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잠든 모양인데, 억지로 잔 잠이 고작 세시간이다. 침대에 누운지는 여덟시간도 넘었다. 눈을 감으면 시작되는 온갖 상상이 견디기 힘들어서 눈을 감을수 없었다. 눈을 떠도 캄캄했다. 알아볼 수 없지만, 초침이 저쪽 벽에서 째깍거렸다. 이상하다, 저 시계 야광시계였지 싶은데.
아침이면 우린 같은 베개를 베고있기 일쑤였다. 가끔은 팔베개를 한 그대로 짧은 밤이 지나기도 했다. 내 코와 가까운 네 이마끝의 냄새. 내 입술에 닿은 네 눈썹의 느낌. 어디 보자, 손으로 볼에 붙은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입맞추면 네가 놀라 움찔한다. 히히, 너와 내 사이에 틈이라곤 없게 꾹 끌어안는다. 넌 울듯이 징징거린다. 팔이 저리고, 입술에 눈썹이 닿고, 가슴과 가슴이 붙어있고, 너와 내 다리가 섞여있다. 고양이가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밟고, 너를 밟아 지나간다.
두눈이 모두 떠진다. 남은 베개에는 만지다 잠든 전화기가 있다. 이어폰이 그대로 꽂혀있다. 저래선 알람도 듣지 못한다. 네가 울면서 내 손을 놓던 날부터 듣던 노래가 이어폰에서 베개로 쏟아진다. 베개가 축축하다.
네가 좋아해서 샀던 부들부들하고 폭신한 이불을 발치에서 끌어다가 뒤집어 써서, 햇살이 조금 덜 시끄러워졌다. 아침은 거짓같다. 그리고 나부터 시작해서 모든게 바보같다. 그래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