거랑 뭔 상관인지... 길길이 날뛰며 고스란히 쌍욕을 먹어야 했고.
두번다신 당구의 ㄷ 자도 꺼내지마!!! 하는걸, 나중에 맞고참 에게 배웠다.
(맞고참은 친절히 가르쳐 줬다.) 근데...벌써 한 3년은 친거 같은데 왜 100에서 안늘까요?
 
2. 게임을 해봤다.
 
보통 취미가 뭐예요? 하면 1위가 게임이요~ 하지 않는가?
그래서 ㅅㅅ이 따라 피시방을 가서....서든을 배워봤다.
난 첨에....ㅅㅅ이가 미쳤는 줄 알았다.
아니, 허구헌날 사격하고. 훈련하고 돌아댕기는 놈...취미가 서든어택 이란다.
밀리터리 옷만 봐도 왠지 분노가 치미는데...총질 게임이나 하라고 피시방을 데려 가다니...
그래도 주변에 휴가 나와서 전투복 입고, 서든하는 육군 병사들이 많이 보이기에.
그래도 재미 있겠지...하며 시키는 대로 배웠는데.
개뿔.
재미 없었다. ㅅㅅ이랑 계속 1대1 강습을 받고도
'아 존나. 드럽게 못하네, 병신이냐?????' 소리를 열댓번 듣고나니
점점 더 흥미가 잃고.
다른 종목으로 바꿔서...내 옆에 앉은 아가씨가 하는 '틀린그림찾기' 를 해봤는데.
진짜 재미 있어서...
한동안 틀린그림찾기만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중독이다 보니...다음날 출근하면 왠지 모르게 병사들이 나란히 지나가는 전투복 무늬를 보고
틀린그림을 찾고 있는 날 보곤...엄청나게 놀래서 중독 되어 있던 틀린그림찾기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건 아주 나중의 일 이지만, ㅅㅅ이는 롤 이라는 게임에 미쳐서... 밤새 롤 하다가...훈련 갔는데
다리 부러져서, 한동안 고생 했고. 그 후 롤을 끊었다고 한다.........밥팅........)
 
3. 등산을 가봤다.
 
허구헌날 담배에 찌들어 있는 내 폐.
1년에 한번씩 있는...체력검정 때 마다, 난 너무나 힘겨웠고.
더군다나 3키로 달리기는...날 죽음 직전까지 몰기에
ㅅㅅ이 따라 등산을 결심 해 봤다.
ㅅㅅ이가 없더라도, 나중에 인터넷 동호회 같은 곳 가입해서
등산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ㅅㅅ이는 밥 먹고 하는게, 산에 오르는 일 이니 뭐...
시큰둥 해서 귀찮게 시리...궁시렁 궁시렁 하며 날 따라왔고.
처음엔 좋았다. 정말 좋았는데...
초보자 에게 등산은 정말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점점 다리는 아파오고, 숨은 쉴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짜증이 늘어서 ㅅㅅ이가 좀만 놀려도
'이 씨바랄놈이!!!!!' 하며 머리채 잡고, 싸웠는데...
ㅅㅅ이가 내 손목을 잡고, 확 놓다가...
뒤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때는 가을.
산에 밤나무 많더라^^?
밤나무 가시에 찔려 본 사람 있는가???
그것도 손에......
확 넘어 갔는데...왜 넘어진 부위에 밤이 있는거니. 그것도 가시에 쌓여진, 잘 익은 밤이........
그 후로, 산엔 얼씬도 안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취미를 가져 보았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었고.
결국 난......
만화책 다운받기, 영화 다운받기, 오유에 글 쓰기, 책 보기로 딱 정해 진 것 이다.
주말엔 술이나 퍼먹다가, 가끔 ㅅㅅ이랑 여행이나 가다가, 영화 개봉하면 영화나 보러가고. 같이 쇼핑이나 하고...
어찌보면 되게 무미건조 하지만.
ㅅㅅ이가 그랬다. '본인이 즐겁게 뭔가를 할수 있다면. 딱 직업으로 삼을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볼려고 한다면. 그게 취미라고'
이 말에는 크게 공감을 하여.
난 오늘도 밀게에 글을 쓰나보다.
 
오늘도 외롭고. 또 외로워서 밀게에 글을 쓰지만.
많은 이들이 내 글에 공감해 주고, 재미있게 읽어 준다면.
정말 보람 찬 취미 아니겠는가?
 
군생활 6년.
어찌보면 많이 했고. 상사,원사,준위 분들에 비하면야 새발의 피 지만...
이제 곧 입대 할 신병들. 신임하사들. 신임소위들...
육해공해병대 다 통들어서, 나보다 군번이 늦다면. 편하게 후배라고 해도 괜찮을련지...
어쨌든 먼저 입대 해서, 6년이란 시간동안 군생활 한 선배가 한가지 말 해주고 싶은건.
너무 술 이랑 담배에 안주 하지 말라는 것 이다.
결국 본인 몸 망가 지는건 제일 기본 인 것 이고, 술 같은 경우는 사람을 예민 하게 만들 것 이며, 술 과 담배는 사람을 피폐 하게 만드는 것 이다.
땀 흘려서 운동 하는것도 좋고, 책을 보는것도 좋고, 공부를 하는것도 좋으니...
나 처럼 외롭다고 징징 거리면서 술이나 퍼먹고, 담배만 펴댄다면.
그 만큼 허송세월 보내는 것 도 없다고 생각한다.
난 그걸 깨닫는걸, 늦게 깨달았던 것 이고.
외롭다고...일말상초 라고...애인이 바람 났다고.
힘들다고. 술 만 퍼먹는다면. 그건 더더욱 잊기가 힘들 것 이다.
차라리 죽어라고 일 하고, 뭔가에 집중을 해서 시간을 하루, 이틀, 한달, 일년... 이런 식 으로 보낸다면
잊혀지진 않더라도. 가슴엔 묻고 살수 있는 것 이다.
나 역시...애인 이랑 헤어져 본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연락 조차 끊겨서
맨날 술 퍼먹고 외롭다고 엉엉 울어 봤지만.
뭔가에 집중을 하여, 시간을 점점 흘러 보내고 나니.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러다 보면 병사들은 제대를 하고, 힘든 간부들은 시간이 약 이라는걸 몸소 깨닫고.
나아가서는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서 외로움 이라는걸
나눌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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