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분통이 터진다며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마당에 있는 아버지가 상당시간을 공들여서 가꾼 나무들이 많이 상했다며 한판 했다고 하세요.
설명을 드리자면 저희 부모님이 사시는곳은 광역시이긴 하나 좀 외진곳에 아버지가 땅을 사셔서 음..대략 25년쯤 전이네요 직접 집을 짓고
저희 형제들을 키우셨어요.
어릴땐 주위에 산이며 밭이 였는데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 산을 밀고 아파트가 생기고 그렇게 되니 자연히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몰리며 개발이 되었지요.
앞,뒤,옆은 빌라다 원룸이다 아파트다 하는데 저희집은 건평은 무지 넓고 그냥 1층 벽돌집이니 여기저기서 매매권유도 많았다고 하시데요.
큰아들이신 아버지가 명절때 친척들 오면 불편하지마라고 마당에 솥을 걸고 음식을 해먹을 정도로 마당이 넓고 한켠에는 텃밭을 일굴정도니 동내에서
인심좋다는 소리도 많이들으시며 살았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당연히 종교단체도 생길것이고 그게 고향집에서 15m정도 떨어진곳에 교회가 증축이 됐어요.
주차장이 저희집 마당과 붙어있었으나
흔히들 말씀하시는 일요일 주차문제도 아버지께서 대문만 막지않으면 상관없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어요.
어머니께서 아이들을 좋아하셔서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뭐 자연관련된 그런거 있잖아요. 고구마수확이라던가 감자 딸기 이런거.
텃밭 한켠을 내주고 자유롭게 가꿀수있게 배려하시면서 한푼의 댓가도 받지 않으셨어요.
동내에서 오래사신분들이고 다 동내사람이니 둥글게 살자고 싫은소리 한번 안했다고 하시는데 오늘 사단이 일어난거에요.
아버지가 상당히 오래 가꾸신 나무들이 있어요. 전에 아버지가 조경을 하시면서 못받은 대금을 나무로 받아왔다고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이 나거든요.
어릴때라 생각이 가물가물한데 나무한테 이불을 덮고 링겔같은거도 놔주면서 키웠는데 그렇게 신경쓰진 않았어요.
몇그루 되는데 저희 형제들 이름을 각각 붙여주시며 나무처럼 건강하게 살아라 하면서 정을 붙인 나무라 그냥 소나무인줄 알었지요.
근데 그게 금송이라는 나문데 가격이 좀있다고 하네요. 저희 큰형 이름을 붙인 나무가 통화하면서 들은건데 40년이상 된 송이다.
지역중견그룹 회장님이 파라고해도 안판나무를 그 사단을 내놨다면서 어머니께서 한숨을 쉬더라구요.
교회에서 벼룩시장을 하는데 밖에 물건을 놓고 해가 뜨거우니 저희집 나무에 그늘막 끈을 묶었데요.
벽돌담을 둘러놓았는데 부모님이 답답해 하셔서 담을 허물고 돌담(무릎아래)으로 저희 형제들이 각출해서 공사를 해드렸어요.
항상 부모님들이 둥글둥글하게 이해하고 그랬으니 별일 있겠냐는 마음도 있었겠죠. 그리고 그런 나무인지도 몰랐으니 뭐...
바람이 많이 부니까 그늘막에 힘이 실리면서 나무 윗부분이 댕강 부러져 나갔답니다. 큰 천막도 아니래요.
작은 타프식의 그늘막인데 모양만 잡을려고 그랬다네요.
근데 더 염치가 없는게 부러졌으면 주인을 불러서 말을 해야하는게 맞죠? 어? 부러졌네? 다시묶자 이래서 나무 밑둥에 묶어 놓으니
바람을 타고 힘을 받은 천막줄이 밑둥에서 윗둥으로 말려 올라가면서 줄이 마찰되는쪽 가지를 부러지게 하고 나무 겉이 다 패였답니다.
누가봐도 가꾸는 나무이고 아버지께서 나무마다 저희 4형제 이름을 새겨놓은 나무 명패도 있는데, 더군다나 저희 담 안에 있구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판장 다녀오시면서 그걸보고 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데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이 나무가 무슨나무인줄 아느냐고,
거기 사람들 처음에는 신경도 안썼데요. 왠 노인이 소리를 지르냐며 안에서 권사? 집사란 분이 나와서 왜그러냐고 '교 양 있 게' 이야기 하자며
오히려 부모님을 탓하기 시작했답니다.
흥분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가 차분히 자초지정을 설명하시고 피해보상을 요구하시며 담당자 면담을 청하셨데요
주차문제,텃밭이용문제,마당사용(조별로 한번씩 나와서 예배를 보는때가 있나봅니다. 조경을 하신 아버님이라 마당을 잘 가꾸어 놓았습니다.)
문제로 낯이 익은 분과 이야기를 하였는데 어머니께서 나무에 대한 피해보상이라는게 자기가 말하기에도 염치가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머니에게 제가 찍는소리를 했어요.
키워서 파는것도 아니고 너희 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우긴 했다만 모르고 그랬다는데 돈 물어달라고 하기가 좀 그렇더라..
비슷한 소나무 하나 사달라고 했다.
아버지가 많이 속상해 하시는데 당신도 맘이 안좋다. 그런데 어쩌겠냐.. 나무가격을 물어보길래 아버지께 여쭤보았는데 몇백만원이나 한다.
당신도 놀라서 차마 얼마라고 말을 못하셨답니다. 그런 나무를 키워왔냐고, 비싼나무다 비싼나무다 했는데 그렇게 가격이 나가는지, 저도 놀랐구요.
어머니가 그냥 덮어두자. 부모님들도 오다가다 요구르트도 얻어먹고소일거리도 교회에서 자주 맡겨서 부모님 용돈도 하고 그러셨다네요.
저희 4형제가 용돈을 드리고 세를 받는 조그마한 오피스텔이 있음에도 운동도 하실겸 교회청소나 거기서 나온 재활용품도 모으시고 뭐...
절대 나서지 마라고 당부를 하시는데 큰형과 통화를 해도 딱히 답이 나오질 않네요.
막내는 당장이라도 쫒아내려간다고 씩씩거리고.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를 해야할지 댓글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