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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59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컬트신파★
추천 : 10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4/04/12 12:51:34
조금 오랫만이군요.
안녕들 하시죠? ^^
사랑에 빠진 젊은이에겐 특이한 기류가 흐르는걸까?
웬지 모르게 들떠있고,
가끔 이유없이 심각하고,
어딘가 좀 깔끔해진듯도 하고,
퇴근시간만 되면 잽싸게 빠져나가는 수출무역팀 절대 노총각 나대리.
그가 변한 이유는 오직 한가지........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밖에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커플들이 저글링처럼 몰려다닌다는 춘삼월에
30넘은 노총각이 들떠있을일이 연애말고 또 머가 있으랴...
어느 날 ...결정적으로 평소 그렇게 좋아하는
"술한잔 사마" 라는 말 마저 거부하는 그에게 물었다.
"나대리..불어라 어떤 여자냐?"
나대리가 대답없이 멋적게 웃으며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사진을 보니.
"와우!!" 소리가 나올 만큼 상당한 미인이다.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짙은 눈섭에 고른이마,양볼에 깊게 패인 보조개..
그리고 장난기 서린 맑아 보이는 눈빛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쭈!...예쁜데? ....혹시 조작사진 아냐?"
"무슨..-_-.. 실물이 더나아요."
"하하...몇살이래?"
" 30 꽉 채웠어요."
"그렇군...근데....조작된 사진 맞지?"
"아니라니깐요 발끈 -_-+"
"아,알써...근데 어케 만난거야?"
나대리가 전한 그녀와의 히스토리를 요약하면
재미교포2세인 그녀는 다니던 무역회사가 한국지사를 내게 되어
한국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고 나대리와는
거래관계상 만나다가 필이 꽂혀서 3개월째 만나고있고
최근엔 결혼얘기까지 오가는 중이라는 거였다.
"어디까지 간거냐? 언제 결혼할거야?"
"글쎄요..머 다 맘에드는데....."
"왜..자다가 이라도 갈어?"
"아뇨 그건 아닌데요..."
"음,,,벌써 자긴 잤군...*-_-*"
"헉! -_-;; ..아,암튼..미국에서 자라선지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요.."
"그야 머 당연하겠지..근데 머가 그렇게 다른데?"
"전에 남자도 여럿 사귄 것 같고..."
"나이가 30이라매?"
"네 그렇죠."
"수녀아닌 담에야 그나이에..연애경험 있는건 당연한거아냐?"
"그래도 한 둘이 아닌 것 같아요..숨기려고도 않고.."
"그래서..자네가 몇 번째래?"
"아마 네번째 쯤은 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면 대략 수늬꿘이구먼 멀.....^^ "
"아싸~ 수느꿘이다..............는 아닌데...-_-;;"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잘해봐. 내가 보기엔 괜찮구먼."
"음.-_-"
이런 대화를 나눈지 2주쯤 지났을 때였다.
휴게실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 나대리를 보자
그때일이 생각나서 물었다.
"어, 나대리 같은 회사에서 왜케 보기 힘들어?
"아, 그러게요...정말 올만에 보는거 같네요."
"하긴 자네나 나나 외근이 잦으니.. 참,그녀완 잘 진행되나?"
"........"
"머야? 헤어졌어?"
"그냥 그렇게 됐어요."
"그럼 나에게 넘기게...........는 아니고..그래?..음...-_-;"
(눈 빛이 참 맑은 여자였는데...-_-a)
그가 자세히 전한건 아니나 대충 미루어 보건대
전 남자의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와
한번 크게 다툰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으로 답답한 커플이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려는 여자와
굳이 마음에 담아두는 남자.
모든걸 말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걸 담아둘 필요 역시 없는걸텐데.........
사진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해서인지
그들의 이별이 웬지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풀어질만한 일도 아니고 해서 그냥
혀만 끌끌 차고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며칠후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기분이 씁쓸해지는 기사 하나를 읽다가
문득 나대리 일이 떠올랐고,
사진에서 본 그녀의 맑은 눈 빛을 기억해내곤
잠시 생각하다가 사내메일함을 열었다.
*수신: 나 소심 대리
*발신: 신파
좋은 아침이야 나대리.
엥? 지지배도 아니고 웬 메일이람? 하며 메일을 얼었겟지..
머 별 일은 아니네 .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자주 못봐서 안부나 전하려는 거니까..
하긴 머 특별히 할말도 없긴 해. 하하하.
메일함 열은 김에 실없는 소리나 한마디 할까..?
오늘 아침 인터넷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퇴폐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장난이 아니라더군.
어쩌려고들 그러는 건지.......
하긴 머 그들 잘못만은 아니지..
그들을 그 길로 이끈 더 큰 어른들에게 원천적 과실이 있을테니까....
그 많은 여성들이 나중엔 대부분 결혼을 하겠지.
배우자에게 자신의 지난 과거를 절대밝히지 않은채 말이네.
어차피 그게 있었던 과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건 아닐테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의 차이....
자네에게 그걸 생각해보란게 아닐세.
그저 내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는 뿐이니까...
괜한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군.
내가 원래 참견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말야
어쩜 그녀의 맑은 눈 빛이
자꾸 자네에게 참견하도록 나를 끌어들이는 건지도 모르겠군...하하
벚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데..
윤중로라도 한 번 나가보면 좋을 것 같아...
근데...혼자 다니면 쓸쓸해 보여서 보기 안좋읗거야.....하하 *
다음 날까지도 메일의 답장은 없었고...
그들에게 내 메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의 그는 몇주 전처럼
웬지 모르게 들떠있고,
가끔 이유없이 심각하고,
어딘가 좀 깔끔해진듯도 하고,
퇴근시간만 되면 잽싸게 빠져나가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에게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난 그저 한 6월쯤에 그가 멋적게 웃으며
내 책상에 청첩장 하나를 슬쩍 내려 놓고 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며
그 달의 어느 주말 그의 집들이에서
전에 사진에서 본 모든걸 말한다는 여자의 맑은 눈 빛이
사진발인가 아닌가를 확인할 기회가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
◆글쓴이 :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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