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애플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 #1
게시물ID : pony_59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람해무
추천 : 3
조회수 : 5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21 23:17:03

"내가 아까 전부터 숙제라고 안 캤나!" 애플블룸이 불평했다. “내가 이 숙제를 해가면 치어릴리 선생님이 정말 잘했다고, 어쩌면 이퀘스트리아 최고라고 칭찬해줄지도 모르고, 그러면 숙제 잘하는 망아지 큐티마크가 딱! 하고 생길지 어쩔지 모른다 아이가!”


“아이고!” 애플블룸의 투정을 듣다 못한 애플잭이 발굽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온 동네 망아지들을 데려다 놔도 너보단 덜 시끄럽겠다.” 그녀는 오늘 여동생의 찡찡거림을 듣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늘 쓰던 저수지의 물이 갑작스럽게 말라 애지중지하는 사과 나무들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좀 더 먼 호수에서 물을 끌어올려면 빅맥과 자신이 달라붙어 하루종일 일해도 모자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런 걱정보단 허리밖에 오지 않은 어린 여동생의 불평을 무시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근데 니 무슨 숙제라고 했노?”


“포니빌 역사!” “역사?” 애플잭이 인상을 찡그렸다. “응! 여기 살고 있는 포니들에게 옛날에 어땠는지 물어보는 거!” 애플블룸은 그녀의 반응을 무시한 채 제자리에서 깡총깡총 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언니는 이것저것 많이 안다 안했나!”


애플잭은 기대로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외면했다. “역사라고? 아닐낀데. 사과 나무를 잘 심거나 키우거나 따거나 굽거나 찌거나 짜는 방법이라 안했나? 그쪽이라면 내가 완전 박사데이! 포니빌이 원래 애플 가문이 정착하면서 생긴 거 아이가! 그런 이야기라면 역사 쪽에 속할끼고.”


“사과 키우는 건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거든!” 애플블룸이 급작스레 절망에 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주제는 벌써 할매가 학교에서 했다 아이가! 했던 거 또 하면 안되는 거 아무리 내가 공부를 못해도 그건 안데이! 배꼈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고, 게다가 그럼 피해자도 나일거고! 그리고, 그리고 그런 따라쟁이 큐티마크가 생기기라도 하면 오히려 민궁뎅이였던 지난날을 추억하게 되지 않켔나? 언니는 내가 그런 식으로 좌절에 빠지는 걸 즐기는 거고 뭐고!”


“그런 게 아니고….” 애플잭은 애플블룸이 귀를 축 늘어트린 채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알다시피 내가 농삿일은 참 잘한다.” “근데?” 애플블룸이 앞발굽으로 바닥을 가볍게 쳐서 먼지를 만들었다. “그 이야기가 내 숙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기가?” “도움이 된다기보단 모든 포니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지. 내 큐티마크가 양피지 두루마리나 책은 아이지 않나?”


애플잭의 말은 애플블룸이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애플블룸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이제 망했다! 할매는 자꾸 딴소리만 하고 빅맥은 내가 물어보니까 이엽 외엔 다른 말은 한 마디도 안한다! 내가 아침에 빅맥이 할매랑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걸 분명히 봤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 그야 물론.” 애플잭은 혀를 날름거렸다. 그야 그건 빅맥이 공부와는 담을 쌓았기 때문이겠지. 오죽하면 큐티마크도 사과를 반으로 자른 것일까? 애플잭은 새삼 평소의 이미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지금 빅맥이었다면 애플블룸의 모든 질문에 두 가지 단어로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잠깐, 설마 빅맥은 평소에도 그런 편리한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애플잭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는 애플블룸의 어깨에 발굽을 가져다 댔다. “도서관에 가보는 건 어떻겠노? 트와일라잇이라면 역사에 대해 잘 안다 아이가. 그리고 도서관이니까 역사에 관한 책도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을 거고...”


“싫다!” 애플블룸은 보기 드물게 뒤로 한 발굽 물러나며 앞발을 저어 보였다. “나를 뭘로 보는기고! 나 역시 애플 가문의 일원이다! 그렇게까지 본격적으로 공부할 생각 없다!” 애플잭은 어깨가 추욱 처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 자랑스럽게 말할 건 못될 낀데…” 하지만 애플블룸의 눈이 너무 반짝이고 있어 차마 그 이상 태클을 걸진 못하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덕 저편에서 빅맥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다. 이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럼 레리티는? 레리티는 그래도 공부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싫다!” 애플블룸은 애플잭의 말을 칼같이 자르며 대꾸했다. “가면 분명히 삐까번쩍하고 요란한 아동복을 입힐 게 분명하다! 전번에도 스위티벨 만나러 갔다가 두 시간이나 무거운 옷을 걸쳤는데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그 언니는 왜 포니면서 옷을 입으려 하노!?” “그러게.” 그 점에는 애플잭도 동감이었기에 재빨리 다음 후보로 넘어갔다.


“그럼 대쉬는?” “그 언니는 허구한 날 놀러만 다니니까 역사는 오히려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아이가. 별로 숙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카이.” “그 점은 딱히 반박하기 어렵구만.” 애플잭은 초록빛 눈을 빙글빙글 돌렸다. ”플러터샤이는 어떻노? 그 얘는 천성이 자상하니까 잘 가르쳐 줄 거 같은데?” “뭐라 말하는지 하나도 안 들린다 아이가! 그리고 집 안에 동물 냄새가 너무 나서 내 몸에 배기는 것도 싫다!” “동물 냄새….니도 엄연히 보자면 동물이데이.” 애플블룸은 잔뜩 화가 난 듯 두 앞발을 들었다 마룻바닥에 다닥 내려치며 소리쳤다. “아무튼 싫다! 싫으면 싫은기다!”


가끔 여동생의 고집을 꺾기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애플잭은 한숨을 쉬었다. 마치 사과 수확을 혼자서 하겠다던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핑키뿐이제. 걔는 포니빌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알고 있으니까. 아마 포니빌 역사에 대한 것도 많이 알고 있겠다.” “글쎄...그 언니는 너무 정신사나워서…” 빅맥이 창고 바로 앞까지 도착한 것을 본 애플잭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후식으로 케이크를 줄지도 모르지!”


“케이크?” 고민하듯 시선을 아래쪽으로 깔고 있던 애플블룸이 되물었다. “초코 케이크?”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제…” “초코 케이크였으면 좋겠다. 단 걸 최근에 못 먹었다 아이가.” 참으로 생산적인 대화라고 생각하며 애플잭은 꼬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물론 그건 스스로의 짜증을 스스로에게 비꼬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밖에 되진 않았다.


바로 창문 밖에 도착한 빅맥이 왜 이리 늦냐는 듯이 힐난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애플블룸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창문 아래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애플잭은 또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인제 됐나? 애플블룸?”


“아마 된 것 같다….” 애플블룸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고는, 몸을 돌려 창고 문으로 따각따각 걸어갔다. 앞으로 해가 지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았지만 애플잭의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애플블룸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그녀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농기구를 집어들어 등에 걸쳤다. 세상에 역사라니! 적어도 애플과는 인연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2화에서 계속



PS-

how applejack won the war 오리지널 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쓰는 단편입니다.

단편 주제에 쓸 시간이 별로 없어 나눕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