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제가 짤라달라고 한거지만요.
저는 게임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개발 PM이지요. 뭐 PD를 보좌해서 개발을 진행하는 말하자면 유치원 원장님 아래 부원장?
뭐 그런 직책이에요. 경력은 이제 7년쯤 됐나?
런칭한 게임이 썩 잘되진 않았어요. 그냥 보통이지요. 덕분에 PD님은 그 책임을 지고 퇴사하셨습니다.
전 중국쪽 진출 준비하고 있었죠.
그랬는데 어느 날 회사를 가니 갑자기 없던 팀장이 생겨있어요.
그 팀장이 개발PM이래요.
저랑 업무 포지션이 100% 동일해요.
그 분이 제 업무를 다 가져가셨네요?
그렇게 하루하루 잉여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지요.
전 천성이 워커홀릭에 가까워서 일이 없으면 못버팁니다. 임원을 찾아가서 이럴 거면 차라리 짤라주던지
타 스튜디오로 전배를 보내달랬더니 옳다꾸나 말 잘했다 하고 냉큼 목을 날려주시네요.
뭐 딴 데 찾자면 못찾을 것도 없긴 한데,
당장 아내 뱃속에 아이가 9주 됐는데 ㅎㅎ
뭐...
월급 한달치 받고 퇴직금 받고 실업급여 받으며 한 보름만 쉬어야겠네요.
여보 미안해...
이다지도 못난 남편이라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