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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작가회의> 시국성명서 발표
게시물ID : humorbest_595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KT
추천 : 69
조회수 : 3304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27 12:55: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27 12:24:22

국민대통합을 위하여 분열과 보복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 선거관리위원회의 젊은 문인 137명에 대한 고발을 규탄한다 -

1987년 6월 항쟁의 뜨거운 열정의 대가로 이룩한 대한민국 제6 공화국은 이제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반세기에 걸친 민주화의 대장정은 때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정부가 구성되기도 했고, 민주화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민의를 담은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묵묵히 민주주의의 구현에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는 하나의 정치적 행사에 불과했을 수도 있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실낱같은 희망으로 삼고 있다가 급기야 목숨을 바쳐 시대에 항변했던 노동자, 시민활동가들을 생각하면 목메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반이 느꼈을 좌절과 절망에 연민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선거 절차를 걸쳐 정권을 연장한 대통령 당선인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였을 때 부르짖었던 새 시대, 국민대통합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공약으로 부르짖었던 국민대통합의 메아리가 채 사라지기 전에 분열과 보복의 징후가 먼저 드러나고 있다. 젊은 문인 137명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정치적 견해를 언론매체의 광고지면을 통하여 공개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한 것이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그러한 문학을 창작하는 문인은 시대정신을 누구보다도 먼저 감지해야 한다. 그것은 현실과 괴리되어 이루어질 수없는 것이다. 문인들은 우리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고, 때로 당위와 현상이 유리될 때는 과감히 자신의 신념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문인의 사명이고 존재 이유인 것이다. 문인으로 하여금 일상을 외면하게 한다면 결국 음풍농월이나 일삼는 사문으로 전락시키거나 용비어천가를 외치는 어용기사를 양산할 뿐이다. 설사 그것이 독단과 편견으로 점철된 것이라 하더라도 문인이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는 권력이나 재력으로 눌러서는 안 된다. 하물며 정당한 방식과 합리적 절차에 의거하며 전개한 문인의 목소리를 처단하려하는 것은 시대와 역사를 거스르는 착오가 아닐 수 없다.

공정한 선거 관리는 금권이나 압력에 의해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거기에 유권자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밀선거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공개함으로 파생되는 사회적 정서적 불이익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련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공개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정당한 권리이며 합법적 정치 행위이다. 현행 선거법에서 단체 명의의 지지선언을 금지하는 것은 단체의 구성원의 일부 혹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개인 명의의 선언 또는 공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독재자’라는 단어나 ‘정권교체’라는 명제가 포함되었다고 위법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선거법이 가진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말꼬리 잡기일 뿐이고, 결국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18대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일련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날리는 경고일 것이고, 문인의 입에 재갈을 물려 결국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이를 필두로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한 신념의 개진을 위축시키려 는 의도로 보인다. 이것이 과연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했던 국민대통합에 걸맞은 것인가. 혹시 대통합이라는 것이 획일성과 교조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 국가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 당연히 다양성과 당파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는 것이다. 효율성과 추진력이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설득을 하고, 그 결과는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온당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의견과 상반되는 것이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설득하며, 절차적 민주성을 담보해 내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고발된 문인들에 대한 검경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선거관리위원회는 더 이상 분열과 반목를 획책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차기 정부를 구성할 당선인과 그 세력은 보복과 압력으로 국민을 위협하는 행위를 할 것이 아니라, 비판과 저항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국민대통합을 이루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2년 12월 27일

(사) 한국작가회의 대구광역시지회 (대구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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