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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 7 # 부적
게시물ID : panic_54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OYAL
추천 : 5
조회수 : 18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8/04 21:24:10

출처 - 웃대(하드론)님 -

 
 
나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 또한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며 그녀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었다.

잠시 후 그녀는 상의 깊숙히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붉은빛의 주머니였다.


"뭡니까?"


"부적일세."


"부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라네."


'삶과 죽음의 경계?'


순간 나는 얼마 전 전상병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한수 어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부적을 몸에 지니는 순간부터 귀신을 
보게 될거라는거야.]



헉...어찌 이런 일이 나에게.....

머릿속에 저장된 여러가지 정보가 길을 잃은 듯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이내 허탈감을 이기지 못한 듯 조용히 말이 튀어나왔다.


"귀...귀신을 본다는 그 부적?"


작은 나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 걸 어떻게 아는가?"


"아드님이 죽기 전에 제 고참한테 그 부적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말해줬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또 한번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안하네....정말로 미안하네....흑흑.."


"아드님도 찾고 저 뿐만 아니라 부대원들 목숨까지 건질 수 있다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녀는 이내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개의치않고 그녀 손에 쥐어져 있는 주머니를 빼앗듯 집어들었다.


"이제..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눈물을 거둔 그녀는 내가 해야 될 행동들을 나열하듯 설명했다.


"그 주머니 안에는 빨간색과 노란색 두 종류의 부적이 있다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해시라면...?"


"오늘밤 9시에서 11시 사이일세. 그리고 빨간 부적은 네 장이 있는데 하나만 남겨두고 몸이 닿는 곳에 가까이 두게."


"그...그러면 그 때부터 뭐가 보이는 겁니까?"


"그렇진 않다네.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할지는 나도 모른다네."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자네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네 몸을 빌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네."


그녀의 말에 갑자기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그럼 아드님은 어떻게 찾습니까?"


"남은 한 장의 붉은색 부적을 넘겨주게. 그리고 이 어미의 말을 전해주게....흐흐흑...."


서글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지 그녀는 연신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에서 더 이상 해를 입히지 말고 떠나달라고...어미가 간절히 바란다고..

그리고 짧은 인연이지만 이승에서나마 부모 자식으로 만나줘서 고마웠다고......흐흐흑

이승의 연이 길지 않았지만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달라고 전해주게...흐흐흑"


그녀의 울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전..아드님 얼굴을 모릅니다."


"주머니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네...."




근무가 끝난 후 나는 내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주머니를 매만졌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아니...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가?

두려움, 공포, 무력감, 후회...또는 기대...하나로 정할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제 이후로 전상병이 조금씩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도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밥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관심도 없는 듯 숟가락을 뜨고 있었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았음에도 근무 복장을 챙기고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안부나 위로의 말도 던질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리고 복장은 왜 저래?'


내가 여러 생각에 잠겨 있을 쯤 선임하사가 앞에 나서 무언가를 하달했다.


"밥먹고 나서 오늘밤 8시부터 9시 반까지 야간 침투훈련 실시한다."


여기저기서 허탈감에 빠진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내일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단다. 비 맞으면서 훈련하고 싶은 놈은 내일 해도 돼.

그리고 취사반은 훈련 열외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선임하사의 말에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밥먹고 나서 고양이 올가미 설치해라."


이 와중에도 김병장은 고양이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김병장이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또..말입니까?"


순간 아차 싶었지만 김병장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취사장 뒷편에서 나는 올가미를 만들 철사 줄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잡힌 고양이들은 지금 어디 있는걸까? 김병장이 삶아 먹었나? 아니면 오늘 고깃국에 넣은 걸까?


여러가지 생각에 올가미 설치가 늦어질 쯤 서서히 땅거미가 취사장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결국 김병장의 명령대로 다시 잔밥통 주변의 개구멍에 올가미를 설치했다. 



취사장 일이 끝나고 나는 아무도 없는 내무반에 앉아 그 무당이라는 여자가 주고 간 부적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그 여자가 말한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지만, 나는 조용히 내무반을 빠져나와 내부반 뒷편 으쓱한 곳에서 조심스레 주머니 속에 

감추어 두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시간이 아홉시가 넘었음을 확인한 나는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그 노란 부적에 불을 붙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난 이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부적이 나와 부대원의 목숨을 구하고, 이 부대의 알 수 없는 비밀을 풀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아놓은 하얀 종이 위에 회색빛으로 노란색 부적의 재가 모아졌다.


나는 물이 담긴 컵에 그것을 털어넣고 한모금에 마셔버렸다.



'이제...뭐가 보인단 말이지?'


그 여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는 이미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붉은색 부적을 온 몸 이곳저곳에 쑤셔넣었다.



이 때 내무반과 붙어있는 행정반에서 요란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강아지야!! 실탄이 든 탄창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


누군가와 전화상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근무자가 틀림없었다.


"뭐? 실탄?"



불현듯 낮에 그녀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하면 부대원들이 죽어 나갈 것이네.]


"신발...귀신이 실탄을 가져갈 일도 없고......"


그 순간 저녁 시간 때 넋을 잃은 모습으로 밥을 먹던 전상병이 떠올랐다.


"전대웅!!!"


나는 야간 침투 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취사장 뒷편의 야산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취사장 쯤 도달하자 올가미가 설치된 잔밥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누군가 낯선 이도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총을 메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잔밥통 앞에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누구...?"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미친 듯이 숟가락질을 하던 그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헉....신발...'


삼장이 터져나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전기에 감전이 된 듯 오금이 저리로 발을 한걸음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 애써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한걸음씩 그의 옆을 스쳐 지나기 시작했다.

곁눈질이었지만 그는 전쟁 중인 군인 같았다. 땀인지 피인지 모르는 검은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무서워서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수미터 이상을 더 걸었다. 그제서야 내 뒤편에서 바쁜 숟가락질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수십미터 앞에 구름 사이로 비친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훈련 중인 부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간 침투 훈련이라 모두 자세를 낮추고 매우매우 느린 속도로 산정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풀섶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하며 부대원들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부대원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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