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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생존2
게시물ID : panic_55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6
조회수 : 9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7 19:16:04
생존-2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리 구해놓은 장작으로 철민이 솜씨좋게 불을 피웠다.
잠시 후 장작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한기가 느껴지던 동굴안에 금새 온기가 돌았다.
연희에게 불을 꺼트리지 말라고 당부한 철민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동굴을 나섰다.
이 섬에 표류한지 13일째, 그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갔다.
첫날 원주민의 습격으로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난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아직은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기에 생존에 필요한 모든것을 친구들에게 의지해야 했다.
"좀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미안해 나 때문에..."
만약 친구들이 내게서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주저없이 날 버릴 것이다.
괴물같은 원주민들이 득실거리는 이상한 섬에서 밥이나 축내는 식물인간 따윈 방해만 될 뿐이니까.
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초조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그 때마다 마치 청룡열차를 탄것처럼 심한 어지러움증이 몰려들어
번번히 쓰러지곤 했다.
서는 것은 커녕 지금으로선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경진이는 어떻게 됐을까?"
"무사할거야..."
연희의 말에 애써 담담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난 경진이 무사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며칠전 철민이 식량을 구하러 간 사이에 자신은 식수를 구해오겠다며 동굴을 나선
그녀는 그 후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 섬에 존재하는 원주민들은 생김새의 끔찍함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포악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철민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식인습성까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경진은 이미 원주민들의 한끼 식사거리로 전락해 버렸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런 놈들이 있다는건 배운적도, 들어본적도 없어."
"맞아. 너무 끔찍하게 생겼어."
연희는 몸서리를 치며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 벤처기업 사장의 딸인 그녀는 싸늘하리만치 도도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얼굴이 상당히 예뻤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싸가지 없이 행동하더라도
그녀의 주변엔 늘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나도 한때는 그녀의 미모에 혹해서 고백을 할 정도였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한달전 그녀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정말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그녀도 생존을 위해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헉헉... 불꺼..."
그 순간 가쁜숨을 몰아쉬며 철민이 동굴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장작을 발로 차며 불을 끄기위해 소란을 피웠다.
영문을 알리없는 연희와 난 그저 그의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후 동굴밖에서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라고 생각하던 난 곧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동굴밖에 원주민들이 와 있는 것이다.
흉폭한 괴성을 내지르며 발광하던 원주민들은 한참을 동굴 밖에서 서성이다가
이내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멀어져갔다.
그들이 가고 나서도 한참을 숨죽여 있던 우린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껏 긴장했던 마음을 추슬렀다.
연희가 '하아' 소리를 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거야?"
"......"
그러나 철민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동굴 바닥에 쓰러진 그의 주변으로 붉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연희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후들거리는 다리로 철민에게 다가갔다.
창백한 안색의 철민은 마치 죽은듯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소리없이 흐느끼며 그녀가 철민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흐흑, 심장소리가 너무 작아...흐으윽...어떡해..."
그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서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식량과 땔감을 담당하던 그의 일을 모두 연희가 맡아서 해나갔지만 여자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주민들에게 들키지 않고 식량을 구해오는 것이 쉬운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녀가 구해오는 음식이란 것이 고작 소량의 나무 열매나 혹은 먹을 수 없는 버섯 뿐이었기에
우리는 점점 더 쇠약해져 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 몸은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
어지러움증도 이젠 많이 사라져 잠깐씩은 걸어다닐 수도 있을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원래의 기력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철민이 녀석도 며칠전에 의식을 되찾아 먹여주는 음식을 삼킬 정도는 되었다.
몸이 회복되는데로 원주민들과 대적할만한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 흉폭한 녀석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어보인다.
"날벌래가 왜 이렇게 많지?"
땔감을 구해온 연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내 눈에 날벌래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연신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날 밤새 고열에 시달리던 그녀는 눈이 멀어버렸다.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캐먹은 버섯이 잘못된 모양이다.
"한석아 나 안버릴꺼지? 그치?"
연희는 그 날 이후로 매일같이 나에게 확답을 받아내야 안심을 하곤했다.
눈이 멀어버린 자신을 내가 버리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깊은 연민을 느꼈다.
의식을 되찾긴 했지만 철민의 상처는 절망적이었다.
아무런 응급조치도 받지 못해 썩어 들어가는 그의 배는 이제 끔찍할 정도였다.
"고기 냄새... 고기지? 고기 맞지?"
연희가 오랜만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기는 오랜만이다.
난 불을 피우고 석판을 깨끗이 씻은 후 그 위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정말로 고기는 오랜만이다.
작, 오도독..
"맛있어. 너무너무..."
"많이 먹어 연희야. 고기는 많아."
"응, 근데 철민이는 어디갔어?"
출처= hirurika 님
출처 2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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