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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폐인들](섬꽃) 제1부 3장 : 허공의 쌍소리
게시물ID : readers_84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시마을
추천 : 3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02 18:09:06
[천안함 폐인들]
-섬으로 떠올라 꽃으로 피어나라- 
 
(제1부 3장)
 
 3. 허공의 쌍소리
 
        준섭의 공황발작이 있고 나서 20일쯤 후였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4일(금요일) 오전 9시. 첫 환자가 50대 초반의 아주머니였다. 내가 대기실에서 아주머니를 마중하여 진찰실에 마주앉았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수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실은...”
  실은 자기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남편 일로 좀 상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럼 함께 오시지 않고요.”
  “저, 그게요. 말 꺼내기도 부끄러운 일인데요. 그게 그러니까...”
  남편이 얼마 전부터 쌍소리를 입에 담기 시작하더니 요즘 들어 그게 부쩍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면전에서 말입니까?”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어쨌든 아주머니한테 들리게 말입니까?”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께서 대개 언제 그러시는 것 같습니까?”
  아주머니가 깊은 한숨을 섞어 털어놓았다.
  그게 그러니까, 방문을 열고 드나들 때, 신발을 신고 벗을 때, 혼자 신문을 뒤적이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할 때, 그럴 때 느닷없이 쌍소리를 입에 담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요? 있는 그대로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그럴 때 갑자기 경기 들린 아이처럼 진저리 같은 것을 치면서 버럭 쌍소리를 내뱉는다니까요, 글쎄.”
  “그런 지가 대충 얼마나 됐습니까?”
  “4월 중순 그 언저리부터요.”
  “다섯 달 넘게 됐군요. 아 참, 남편 하시는 일은요?”
  ”개인택시 기사예요.“
  “택시 일은 그대로 잘 하시고요?”
  “예.”
  “그래서 그 동안 아주머니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부인의 남편이 원래 목청이 걸쭉하고 말씨가 투박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쌍소리를 입에 올리는 것은 전에 없는 일이었다.
  부인이 처음 며칠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남편의 쌍소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모른 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예전의 택시회사에 전화를 넣어보기도 하고, 남편이 열성으로 나가는 풍물패의 아는 사람들한테 슬쩍 떠보기도 했다. 바깥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부인 입장에서는 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편의 쌍소리가 자기한테 무언가 불만을 표시하고 시위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러던 중 부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까지 있었다. 한 번은 남편이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마음먹고 욕실 문에 귀를 대 보았다.
  “그래서요? ”
  부인이 울상을 지으며 입을 가렸다.
  “또 쌍소리가 들리던가요?”
  부인이 차마 입을 떼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물소리 때문에 또렷하게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샤워를 하면서도 남편이 간간이 심한 쌍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부인 입장에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욕실에서 들리는 남편의 쌍소리가 지금까지 들은 것과는 많이 달랐다. 부인이 지금까지 들은 남편의 쌍소리는 대개 그냥 외마디 비명처럼 들리는 짤막한 소리였다. 그런데 욕실에서는 남편이 입에 담지 못할 마구잡이 욕지거리를 구시렁거리는가 하면 그러는 사이사이 외마디 비명 소리 같은 것을 내지르곤 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부인이 작정하고 엿들었는데 늘 마찬가지였다. 샤워할 때만 아니라 세수, 면도, 양치질을 할 때, 그리고 대변을 누거나 소변을 보거나 하면서도 남편이 구시렁거리는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외마디 쌍소리를 자주 내뱉는 게 분명했다.
 
  여러 날을 꾹 참다가 부인이 작심을 했다.
  도무지 이건 아니다 싶어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다.
  “당신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어요?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
  “......”
  남편이 적잖이 당황해하는 기색이면서도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부인이 그렇게 묻는 게 오히려 당치도 않다는 투였다. 부인이 내친 김에 아예 따지듯이 물었다.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 거죠?”
  그러자 남편이 되레 화를 냈다. 내가 왜? 아니라니까!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버럭 소리까지 질렀다.
  부인이 사정하듯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게 화만 낼 게 아니라 불만이 있으면 터놓고 말을 해요. 나도 뭔지 알아야 고치든 해명을 하든 할 거 아니예요.”
  그러자 남편이 얼마간 수그러드는 기색으로 소리 지른 건 미안하지만 정말 아무 일 없다고 했다. 부인이 이때다 싶어 여태껏 꾹 참고 있던 말을 꺼냈다.
  “당신 알아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쌍소리 입에 올리는 거?”
  “......”
  남편이 못들은 척 묵묵부답이었다.
  “당신 전에 없이 쌍소리 입에 올리는 거 아시냐고요?”
  “......”
  남편이 여전히 아무 대답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혜원이가 떨어져 있기 망정이지 그 아이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글쎄.”
  부인이 딸까지 끌어들이자 남편이 그제야 쑥스럽다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알았다고. 그게 자기도 모르게 그런다고. 다시는 안 그럴 테니 걱정 말라고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발 털어놔요. 아니면 정말 다시는 좀 그러지 말고요.”
 
  부인 입장에서 남편이 적이 안쓰러울 때도 있었다.
  애초부터 그랬지만 특히 근래에 들어서는 남편도 나름으로는 무척 애를 쓰는 눈치였다. 예를 들어 이미 반쯤 튀어나온 쌍소리를 얼른 다른 말로 덮어버리기도 하고, 잠자리에서 막 튀어나오려는 쌍소리를 얼른 집어삼키기도 했다. 어쩔 때는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기도 했는데, 그 또한 튀어나오는 쌍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그랬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으니, 이제는 정말 불안하고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부인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고정하세요, 아주머니. 제가 보기엔 그렇게 참아 오신 것만도 참 용하십니다.”
  부인의 울음보가 쉽게 닫힐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함 간호사를 불러 부인을 잠깐 따로 모시도록 했다.
 
  두 번째 환자 상담을 마치고 나서 다시 부인과 마주앉았다.
  “어쨌거나 남편하고 함께 오시지 그랬습니까?”
  “그렇잖아도 사흘 전부터 내리 사정을 해 봤지요.”
  “뭐라시던가요?”
  “조심하겠다고. 조심하면 되잖냐고. 내가 왜 그런 데 가냐고. 이렇게 고집을 피우고 되레 화도 내고 해서요.”
  “알겠습니다. 혹시 제가 바깥어른께 전화를 한 번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
  부인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오늘 다시 한 번 사정해 보고요. 그러고 나서 같이 오든지, 제 혼자 다시 오든지 할게요.”
  듣고 보니 부인의 말이 사리에 맞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사려가 깊으시네요. 그렇게 하시죠. 어쨌거나 같이 오시게 되면 더 좋겠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혼자 나오시지는 말고 그냥 전화를 주십시오.”
  “아, 예...”
  “남편께서 끝내 마다하시면 우리 쪽에서 통화해서 병원에 나오도록 설득을 해 보겠습니다.”
  아주머니가 많이 진정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일어나 아주머니를 배웅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
  “그런데요, 아주머니. 그 일로 어떻게 신경정신과에 나올 생각을 하셨습니까?”
  아주머니가 다시 반 울상이 되어 더듬거렸다.
  “옛날 시골에서요... 제 남편처럼 그러다가... 나중에 미쳐버린 사람을 봤거든요. 정신병자요.”
 
  다음 날, 9시 조금 넘어서 부인이 전화를 해왔다.
  남편한테 아무리 사정을 해도 자기가 더 조심하겠다며 끝내 병원 나오기를 마다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원장님 처분에 맡길게요.”
  내가 전화를 끊고 나서 함 간호사를 불러 부인이 알려준 휴대폰 번호를 적어서 내밀었다. 그리고 직접 설득을 해 보라는 시늉을 했다. 아무래도 여자 목소리가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함 간호사가 병원 식구들 간에 전화 목소리가 아주 단정하고 정겹게 들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한참 만에 함 간호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담주 월요일에 연락하고 나오시겠대요.”
 
  2010년 9월 27일(월요일) 오후 5시.
  부인의 남편이 그 날 마지막 환자로 나와 마주앉았다.
  이름은 최현수. 1958년생 52세로 체구가 유난히 건장해 보였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도 그냥 부러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주눅이 들 정도였다. 용모도 아주 핸섬한 미남형이었다.
  내가 잔뜩 호의를 곁들여 말길을 텄다.
  “체구가 아주 좋으십니다. 제가 아주 샘이 날 지경입니다.”
  “아, 거 뭐. 집안 내림도 있고. 내가 U.D.T. 출신이기도 하고요.”
  목소리가 아주 굵고 카랑카랑한 가운데 마디마디 절도가 느껴졌다.
  “UDT면 해병대 말입니까?”
  “해병대라뇨! 해병대하곤 다르죠. 해작사 직속 특수전여단입니다.”
  “해작사라고요?”
  내 질문이 아주 답답하다는 듯이 최 기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해작사. 그러니까 해군작전사령부 예하에 두 개의 특수부대가 있었다. SSU라는 해난구조대, 그리고 흔히 잠수부대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UDT가 그것이었다.
  “UDT는 인간병기. SSU는 바다의 119. 이렇게 구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SSU는 뭐 내가 알 바 아니고요.”
  최 기사가 잠깐 말을 멈추고 탁자 위의 메모지 한 장을 끄집어냈다. 내가 그걸 보고 얼른  볼펜을 건네주었다. 최 기사가 아예 작심한 듯 글씨를 써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UDT는 ‘Underwater Demolition Team’의 약자였다. 바로 이 때문에 UDT가 수중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부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UDT가 제대로 하면 ‘UDT-SEAL’이고, 여기서 SEAL은 ‘SEa, Air, Land’의 약자였다. 그러니까 UDT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해상, 육상, 공중을 망라하는 전천후 특수부대였다. 창설 초기에는 수중폭파가 주요 임무였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폭발물 처리, 해상 대테러진압, 육해공 전천후타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처럼 공해상에서 선박검문검색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도 대개는 UDT대원들로 구성된다는 것이었다.
  “최 기사님은 얼마나 근무하셨는데요?”
  “복무기간 연장해서 9년 넘게 근무하고 중사로 제대했습니다.”
 
  내가 UDT는 그 정도면 되었다싶어 슬쩍 화제를 돌렸다.
  “아주머니랑 함께 나오시지 그랬습니까?”
  “아닙니다. 됐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최 기사님 지금 별 것 아니라고 하시지만요. 아주머니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당혹스럽고 걱정될지 말입니다.”
  “.........”
  “그리고 그 동안 아주머니가 얼마나 잘 참으셨는지, 얼마나 사려깊게 대하셨는지도 생각하셔야죠.”
  “듣고 보니. 딴은 그렇네요.”
  “맞습니다. 그런 아주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어서 벗어나셔야죠.”
  “뭘 말입니까?”
  “실은 제가요. 어서 ‘고치셔야’ 한다고 할 것을 그렇게 에둘러 말씀드린 겁니다.”
  “아, 알았습니다.”
  “최 기사님도 가끔은 내가 왜 이러지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시죠?”
  “그건 맞네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걸 고치시려면 기사님이 저하고 많이 친해져야 하는데요.”
  그 때 최 기사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지금 나하고 사귀자는 겁니까? 아, 저야 좋죠!”
  내가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까딱하면 눈물까지 나올 뻔했다. 최 기사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
  한참만에야 웃음을 꾹 누르고 나도 짐짓 농을 걸었다.
  “착하신 아주머니는 어떡하고요?”
  “허허! 듣고 보니. 그건 또 그렇네요. 하하하!”
  최 기사가 마침내 호방한 웃음을 터뜨렸다.
 
  막상 최 기사를 마주 대하고 보니 왠지 예감이 좋았다.
  워낙 체구가 좋은데다 성품도 활달하고 강인해 보여서 말문만 트이면 치료가 무척 용이할 것 같아서였다. 부인이 걱정했던 일, 그러니까 나중에 ‘미쳐’ 버리거나 ‘정신병자’가 되는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아, 그럼요. 아주 잘 자는 편입니다.”
  “악몽 같은 것 꾸지 않고요.”
  “그런 거 없습니다.”
  함 간호사가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가는 것을 기다려 내가 더욱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또 슬쩍 농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기사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예? 뭐가 말입니까?”
  “그 사귄다는 말, 말입니다. 최 기사님 병을 빨리 고치려면 기사님하고 제가 사귀어야 하고 그래서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주사나 약으로 하는 게 아니고요?”
  “예. 주사나 약은 그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최 기사가 내 말을 싹둑 자르다시피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거! 내가 다 말할게요!”
  마치 아주 큰 결단을 내렸다거나, 아니면 큰 선심이라도 베풀겠다는 투의 결연한 어조였다.
  “예?”
  “아! 거! 비밀이 없어야 한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만.”
  “그러니까! 내가! 다 털어놓는다고요!”
  “......”
  “아! 거! 이게 다! 거 빌어먹을! 천안함 때문입니다.”
  “예?”
  “이게 다! 아! 거! X도 빌어먹을! 천안함 때문이라고요!”
  “아, 예. 알아들었습니다.”
  최 기사가 갈수록 목청을 돋구고 마침내는 흥분하여 부르르 온몸을 떨다시피 했다.
  간호사들이 놀란 나머지 접수실 겸 조제실에서 진찰실로 통하는 문을 빙긋이 열어놓은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우르르 밀고 들어올 태세여서 내가 손짓, 눈짓에 고개까지 저어가며 괜찮다는 시늉을 했다.
 
  어찌보면 참 다행이었다.
  최 기사가 마치 폭탄이라도 터뜨리듯 버럭 내지른 소리를 내가 비교적 빨리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 달쯤 전 민혜가 준섭의 <불 꺼진 창>을 의외로 소상하게 들려준 덕택이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내가 최 기사한테 몇 번이고 더 확인성 질문을 해야 했을 것이었다.
  “자, 진정하시고요. 천안함 뭐가 그렇게 문제란 말입니까?”
  최 기사가 진정을 하기는커녕 언성을 더 높여 다시 소리를 내질렀다. 이번에는 아예 비분강개하는 표정과 말투였다.
  “아.거.뭐. X도! 윗대가리들 하는! 거 X도 개 같은 꼬라지들 때문이지 뭐겠습니까!”
  “윗분들 하는 뭐가 말입니까?”
  “아! 거! 한 주호 준위님이라고 있잖아요! 침몰 함수 수중수색하다 죽은.”
  “예.”
  “아 근데 거! 윗대가리들 발표가! 아! 그게 X도! 뭔가 냄새가 난다! 이 말입니다.”
  “그분이 대단한 일을 하신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애석하게 돌아가셔서 국민 영웅으로 큰 훈장도 탔고요.”
  “대단한 일 하면 뭐합니까? 사람 목숨이 먼저지.”
  “.........”
  “영웅 되면 뭐하고! 충무무공훈장 타면 또 뭐합니까?”
  “.........”
  “사람 목숨이 먼저고.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그게 중요하지.”
  덕분에 실컷 화풀이라도 했다는 듯 최 기사의 목소리에 차츰 흥분이 가시고 쌍소리도 수그러들었다.
  “그러니까 천안함 중에서도 그 한 준위라는 분 때문이군요?”
  최 기사가 대답 대신에 주위를 한 번 휘둘러보았다. 빙긋이 열린 문틈으로 줄곧 지켜보고 있던 간호사들이 얼른 문을 닫았다.
  최 기사가 간호사들 쪽으로 주었던 눈길을 거두며 이제 뭐 숨기고 말 것도 없다는 투로 불쑥 내뱉었다.
  “나, 뭐. 당장 잡혀가도 괜찮습니다.”
  나지막하면서도 아주 결연한 목소리였다.
  그러고 나서 최 기사가 한 준위의 죽음을 두고 일부 UDT예비역들 간에 나돌고 있다는 몇 가지 의문점들을 들려주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여러 가지 설과 그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도 얼마간 곁들여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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