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대는 여름에
난 지독하게 학학대는 감기에 걸렸지요
텁텁한 바람조차 눈보라가 되고
태양의 아스라이조차 빙벽이 되었던
그 날은 나에겐 한겨울의 한파
뻥 뚫린 가슴엔 맞는 옷을 입힐 수도 없어
그냥 그렇게 맨가슴으로 바람을 맞고 떨고 있어랬지요
중천이 노랗게 물들던 날
나에게는 그 노란 나뭇잎이 냉해에 타죽은 낙엽이 되고
내던져진 태양 속 보석들이 땅을 치는 얼음조각이 되고
샛노래진 그 사람의 얼굴이 타죽은 내 마음이 되었지요
으르렁대는 바람
칼을 품고 제 살을 찌르던 그 바람소리와
내 성대에서 끓어오른 소리는 이상하게 같아서
아마도 그 사람은 그걸 바람소리라 여겼을 거예요
후텁지근하고 고리타분해서
그 사람 귀에는 더 이상 울리지도 않았겠지요
그 바람소리 안에는 그 사람이 있었는데도 말예요
아마도 그 사람은 그걸 코흘리개라 여겼을 거예요
지저분하고 더럽다 여겨
그 사람은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겠지요
그건 사실 장마에 섞인 눈물이었는데도 말예요
<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