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이제 쾌락에 관련된 문제도 아니요 윤리에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인권’에 관련된 문제다.
더 부연해서 설명하면 ‘행복추구권’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성을 즐기는 것은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회일수록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발달돼 있고 사회복지제도 역시 발달돼 있다.
서유럽과 북유럽의 나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성 자체 또는 성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도덕적 선입관’이나 편견, 심지어 ‘모럴 테러리즘(moral terrorism)’이
횡행하는 사회는 대부분 문화적 후진국들이다.
말하자면 상식과 지성이 통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문화적으로 후진된 사회일 수록 ‘성’이란 말만 나와도
그 말을 꺼낸 사람은 여러 사람 앞에서 멸시되거나 무시되어진다.
속으로는 누구나 성을 즐기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이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성에 대한 결벽증 또는 ‘성 알레르기’현상이
창의력의 억압과 비합리적 문화 풍토의 조성에
왜 그렇게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그것은 내게 있어 흥미롭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는 수수께께이다.
성을 금기시 하는 사회에서는 자연히 성과 관련된,
혹은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단어들을
비속어화(卑俗語化)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범주의 담론들에 대해서
어쩐지 고상하지 못하고 천박한 것 같은,
심지어 죄스러운 것 같은 인상을 갖게 만든다.
또한 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어하는 척하는 것이
마치 교양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끔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
그러한 사회일수록 사회 지도층 문화인들은
스스로 완벽하게 도덕적이지도 못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가장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한다.
그들이 강요하는 삶은 육체적이이지 않고 정신적인,
즐겁지 않고 무미건조한, 개인주의적이지 않고 전체주의적인 삶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이 이미 육체적으로 노쇠하거나
‘품위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려 젊음의 열정을 시샘한 끝에 강구해낸
‘B사감’같은 심술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획일적 통제를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적 쾌락 추구’라는 시대적 대세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동구나 구소련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개인의 쾌락을 억제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이념’은 인간의 머리속에 들어 앉아
‘고상하게’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그것은 가슴으로 배는, 또는 그 아래로 내려와
인간의 희로애락 등 갖가지 감성 또는 감각들과 통합되어 가고 있다.
인류는 이제 중세기 천년간의 암흑시대,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끊임없는 종교(또는 이데올로기) 전쟁들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추악한 부산물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 그래서 문화적 선진국의 지성인들은
새로 다가온 21 세기를 주도해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몸의 철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성을 인권과 관련시켜 논의해야만 하는 사회는
문화적 ‘촌티’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불합리한 억압과 자유권의 침해가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성에 대한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자칫 ‘사치스런 넋두리’로 몰릴 위험마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념이 팽배하고
민주화와 인권이 부르짖어지던 1980 년대에,
이른바 성을 ‘3 S 정책’의 부산물 정도로만 간주하여 천시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나 논의의 자유가 보장될수록
개개인의 인권 역시 차츰 보장되어 간 것이
문화적 선진국들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성에 대한 죄의식이나 편견의 제거는 신통하게도
곧바로 합리성의 회복과 자유권의 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광신적이고 비이성적인 규범적 잣대들이
너무도 깊숙히 뿌리내려 있다. 비단 사이비 종교 뿐만 아니라
편향된 이데올로기나 국수주의적 전체주의,
그리고 수구적 봉건윤리 등에 나타나는 광신적 현상은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을 억제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자유’와 ‘다원(多元)’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
그리고 인권으로 보장되는 ‘성적 자유’는
자유와 다원의 실현을 위한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이젠 성의 자유가 무조건적 방종이나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 마광수 교수님의 <마광쉬즘>에서...
*긴 글 입니다. 하지만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여 발췌해왔습니다. 덧붙여 말하면 과거 가부장제의 잔여물이고, 여성을 통제하기 위해 강요되었던 정조 사상이라던가, 순결이 아직도 오유에 남아 있는게 안타깝습니다. 이제 우리 알거 다 알잖아요. 정말 문제는 성과 관련된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지 성 자체에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욱 떳떳하게 재밌는 음란 개그 보고 싶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