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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립으로 풀어낸 '설국열차', 달려라 막장열차
게시물ID : movie_146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리나린
추천 : 13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5 16:37:12

봉준호 감독은 친절하다. 뻘소리 하나하나까지 친절하게 답한다. 매번 나오는 '봉테일인데 어느 디테일에 신경 썼냐'는 질문도 친절하게 답한다. 여느 감독들이 자기 영화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꺼리는 것과 달리 봉준호 감독은 친절하게 달한다. 예컨대 '마더'에서 원빈이 창문에 비치는 장면에 대해 "꽃미남 원빈이 제대 후 첫 영화에서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식이다.

친절한 봉감독, '설국열차'에도 쏟아지는 뻘소리, 인터넷 용어로 드립에도 굴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했다. 개봉 전이라 풀어내지 못했던 봉준호와 나눈 드립 대화, 폭주하고 있는 '설국열차'를 드립으로 풀었다. 일부 스포일러가 담겨있다. 


'설국열차' 보도자료 마지막 사진 한 장이 인상적이었다고 봉준호 감독에게 물었다. 외국배우, 스태프들과 다 함께 찍은 사진에 봉준호 감독이 한 가운데 앉아 있는 사진이다. 흐뭇하게 웃는 봉준호 감독. "얼굴이 가장 크더라." 친절한 봉 감독, "세상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크기다"고 답한다.

봉준호 감독의 반팔 티셔츠 왼편 밑으로 새 한마리가 날아다닌다. "왠 문신이냐"고 했더니 친절한 봉 감독, 웃옷을 벗다시피 하며 전체 문신을 보여준다. 커다란 나무 옆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문신. "'마더'에 나오는 나무를 새겼다. 새는 나무랑 세트"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새, 솔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비대하다. 눈치를 챈 봉 감독, "문신을 하고 나니 무엇보다 몸이 좋아야 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똥차에 스티커를 붙인 느낌"이라고 말한다. 친절하다, 봉 감독. 생각까지 읽는구나.

본격적으로 '설국열차'에 대한 드립을 풀었다. '설국열차'는 KTX를 모델로 했냐, 아니면 프랑스 원작이니 테제베를 모델로 했냐. 봉 감독, 드립에 드립으로 받아친다. "사실 돈이 더 있으면 맨 앞 칸을 변신하는 걸로 만들고 싶었다. 얼음을 뚫을 때 지금처럼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앞 칸에서 드릴이 나와서 뚫는 걸 하고 싶었다" 

쩝. 진심인지 농담인지. 만화 마니아다운 상상이기도 하다. 그러보니 봉 감독, 일본 만화 '이십세기 소년'과 '진격의 거인' 실사판 감독 제안을 받기도 했더랬다. "거기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는 봉 감독, 그러면서도 "다른 감독이 잘 만드실 것"이라며 힌트를 준다. 

만화 마니아들에겐 열차하면 '은하철도 999'인 법. 맨 앞 칸 디자인은 흑백만 바꿨을 뿐 '은하철도 999'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느 순간, 차장 아저씨가 눈만 반짝이며 "메텔양, 철이씨"라고 할 것만 같다. 봉 감독, "역시 저희 세대는 열차하면 은하철도죠"라면서 아련한 얼굴로 메텔을 회상한다. "아, 메텔." 친절한 봉 감독. 

사실 '은하철도 999'와 '설국열차'와 관계를 제작자 박찬욱 감독에게 먼저 물었다. 마에스트로 박은 "봉준호 감독이 만화 마니아니깐 아마 영감을 받긴 받았을 것"이라며 눙쳤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 앞칸은 원이지만 '은하철도999' 앞칸은 들어가면 육각형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봉 감독, 자신의 아이패드를 보여줄 듯 하면서 "여기에 앞칸과 관련한 수많은 디자인들이 담겨있다"며 "그래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의 상징은 원이 아니냐"고 말한다.

원래 '설국열차' 원작에선 열차가 순환선이 아니지만 자신은 1년에 한 번씩 전 세계를 순환하는 걸로 설정했다며 그 선을 좁히면 또 원이 된다는 드립 아닌 드립을 펼친다. 역시 고수다. 

'괴물' 마지막 장면에 송강호가 괴물을 봉으로 찍으면서 손바닥에 원이 생긴다, 차기작인 '도쿄'에서 원이 등장하는 데 '괴물' 속 그 원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설국열차'에서도 곳곳에 원이 등장한다며 제법 긴 드립을 풀었다.

봉 감독, 큰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제가 원불교입니다"라고 말한다. 순간 정적. 그렇단 말인가, '설국열차'는 원불교 포교 영화인건가. 봉 감독, "농담입니다"라고 말한다. 봉 감독, "뫼비우스의 띠 같은 순환을 그리고 싶었다. 그게 원인 것이고"라고 설명한다. 젠장.

작정하고 드립을 펼쳤다. 고아성과 마지막에 살아남는 흑인소년, 17살과 5살이다. 미래 트랜드는 결국 연상연하냐. 띠동갑인데. 윽, 하는 표정의 봉 감독. 정색하더니 "고아성에게 '설국열차' 2부는 만복이 스토리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황인과 흑인의 혼혈이 미래 종족의 트랜드였던 것이다. 이만복과 인순이가 미래 인류의 표본인 것이다. 

봉 감독, "원래 영화 에필로그에 성장한 흑인소년이 내레이션을 하는 게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 뺐다"고 말한다. 고아성과 흑인소년, 살아남았던 것이다. 백곰에게 먹힌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드립. 세계인은 백곰을 보고 코카콜라를 떠올리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은 단군신화를 떠올리지 않겠냐고 던졌다. 남녀가 살아남고 백곰이 등장하니 후세 인류 신화는 백곰신화가 될 것인즉. 이에 봉 감독, "펭귄이면 썰렁하니깐"이라고 답한다. 봉 감독, "열차가 예카테리나 철도를 지난 뒤 며칠 안된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 아니냐"며 "예카테리나는 우크라이나 지역 언저리다. 그러니 시속 80㎞로 달린다 치고 북쪽 어디쯤에서 결론이 나니깐 북극곰이 맞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는 봉테일이었다. 스윽 눈치를 챈 봉 감독, "스태프들이 시속까지 따져가며 계산했다"고 공을 넘긴다. 

꼬리칸으로 드립을 옮겼다. CJ E&M이 투자배급인데 비상식량으로 햇반 하나쯤 나올 법한데 양갱인데. "쩝, 양갱이랑 스테이크랑 열량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쉽게 답이 돌아왔다. 이 정도는 뭐. 

틸다 스윈튼은 왜 틀니를 했냐, 아니 왜 틀니를 뽑냐. 사실 변태스런 상상을 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한 드립, 헉, 봉준호 입에서 나왔다. 봉 감독, "미국쪽 스태프 하나가 틸다가 크리스 에반스 앞에서 틀니를 빼는 걸 오럴섹스를 해주며 살아남으려 한 게 아니냐고 했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틸다 스윈튼이 북한 출신이라며 '월드워Z'에서 살아남으려 북한사람들은 이를 다 뽑지 않냐고 했더랬다. 훨씬 고단수다. 대.다.나.다. 봉준호. 스스로 말하길 변태라고 하더니만. 

기차칸을 점점 앞칸으로 옮기며 드립을 이어갔다. 제작자가 박찬욱 감독이다보니 뚱뚱한 여자가 역시 또 악당이라며 애들을 데리고 간 여자, 그러니깐 맨 앞칸 에드 해리스 비서 역시 뚱뚱한 처자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박찬욱 감독, 빵 터졌다. 

봉준호 감독은 "그건 아니고 사실 그 처자는 네덜란드 여대생"이라고 말한다. 여대생? 그것도 네덜란드. 봉 감독, "살이 좀 있으면서 그런 이미지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토론토영화제에서 단편영화를 보고 물어물어 연락을 했다"고 말한다. 

음. 초밥칸에서 나온 초밥이 다랑어 대뱃살이던데 수조칸에 다랑어는 없던데라며 디테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슬픈 표정의 봉 감독. "원래 수조칸에 있는 물고기로 초밥을 만들고 싶었는데 촬영지인 체코 초밥집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들 교육칸으로 이동했다. 선생님으로 나오는 앨리슨 필이 임신 중인데 윌포드 애냐고 드립을 던졌다. 앨리슨 필이랑 틸다 스윈튼이랑 네덜란드 여대생이랑 윌포드는 사각관계고. 막장으로 치닫는 '설국열차'. 봉 감독, 신나하며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냐"며 "그런 의문점을 주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받는다. 달려라 막장열차.

교육칸에서 아이들이 떼로 나온다. 사실 동물이랑 아이들, 영화 찍을 때 고생하는 2대 애물단지들이다. 더구나 할리우드는 애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 촬영하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 놨다. 

봉 감독, "고민했었다. 그런데 조감독이 다가오더니 걱정말라며 자기가 '해리포터' 연출부 출신이라고 하더라"고 말한다. '설국열차'와 '해리포터'가 관련이 있을 줄이냐. 이쯤대면 비틀즈코드다. 봉 감독,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나갈 일이 아니다. 봉 감독, "'해리포터' 조감독이 말한 비법은 아이들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으니 오전에 한무리 찍고, 오후에 한 무리 찍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해리포터'도 그렇게 했다더라". 할리우드라고 다를 바 없다.

달리는 '설국열차' 이쯤대면 드립도 지친다. 마지막 드립, 박찬욱 감독이 맨앞칸 지하에 아예 아이들 100명쯤 넣어두자고 했다던데. 설국열차 영구동력 비밀은 알고 보면 아이들 100명이 맨앞칸 지하에서 페달을 밟는 것이었나. 친절한 봉 감독, "100명을 넣으면 좋았겠지만 돈이 없었다"고 시무룩하게 답한다. 아, 돈이 없어서 '설국열차'는 그렇게 달렸던 것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설국열차'는 4일까지 350만명이 넘게 관람하며 폭주하고 있다. '설국열차'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 드립 치는 사람, 자신이 스타가 되기 위해 까기 위한 까기를 하는 사람을 모두 태우고 달리고 있다.

달려라,'설국열차'. 지구 끝까지. 혹시 아나 '설국열차' 2부는 우주를 달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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