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더위 보다는 햇볕이 따갑다는 말이 어울릿듯한 8월의 막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한 기억이다...아니 기억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일이 일어난게...너무나 소름끼치는 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것 처럼 느껴지는 조금은 어두운 지하 계단으로 너무나 자연스레 나는 와이프와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몇일전부터 친구녀석들이 와이프의 임신을 축하 해준다며 마련한 자리다.
들어선 bar는 시끄러운 밖과는 달리 처음 듣는 잔잔하면서도 조금은 경쾌한 음악이 내 귓가를 맴돌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 기현아!!"
입구에 들어서며 오늘 축하 자리를 마련한 파이어에그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와이프와의 대면 자리를 마련해준 녀석이 바로 요놈이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때는 특별하게 미래를 생각한다거나 그렇진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알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결혼 후 지금의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된것이다.
"야~ 뭐하러 이런 자릴 마련하고 그러냐? 나중에 귀여운 우리 애기 태어나면 하지 말야...하하..." 그렇게 웃으며 말끝을 흐린 나에게 돌아 오는 한마디는
"다른 친구들은 안해줘도 너는 해줘야 해 임마~!!"
그런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술을 마실수 없는(아니..아니면 마시지 않는...) 그녀에게 난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하고 나는 친구가 따라주는 옅은 갈색의 위스키를 한잔 받아 앞에 있는 얼음이 든 잔에 부어 이리 저리 흔들고 있었다.
"야 정현아!! 우리 한잔 해야지!! 내가 너희 둘 소개 시켜 주고 둘이 결혼하고...또 사랑스런 나의 조카까지 생기다니... 나 너무 기분 좋다. 너보단 못하겠지만 나 너무 좋다. 오늘 한잔 하면서 둘의 앞날을 축하하고, 또 축하하는 오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 한잔 하자!! 사랑스런 우리 정현이를 위하여~~!!!"
그렇다 내 이름은 정현이다. 친구의 건배 제의에 난 너무나 기쁘게 상쾌한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히고는 흔들던 잔의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갈수록 즐거운 시간과 예닐곱쯤 되는 친구 녀석들의 눈동자도 차츰 초점이 흐려질 무렵 기현이가 내게 물었다.
"얌마.. 기분 좋지? 나 진짜 너희 둘이 이렇게 사는 모습 너무나 좋다. 너무 부러워 나도 빨리 장가 가고 싶다니깐..."
"하하~~ 다 니 덕분 아니냐? 너 아니면 내가 어떻게 오늘 이자리에 있겠냐? 좋은 자리 있으면 너한테 소개시켜 줄께 이 형만 믿고 있어라!!!"
그렇게 너스레를 떨고 있을 무렵 구석에 앉아 있던 상준이가 날 보며 씨익 웃었다.
"정현아..행복은 행복할때 지켜야 해...불행해진 다음에 다시 행복을 찾아 보려 아둥바둥 해도 찾기가 힘들어..."
그런 상준이의 말이 충고 보다는 가슴이 조금 아리게 내 귀를 파고 들었다.
"그래 상준아...고맙다. 이 행복... 세상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한잔 하자~ "
그렇게 건배를 하고 옆에 앉은 기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른 입에 술을 적시고 있었다.
평상시와는 달리 빨리 올라오는 취기에 비틀 거리며 화장실을 다녀와서야 바뀌어 있는 자리를 확인했다.
나의 사랑스런 그녀 옆에 상준이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아까 까지만 해도 구석에 있더니 자리를 옮겼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상준이가 웃으며 나에게...
"오늘따라 니 와이프 이뻐 보인다..." 하며 씨익 웃는데... 자리에 앉으려 허리를 굽히고 조금은 올려다 보는 상준이의 눈이 왠지 꺼림칙하게 빛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