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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활관
게시물ID : humorbest_5977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a55
추천 : 33
조회수 : 12144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30 22:35: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30 02:16:38

안녕하세요. 저는 비교적 최근에 전역한 예비역 병장입니다.

최근들어 확대시행되고있는 동기생활관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제가 자대에 전입하기 5개월전, 저희부대는 전 국군 최초 자율병영생활관 시범중대로 뽑혀서 시범삼아 시행중이었습니다.

원래는 1달만 시행해보고, 원래대로 되돌릴 계획이었습니다.

 

1달 시행 후, 각 계급별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을 담당했던 간부들은 상병장의 의견보다 이등병,일병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간부들은 최근들어 부쩍 증가한 병영부조리 문제로 곯머리를 앓았던 모양입니다.)

욕듣고, 맞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일/이등병들은 자율병영생활관에 당연하다는듯이 만족한다고 썼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원래 잠깐동안 시행하기로 했던 자율병영생활이 계속 유지되게 됩니다.

일반사병들의 군기가 많이 변하자, 불만이 많은 간부들은 상급부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시범운행을 명했던 ????장교는 현재 전출을 간 상태고, 상급부대에서도 우선은 유지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음』

 

이때쯤에 제가 자대에 전입을 오게 됬습니다.

아직은 자율병영생활관 초창기이므로, 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욕설과 갈굼은 남아있었습니다.

이등병끼리 생활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걸 인지한 간부는, 분대장으로 중대 탑급 고참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로서 다음과 같은 생활환경이 마련됩니다.

 1. 고참이 있는 생활관에 눈치가 보였던 일/이등병들이 전입신병을 괴롭히러 생활관에 못들어옴.

 2. 분대장을 아주 착하고 성실한 사람을 뽑아, 일/이등병들의 행복을 보장함.

 3. 일/이등병들도 밖에서 무서운 군생활을 듣고와서 생활관에 있는 분대장에게 절대 개기지 않음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분대장만 좀 개념있는 사람이면 적당히 후임도 잘 가르치고, 자기 분대원들에게 그다지

부조리를 행하지는 않았기에 후임입장에서는 아주 편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자율병영생활관의 생활환경을 보죠.

자율병영생활관의 취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상급부대 간부가 교육을 할때 말해줬었습니다.

『우리도 미군처럼 일할땐 일하고, 업무끝나면 푹 쉬자!』

선진병영문화를 도입할려고 한 모양입니다. 취지는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좋은취지의 자율병영생활관은 큰 위기에 직면합니다.

 

전입신병들이 생활에 적응하고 분대장이 전역할때쯤 되면, 전입신병들의 계급이 일병정도 됩니다.

이제는 이 생활관에 이전처럼 고참을 분대장으로 넣지 않죠. 다 적응했으니까요.

분대장은? 동기들중에 가장 똘똘한 녀석을 시킵니다.

 

대한민국 일반사병중에 군대에 오고싶어서 온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대도 군대가 유지되는것은 상급자의 지휘하에 개개인의 욕구와 불만을 참기때문이거른요.

선임이 시키면 x같아도 하지만, 동기가 시키는건 좀 다릅니다.

예를들어보죠.

내무검사를 합니다. 청소를 해야겠지요? 오늘만은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상상치도 못한곳까지 닦으려고 합니다. 동기분대장은 분대원에게 말하겠죠

 

『 분대장 : 나는 여길 닦을테니까, 넌 저길 닦아줘

    분대원 : 아 저기 안해도 되.

    분대장 : 그래도 오늘은 내무검산데 좀 깨끗히 하는게 좋지 않나?

    분대원 : 그럼 니가해라 ㅋㅋ 이짬먹고 못하겠다.                         』

 

이상하게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동기생활관이라지만, 다른생활관에 선임이 있는데 저렇게 막장으로 해도 되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간부들은 병상호간 내무부조리로 곯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소원수리도 받았지만, 주기적으로 전 병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시행했습니다.

과거에는 소원수리에 누군가를 적으면 적은사람도 '구타유발자'라며 같이 영창에 가곤 했지만

지금은 어림없습니다. 이등병이 마음만 먹으면 멀쩡한사람 휴가 한두개 짜르는건 일도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자, 어지간히 무서운 선임이 아닌이상 후임들의 생활에 별 신경을 안쓰게 됩니다.

직계 부사수나 소대원이나 좀 챙기지, 나머지는 그냥 무시했습니다.

개인주의/이기주의가 확대됬습니다. 대다수의 병사가 동기들 또는 1,2달 선/후임과만 어울리게 됬습니다.

자신의 아들군번이 언제 휴가를 나가는지, 적응을 못하는건 아닌지, 관심없습니다.

 

간부들도 이와같은 변화를 알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원수리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자... 간부들은 머리를 굴립니다.

『아, 괜히 내가 병사들 혼내다가 경고장이라도 받으면 장기 안될텐데...』

『좋아, 그럼 짬좀되는 애들 시켜서 적당히 혼내라고 하고... 소원수리에 적히면 '누가 그렇게까지 교육하랬어!'라고 혼내지 뭐』

이런식으로 전반적인 책임을 선임급 병사들에게 전가합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개인주의가 확대되서, 선임병은 자기 부사수나 아들군번 첫휴가 날짜도 모르고...

간부는 손 더럽히기 싫어서 가만히 방관하다가, 짜증날때마다 상병장만 혼내고...

계급이 올라갈수록 열받는 일만 늘어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인의 도덕심결여보다는 인간의 당연한 욕구와 군생활의 강제성에서 오는 부작용이므로 해결하기가 무척 힘들것입니다.

몇가지만 개선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선진병영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군 생활에 회의적이고, 자기의 평안을 위해 협조하지

않는 병사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간부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크게 징계해야합니다. 지금의 군 간부들 태도는 병사를 노예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극 소수의 좋은 간부들도 있습니다).

 

제가 전역하기 전날, 고생했다며 밥을 사주시던 반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에는 기름도 몰래 빼서 팔고, 당직때 술도 많이 마셨지ㅋㅋ』

많은분들이 최근들어 기강이 많이 문란해졌다고 합니다만, 과거에도 만만치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지금은 각종 매체가 많이 발달하여 옛날이라면 묻혔을 일들이 이슈화 됬을 뿐이지요.

아직은 예비역들에게 부정적으로만 비추어지는 자율병영생활관. 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예전처럼 맞아죽거나 자살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니... 기대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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