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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아버지가 절 운전기사로 대하는게 고민..(스압)
게시물ID : car_30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강리
추천 : 7
조회수 : 110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8/07 02:02:40
저희집에서 전 1남1녀 중 늦둥이입니다. 많이! 전 올해 28살이구요.
참고로 저희 누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 결혼식을 올렸고
지금 조카들이 고등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저 중학교때 환갑잔치를 하셨고
저 군 제대 후 칠순을 맞으셨죠..

이쯤이면 대략 저희 가족의 나이차이가 느껴지시죠?

제목을 좀 자극적이게 썼지만 전 저희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을 위해서 제가 희생하는거에 대해 게의치 않습니다.
다만, 오늘은 너무 스트레스받아 가슴이 먹먹하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데
풀 곳이 없어 하루에도 수 십번 눈팅하는 오유에 글이나 남겨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락시장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남들이 잠들 새벽 12~1시쯤 출근하셔서 아침 10시쯤 퇴근하셔요.
아버지는 동료 분들이 타는 오토바이도 탈줄 모르시고 면허도 없으세요.
그래서 어릴적부터 늘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셨어요.

집에서 시장까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 자전거 타고 15분~20분
어찌보면 짧은 거리,시간이지만 일흔중반이 되가는 아버지에게는 아마 힘든 출퇴근 일거에요.
저는 예전부터 아버지가 일을 그만 두셨으면 했지만 아버지는 평생 하던 일을 급작스럽게 쉬면
없던 병도 생길것 같아 슬근슬근 취미삼아 나간다고 하십니다.

저는 약 3년전 영업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했고 그 당시 매섭게 추운 겨울에 
눈길을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아파 차로 모셔다드렸고 
퇴근하실때는 지하철로 퇴근을 하셨죠.

그 후 작년 봄에 저는 사정상 잠시 자취를 했었고, 얼마 전 1년 6개월 가량의 자취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버지는 제게 출근때마다 데려다주시길 원했어요.

저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해야하는데 어중간한 새벽 12~1시에 
운전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수면리듬도 깨지고 여간 불편하고 귀찮아서 짜증도 났으나, 
아버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출근하실지도 모르고 지금 연세에 건강하게 새벽에 일 나가시는
 아버지에 감사하며 좋은 기분으로 모셔다 드리려고 늘 노력해요. 
(그래도 사실 종종 굉장히 짜증이나요ㅠㅠ)

처음에는 시장입구까지 모셔다 드리던게 어느세 시장 안 가게까지 모셔다 드리길 요구하시고, 
제가 쉬는 날이면 퇴근하실 때에도 데릴러 오시길 요구하셔요.. 

새벽에 차를 몰고 가락시장을 들어가보신 분 계신가요? 가락시장은 새벽이 오히려 활기가 넘칩니다.
경매에 올리기 위해 지방에서 달려온 엄청 큰 트레일러들과 도매상들의 트럭들, 운반수들의 오토바이와
전동짐차들 등 주차구역과 차선이 의미가 없는 곳이 새벽시장이에요! 승용차를 운전하며 들어가기엔
너무 무섭고 험란하죠ㅋㅋ

저희 아버지지만 아버지는 매우 고지식해요. 어른 말하면 죽는 시늉이라고 해야한다고 늘 말씀하시죠
처음 모셔다 드릴땐, 말씀은 안하셨지만 뭔가 아버지가 제게 고마워하는 것 같았고 저도 뿌듯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는게 반복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게 제가 느껴졌죠
종종 제가 너무 힘들거나 다음날 일찍 일어날때 오늘은 못데려다 드린다고 말하면 엄청 역정를 내시죠.
나이 든 아버지가 힘들게 일하는데 잠깐 다녀오는게 힘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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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스트레스 받은건 지금부터에요.

오늘은 제가 8시간짜리 예비군 훈련이 있었고, 서울분들은 아시겠지만 낮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평소에 욕을 많이 안하는데 이상하게 군복만 입으면 입에 욕이 저절로 달리네요ㅋ
더군다가 오늘은 덥고 습하고 비맞아서 축축하고 정말 엄청 짜증나는 하루였어요.

5시 퇴소하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몸을 말리며 잠시 오늘 못한 업무를 집에서 하고있는데, 
아버지랑 어머니랑 먼친척 상가집에서 돌아오셨어요. 근데 아버지가 오자마자 저에게
집에 있으면서 지하철 역까지 데릴러 오지 않았다며 버럭하시는데 순간 멍하다가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아버지 어머니 언제 오실지도 모르고 뭘타고 오실지도 모르는데 지하철 역에 데릴러 오지 않았다니...
저도 순간 화나가서 내가 무슨 대기조 운전기사냐며 버럭했어요.

평소에 매일 시장에 들어가며 받았던 스트레스와 아버지의 뻔뻔함이 쌓이고 쌓여 
오늘은 좀처럼 그 화가 가시질 않았고 오늘은 정말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기 싫었어요..

아버지는 출근할때 슬그머니 내 방을 열고 1층에서 기다리겠다며 내려가셨고
(늘 아버지가 1층에서 담배태우시고 제가 지하에서 차를 끌고 모셔갔거든요) 
저는 마지못해 아버지를 모셔다드리고 왔어요 차안에서는 서로 아무말도 없이.. 
저도 화났고 아버지도 머쓱하셨겠죠..

휴.. 어서 장가를 가야하나, 아버지가 예전 바램대로 은퇴를 하셔야하나, 
남들이 들으면 나이 드신 아버지한테 제가 불효한다고 생각할 것 같고 저는 저대고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복잡하고 속상하네요... 제 입장을 위로 받고싶어요ㅠㅠ




세줄요약-
나이 드신 아버지가 추운겨울날 새벽에 출근하는 모습이 속상해서 모셔다드림
처음엔 고마워 하시다가 어느 순간 부터 아버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심
나도 내 직장과 일이 있고 생활이 있는데 매일매일 모셔다드리는게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쌓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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