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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라는 대학에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
게시물ID : sisa_5984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건전한인간
추천 : 6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17 19:30:24
기말고사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어눌한 발음으로 나에게 말을 건 이가 있었다.
 
 
우리 대학의 중국유학생으로 온 형이었다.
 
 
오늘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울적해 있는 나에게 형이 다가왔었다.
 
 
"무슨 일 있어?"
 
 
형에게라도 위안을 받고 싶어, 나는 그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지금까지 a를 노리고 있었는데, 아마 c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공부를 안했으니까 그래."
 
 
중국 형은 돌려말하지 않았다. 그런 형임을 알기에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변명따위는 필요치 않았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부를 안했다고 햇다.
 
 
"그럼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라고 위로하는 형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울적했다.
 
 
"성적이 낮으면 재수강을 해야하는데, 그거 다시듣는거. 그거 하면 방학에 할 수 있는게 줄어들고 난 일찍 졸업을 원하는데 안되잖아."
 
 
그때부터 형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너무 어려운말을 썼나 싶었지만, 일단 계속해서 말했다.
 
 
"취업할때도 점수 낮으면 안되."
 
 
라고 하니, 가만히 있던 형이 말했다.
 
 
"너희 나라는 대학에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것 같어."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래서 음료를 뽑아 사주며 학교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형이 말했다.
 
 
"내가 살던 곳은 다음부터 잘해야지 하고 열심히 해. 한국은 너무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 점수 낮으면 그게 다라고, 아니 끝?..끝맞나 아무튼 그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난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가만히 경청하자 형이 이어서 말했다.
 
 
"한번쯤 실수 할 수 있는데, 그걸 남기고 싶지 않아하고, 다시 듣는거, 그거 재수강. 어쩔 수 없다고 말들은 하는데 나중에 성적표를 보면 우등생뿐이고."
 
 
"한국은 원래 그런나라야, 형."
 
 
이라고 말을 하자, 중국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나를 바라볼뿐, 잠시 후 한숨을 쉬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고. 힘내."
 
 
하고 마저 음료수를 마신뒤에야 돌아갔다. 지금 아직 시험이 3개나 남은 상황에서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 형의 말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내가 시험을 못봐서 위로를 받기 위함일까. 아니면 충격을 받아설까. 아직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제 다시 독서실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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