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랜만이라 기억도 잘 안 난다(웃음). 준결승에서 이렇게 떨고 긴장하기는 처음이다. 오늘은 너무 경기가 잘 풀렸다.
-3경기 모두 벙커링으로 끝냈다.
▶오늘 너무 쉽게 이긴게 아니냐고 보실 수도 있지만, 내가 이 전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상대가 알고도 못 막을 만한 타이밍을 찾아 내려고 며칠 밤을 새웠다.
정말 과거의 결승전 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았다.
오늘은 초반에 머린으로 압박을 준 뒤 안 통하면 다른 전략을 쓸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홍진호가 초반 유닛을 안 뽑는 플레이를 해서 끝까지 밀어 부친 것이다. 물론 서로가 가난한 상태에서 컨트롤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컨트롤이라면 자신이 있었으니까.
-상대가 홍진호라 특별히 염두에 둔 점은.
▶그 누구보다도 홍진호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훈련 때도 `이건 홍진호니까 안 먹힐 꺼야', `이건 홍진호가 쉽게 극복할 꺼야'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따라서 훈련은 내가 다른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주문한 편이었다. 같은 팀 성학승 선수가 가장 많이 도와줬고 이창훈과 훈련생들도 정말 자기 일처럼 도왔다. 이고시스POS 박성준 선수와의 훈련도 많은 도움이 됐다. 박성준도 이 전략에는 5판을 내리 질 정도였다.
-이제 결승 상대가 최연성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라는 생각은 꾸준히 했는데, 그게 결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같은 팀과는 만나지 말기를 희망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됐다. 특히 결승전까지 1주일 밖에 안 남았다는 게 부담이다. 최연성은 충분히 머리를 식혔는데, 나는 그럴 시간이 없다.
-훈련이 부담스러울 텐데.
▶어차피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머리 싸움에서 승부가 나지 않겠나. 예전같으면 내가 숙소를 나가서 연습했겠지만, 이제는 내가 고참인데…. 만약 그대로 숙소에 둘 다 남게되면 최연성이 무엇을 준비하는 지 지켜볼 수 밖에 없지 않겠나(웃음).
-결승에 대한 각오는.
▶이번 시즌에는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뒤따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