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서 얼굴을 보고 오는데 동생이랑 얘기하던 중에 동생이 뭔갈 잘못하니까 선생님이 무의식중에 동생 머리에 세게 꿀밤을 내리치더라.
솔직히 자폐라는게 사람 인내심을 굉장히 시험하는 병이기 때문에 그 선생님이 그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
평소에도 통제가 어려우니 많이 맞을꺼라는 것도 예상은 하고 있다. 돌봐 주시는 것만해도 솔직히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마냥 오냐오냐해서 통제가 되는 병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냥 이런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
형은 정상인으로 태어나 부모님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맞은 경험이 없는데 너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남이 때려도 따귀를 날려도 다 맞고 대드는게 일상이구나. 네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게 아닌데. 너도 누구보다도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는데.
어렸을때 알던 우리보다 한참 어린 애들이 너에게 흙을 뿌리고 돌을 던질때 왜 난 네 편을 들어주지 못했을까 후회만 남는다. 그때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왜 너를 편들진 않았을까.
가끔 상상을 했다. 이유없이 네게 그러는 아이들의 싸대기를 사정없이 날리는 상상을. 그 아이들을 기절할때까지 발로 밟는 상상을. 용기없는 형은 그런 상상만 할뿐 현실에선 오히려 그 아이들을 봐주고 그 아이들은 날 친형처럼 따랐다. 하지만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니. 걔들은 그러는게 너와 날 죽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는걸 모르는데. 그런걸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데.
무력으론 아니더라도 지금 그때로 돌아갈수 있다면난 누구보다네 편이 되어 줄수 있는데. 시간은 빨리 지나 이미 너와 나는 20대구나.
형은 용기가 없다. 너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넌 멸시의 대상. 사람들은 널보고 무섭다면서 무서운걸 어쩌냐고 하겠지. 동정하는 사람들도 많을꺼야. 동정은 비참한게 아니지. 난 오히려 고마워. 정당한 이유없이 더러운 병균취급하는 새끼들보다 가엽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그래야 내가 먼저 죽었을때도 그 사람들은 널 불쌍하게 여겨줄텐데.
어쩌겠니.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할 의무도 이유도 없다. 계기가 없으면 사람은 특정 문제에 대해서 깊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그렇겠지. 남의 아픔엔 무딘 편이니까. 어쩔 수 없나보다 동생아. 다 자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느라 남에게 날 봐달라 하는 것은 감정적 사치같다.
그냥 살아있는동안은 너랑 우리 가족만 생각하고 싶다.
형이 하나 말해주고 싶은것은 나중에 네가 장애인이라 결혼을 하지 못해도 난 네 편이야.
네가 뭘해도 형은 널 사랑할꺼야. 엄마아빠가 돌아가셔도 형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꺼야.
엄마는 비록 우리와 나이차가 30살 이상 나니 네 마지막을 지켜줄 수는 없겠지.
형의 소원은 하나야. 네가 건강하게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 죽게 되면 나는 너보다 조금만 더 오래 살아 널 묻고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 해준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하다. 우리꼭 그렇게꼭 그렇게 순서대로 가자.
엄마아빠가 너때매 제대로 눈이나 감고 돌아가실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렇게 우린 정말 불효만 하는구나.
죽을때까지 자식걱정을 하면서 죽어야한다니 정말 무자식 상팔자인 것 같다.
정말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네가 이해력이 떨어진다면 정말 너만은 별 생각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안 그런 것 같지만. 그래서 형은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