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개최 원년과 그 다음다음 해 이렇게 두 번 다녀왔는데요,
사실 수도권 거주자가 땅끝 마을까지 자동차 경주 구경하러 간다는 건 웬만한 결심 아니면 힘들지요.
물론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일 많고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좀 다릅니다.
영암 F1은 전남도가 큰 돈을 벌어 보겠다고 유치한 사업이 아닙니다. 또라이가 아닌 이상 1년에 한 번 열리는 경기 가지고 어떻게 수익을 맞추겠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무리 많은 관중이 온다고 하더라도. 더구나 경기장 건설에 수천억원이라는 지방자치 단체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된 건데요.
많은 분들이 F1경기장은 수도권 근처에 건설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아마 그랬다면 훨씬 많은 관중은 모을 수 있었을 겁니다. 또 다른 경기 유치에도 유리했을테고요.
하지만 수도권 인근에 과연 그 정도 경기장을 지을만한 땅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땅값은 얼마나 할까요?
모르긴해도 경기장 건설비보다 땅값이 더 들면 더 들었지 더 적게 들지는 않을겁니다. 개다가 그 소음은 또...
그래서 충청도 새만금 부지에 짓는 것이 어땠겠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수십조를 투입해서 만든 새만금도 애초 그런 용도로 만든 땅이 아니기 때문에 명분이 없습니다.
모나코나 싱가폴처럼 도심 도로를 이용해서 경기를 하는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건에는 전혀 맞지 않고요...
우리나라는 손가락 꼽는 자동차 생산 대국입니다. 그러면 뭔가 모터 스포츠 발전에 기여할만한 시설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남도청이 영암을 생각한 건, 워낙 낙후되어 있는 전남도의 장기적인 위상과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비록 영암이 수도권에서 너무 멀어서 수도권 관객이 가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남 발전을 염두에 두고 도우려 했다면 영암 F1은 돈을 벌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지금처럼 망하지는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명박은 자신의 주 지지기반인 경상도의 환심을 굳히기 위해 '눈에 띄게 전라도를 차별하는 정책'을 폈고, 이 와중에 전남도는 영암 F1과 관련하여 아무런 정부 지원을 얻지 못한 겁니다.
모르긴해도 중앙 정부가 나서서 영암 F1을 지원하고 홍보해주며 각 자동차 회사들에 지원요청을 했더라면 영암 F1은 비단 F1 뿐만 아니라 국내 써킷 대회 같은 것도 많이 유치가 되고 활성화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기차를 위시한 자동차 회사들도 이명박의 눈치를 보느라 영암 F1을 거의 완전히 무시해버렸지요.
한 멍청한 대통령의 지역 차별이 가져온 불행이 바로 영암 F1이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