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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태아의 일기
게시물ID : humorstory_599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iovaw
추천 : 7
조회수 : 4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4/04/14 13:56:42
어느 태아의 일기

10월 15일
오늘 내 생명이 시작되었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어. 그리고 난 여자가 될거야. 난 갈색의 머리카락과 아주 새카만 눈동자를 가질거야.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어. 내가 꽃을 사랑하게 될 것까지 말이야.

10월 19일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아직 실제 사람이 아니고, 엄마만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실제 사람인걸. 조그만 빵 조각이 실제 빵인 것처럼 말이야. 나의 엄마도 존재하시고 나도 존재하고 있단 말이야.

10월 23일
이제 나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는구나. 좀 생각해 봐. 1년 정도 지나면 나는 이 입으로 웃기도 하고, 또 나중에 말도 하게 될거야. 나는 이 입으로 맨 먼저 엄마하고 말할 것도 알고 있지. 아 빨리 나가서 "엄마"하고 부르고 싶어!

10월 25일
오늘 내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했어. 내 심장은 오늘부터 쉬지 않고 부드럽게 내 한 평생 뛸거야.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나면 지치게 되고 멈추게 될거야. 그러면 난 죽게 되겠지.

11월 2일
난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어. 나의 팔과 다리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지. 하지만 내가 두 다리로 일어서서 엄마의 두 팔에 안기고 이 예쁜 두 팔로 꽃을 꺽어 아빠한테 안기려면 아직 오래 기다려야 해.

11월 12일
나의 손에는 조그만 손가락이 여러 개가 생기기 시작했어. 이렇게 작은 것이 참 이상하지! 난 이 손가락으로 엄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수 있을 거야.

11월 20일
오늘이 되어서야 의사 선생님이 엄마에게 내가 여기 엄마의 심장 밑에 살고 있다고 말해 주었어. 오, 엄마는 정말로 행복할거야! 엄마, 행복하지, 응?

11월 25일
아마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하고 생각할거야.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내가 귀여운 딸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어. 나를 은영이라고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 아니, 미현이? 아니 지혜.... 아무튼 예쁜 이름을 지어주실꺼야...난 이제 많이 자랐어.

12월 10일 
나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어. 머리결은 매끈하고 밝고 윤이 난다. 엄마는 어떠한 머리카락을 가졌을까?

12월 13일
난 이제 막 볼 수 있게 되었어. 사방이 깜깜하다. 엄마가 나를 세상으로 내어 보내주면, 세상은 밝은 햇빛으로 가득차 있고, 또 꽃들로 가득차 있을거야. 하지만 난 무엇보다 엄마를 보고 싶어. 엄마, 엄마는 어떻게 생겼지, 응?

12월 24일
엄마가 나의 마음의 속삭임을 들으실까? 어떤 아이들은 세상에 나올 때 좀 아파서 나오기도 한다지. 하지만 난 심장이 튼튼하고 건강해. 나의 심장은 '툭―툭', '툭―툭' 하면서 고르게 뛰고 있어, 엄마, 엄마는 건강하고 귀여운 딸을 하나 갖게 될 거야!

12월 28일
오늘 엄마는 나를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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