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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의 여성혐오가 두렵습니다.
게시물ID : sisa_595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로베로
추천 : 19/12
조회수 : 2399회
댓글수 : 330개
등록시간 : 2015/06/01 00:16:49
   "가난한 자들의 외침이 항상 정당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에 귀기울이지 않는 자는 정의가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 하워드 진, 미국민중사 

 
   사실 이미 한바탕 지나간 이슈인데 20여년이 넘는 사이버 인생동안 글이라고는 거의 적지 않았던 제가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마도 여기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때는 휩쓸려서 지나갈지라도 그 놈의 '반성적 이성' 정도는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예비역 남성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커뮤니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여시대란을 보면서 단 한차례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씹선비 소리를 듣던 여기 사람들이 보여준 그 민망한 태도들을 보면서 말이지요. 
   이것이 최소한의 도덕적, 이성적 긴장감을 갖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인식의 수준인가.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꼭 먼저 꺼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집단을 이해하고 비판할 때에는 반드시 그들이 처한 '맥락'을 먼저 짚는 것이 당연한 수순입니다. 
   폭력적인 노조 집회를 두고 '노조의 폭력성'만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한심하게 보는 이유는
   깡패들도 아닌 그들이 대체 왜 폭력적이 되었는가를 헤아리는 것이 상식을 가진 시민의 응당한 태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인식이 없는 자들이 늘어놓는 이야기들이 '불순분자의 선동을 받았다' '종북세력이 개입했다' 따위의 이야기들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합니다. 
   노무현이 했던 명백한 잘못들에 대해서도 그가 처해있던 외로운 처지를 헤아리며 변명하던 사람들이
   민주노총과 같은 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거나 관심없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여성들의 소소한 잘못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맥락 고민 없이 융단폭격을 가하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물론 남성인 제가 여시의 회원이었을리가 없으니 나는 사실 그들을 옹호할만한 지식도 정체성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전후 관계를 헤아려보더라도 그들에게도 많은 잘못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수십만의 젊은 여성 회원들을 거느린 여시가 무슨 대단한 운동단체거나 페미니스트들의 집합같은 것이 되겠습니까. 

   다만 그들에 대한 모두의 어처구니 없는 비판이 얼마나 비뚤어져있는지는 우리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적어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 남성들로 인터넷이 가득 채워지는 것만은 막아야 할테니까요. 


   1. 사태의 발단 - 장동민, 레바 사태를 둘러싼 그들에 대한 비난

   미생의 안영이를 보면서 괴롭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것처럼,
   그 드라마에 있어 마부장에 대한 과장이 있었다면 아마도 현실보다 훨씬 덜 불편하게 그렸다는 점일겁니다. 

   나는 남자로 태어나서 단 한번도 어두운 길거리에서 성폭행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연애를 하다가 여자친구에게 폭행당하거나 매맞아 죽을 공포에 시달려본 적도 없습니다. 
   적어도 이런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런 주제에 대한 여성들의 강박적인 반응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찌질하게 생각하는 태도 중에 하나가 
   방송에서 남자들의 신체를 만지는 여자들을 보면서 
   "여자들도 저러면서 남자들에게는 왜 그러냐"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갖은 성추행과 성폭행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여자들도 함부로 이야기하면서 남자들은 농담도 못하게 한다.. 는 식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지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범죄율을 보이고 있고
   하여 여동생, 누나들이 밤에 늦기만해도 남자인 당신들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동민은 제가 참 좋아하는 개그맨이었지만, 지금 그가 심지어 자숙의 시간도 없이 방송을 지속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레바가 그런 그림을 그려놓고 지금도 계속 작품활동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김구라씨가 위안부에 대한 발언으로 한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던 것에 비교해본다면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시는 결국 조작사태를 저질렀다는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지요.
   물론 조작에 대해서까지 면죄부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와 관련하여 그들이 저질렀던 그 어떤 부정보다 
   여성혐오, 아니 나아가 심지어 폭력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훨씬 더 부도덕해보입니다. 
   여시가 이로 인해 이토록 처절한 융단폭격을 받아야 했다면 장동민과 레바는 어떠한 대접을 받아야 했습니까. 
   형법에는 '비례의 원칙'이 있습니다. 가벼운 죄에는 가벼운 벌을, 무거운 죄에는 무거운 벌을 준다는 것이지요. 
   만약 이 문제를 여기에 적용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겠습니까?

   2. 스르륵과 탑씨 - 여성의 성적욕망은 어떻게 충족되어야 합니까. 

   다음으로 그들에게 쏟아진 비난은 타 커뮤니티에 비밀 소모임을 만들고 
   법적/윤리적 문제가 있는 음란자료들을 유통하였다는 문제였지요.
   
   일단 타커뮤니티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그 회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망각한 태도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맹비난받았던 것은 그들이 '음란한 자료'를 유통했다는 점이었지요. 
   많은 남성들이 '우리를 변태마냥 몰더니 너희는 더한짓을!'하는 괘씸죄가 그녀들에 대한 비난의 가장 큰 이유 아니었습니까. 

   저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서 야동을 보지 않은 남성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그 모든 자료를 대체 어디서 구해서 보았습니까? 
  
   여성들이 왜 성적욕망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이것을 드러내는 것은 몹시도 어렵습니다. 
   '정숙하지 않은 여성'이어서 성폭행이 무죄판결을 받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나라입니다. 
   남자가 성적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여성이 그러는 것보다 사실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일입니다. 
   '남자들이 뭐라고만 하면 여자들이 트집을 잡지 않더냐...'라고 이야기하는 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도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이야기밖에 안됩니다. 

   남자들의 그 불편한 시선을 피해서 자신들이 성적인 이야기와 컨텐츠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오죽 없으면 그랬겠습니까. 
   그 수많은 야동이 유포되는 사이트들에서 남자들이 배제된 곳이 있었습니까? 
   거기서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여기있는 남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겠지요. 
   
   저는 여성의 성적 농담과 남성의 성적 농담이 결코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여력만 된다면 그들을 위해 그런 공간을 해외에 하나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3. 낙태, 임신에 대해 - 여성들이 혼자 몸으로 수정하였습니까?
  
   한국 사회의 낙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립니다. 
   이것이 설마 한국의 여성들이 문란하기 때문이겠습니까?
   아니 임신이 어떻게 여성만의 책임입니까? 피임기술 중 남성의 피임기술이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대다수 남성들은 피임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책임하게 응하지 않습니까? 
   여성들이 '싫다'라고 이야기해도 결국 졸라서 관계를 갖는 수많은 남성들에게 낙태와 임신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대체 성교육은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 심지어 질외사정을 피임법이라 이해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임신이 기생이라 표현한 어떤 여성의 글이 그야말로 난도질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의 표현이 과한 것은 알겠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면 그 표현에 납득할만한 부분이 없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사회에서야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쟁점으로 오르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할 수준조차 안됩니다.  
   원치않는 임신이 10대 미성년자부터 40대 기혼여성에까지 흘러 넘치는 사회 현실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생명의 신성함' 따위를 떠들어대는 무책임하고 무식한 남성들이 흘러 넘치니
   여시에 낙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게시판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겠습니까. 
   낙태가 주는 정서적 육체적 충격을 남자들은 상상도 못할거면서 왜 당신들이 그들을 평가합니까. 

   4. 의약품 판매를 비롯한 불법, 그 외 각종 조작건들에 대해-

   여성들만 모여있다는 생각에 사이트의 운영진들이 도덕적 긴장감이 높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의약품 판매 같은 것을 들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악의 사이트마냥 몰아가는 모습에서
   저는 마녀사냥에서나 봄직한 광기를 느꼈습니다. 그런 식이면 네이버 중고나라는 당장 문닫아야 할 악의 소굴이겠지요.
   게다가 우선 확인해야 되는 것은 운영진이 이에 대한 법적 지식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먼저가 아닌가요?
   효리씨가 '유기농 농산물 판매'를 하다가 일베에게 고발당한 사건을 놓고
   우리가 그의 도덕성을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딱 한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수면제가 여성 전용 사이트에서 공공연히 거래되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 비참하지는 않았습니까? 

   
   그 외에도 여시가 각종 조작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들에 대해서도,
   난 그들의 조작을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에게 가한 여성혐오에 기반한 융단폭격에 대한 반성 없이
   그들이 그런 무리수를 남발하는 것을 바로 비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철거민의 폭력과 용역의 폭력을 싸잡아서 같이 비난하거나, 심지어 철거민의 폭력만을 비난하던
   저 저질 보수 언론들의 태도에 단 한차례도 동의한 적이 없었던 건강한 상식인으로 그러합니다. 


   5. 마지막으로- 

   나는 여시가 살아남기를 기도합니다. 그들이 훌륭해서도, 올바른 태도를 가져서도, 대단한 페미니스트들이어서도 아닙니다.
   다만 여성에게 유독 더 폭력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들에게 그 정도 공간은 허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작도, 분란도, 불법도 없어야겠지만 그 방법이 결코 이런 융단폭격은 아닐겁니다. 
   뭐 이미 융단폭격도 끝났지만 적어도 우리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반성은 있어야 할겁니다. 

   여러분들이야 합리를 내세우지만 그 '합리'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지난 100여년동안 수많은 사상가들이 지적해온 문제였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본 송곳의 한 장면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혹시 이런 부분 스크랩도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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