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여름의 얼굴로 쏟아져요. 단숨에 서늘해지는 바람이 곁들어 불더니 이젠 밤이 깊었습니다.
다들 지붕 아래 몸을 피해 빗소리를 들으며 편안할까요? 다들 행복하면 좋겠는데.
이 비가 지나면 볕이 더 뜨거워지고 여름이 짙어질겁니다.
많이 힘들고 지쳐서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를 잊고 지냈는데 또 이만큼 하루가 피고 지고. 너무 많은것을 잃어서 미웠던 이 계절이, 다시 많은것을 빼앗는가 싶어서 마음이 가눌 방법이 없지 뭡니까.
하지만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바보는 나. 또 모든게 내 탓이니까.
꽃처럼 지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꽃처럼 피는 사람이 있을테고.
오늘 쉽게 멎지 않던 비가 오는 까닭이 그 사람을 내 마음에 피우려나보다 하는겁니다.
고인 비가 빠지고 마르고 나면 내가 생각만 하던 일들이 피어 오르리라.
피어 오른 싹이 당장 꽃만큼 어여쁘지 않아도, 내 손과 발이 바쁜만큼 자라다가 꽃으로 피겠지요.
물론 모두의 삶이 그렇길 바랍니다. 모든 꽃이 피어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