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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된다고 징징대던 처자 보시오.
게시물ID : humorbest_5957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NDM-A2
추천 : 50
조회수 : 4766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27 22:02:36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27 21:45:23

좀 길지만 제 얘기 잠깐 하지요.


저는 5년 전에 인덕전문대 전자공학 1학년 1학기 마치고 갑자기 입사하게 됐습니다.


학교 때려치고 아카데미나 들어가려던 찰나에 그 당시 목숨 걸었던 게임의 개발사에서 연락을 해 주셔서 덜컥 입사를 하게 됐지요.

(이직은 했지만 지금도 그 때 저 불러주신 형님 밑에서 일합니다.)


처음부터 기획자를 한 건 아니었고, PM이라고 스케쥴 관리나 퍼블리셔랑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한 1년 쯤 일을 했는데, 유능하던 기획자 한 분이 이직을 하시게 되는 바람에 신규 채용 대신 제가 PM에서 기획자로 전직을 하게 됐어요.


사람도 잘 안 뽑히거니와, 제가 게임을 오래 해서 잘 아는 것도 한 몫 했겠지요.


어쨌든 그렇게 기획자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은 작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겪었던 온갖 마음고생과 좌절, 자책, 자신에 대한 회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학도 제대로 못 나왔고, 문과라 수학, 물리같은 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인간이 기획자를 하면 더럽게 괴롭거든요.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알력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고요.


뭐, 어찌 되었던 간에 가장 저를 크게 괴롭혔던 건 '과연 내가 기획자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책을 읽었죠.


근데 책에도 정답은 없었습니다.


당장 필요한 건 엑셀 수식과 2차 함수 공식인데, 기획 관련 서적에서 나오는 건 대략적인 개발의 프로세스와

관념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여기저기 치이며 공부도 하고, 일도 한 지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경험자로서 한 가지 당부하려고 합니다.


기획자로서 가장 필요한 건 오픈 마인드와 집념입니다.


기획자가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는 건 오만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특정 장르, 특정 게임에 얽매여 있는 사람일수록 더 하죠.


차라리 프로페셔널하게 꿰고 있으면 괜찮지만, '나는 와우를 좋아하니까 와우처럼 해야돼! 잘 만들었잖아!'라는 마인드는

개갈굼과 자괴감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갈굼을 당한다고 해서 게임의 재미에 대한 탐구를 멈추면 안 됩니다.


집념을 잃지 말라는 소리지요.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모든 걸 게임에 녹여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공부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은 천지 차이입니다.



최초의 글에서 다소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하지는 마세요.


성인인 이상 자기 일에는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사용했던 책 몇 권을 나누려고 합니다.


교과서적인 책도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그냥 게임 개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어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을 하는지)

거기서 기획자의 직무가 무엇인지 알 수는 있을 겁니다.


다 가지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시면  보고 싶은 것만 몇 권 골라 주세요. 나머지 책은 다른 분들께 나눔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게 궁금한 지를 적어주시면 더 좋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아직 안 늦었습니다.


제가 기획을 스물 여섯에 시작했는데, 저보다는 훨씬 빠르지 않습니까.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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